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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양, 구속 주민 탄원서가 공사 합의서로 둔갑한 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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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양, 구속 주민 탄원서가 공사 합의서로 둔갑한 사연

[기고] 밀양 할매 "희망버스 오는데 맛있는 거 준비해야제"

11월 19일 오전 업무를 마치고 길을 나선다. 오늘은 바드리 농성장에서 어르신들과 함께하는 날이다. 오후부터 다음 날 저녁까지 업무를 조절해서 시간을 냈다.

함께 가는 사람들을 만나기 위해 약속 장소로 간다. 오전에 산업재해 관련 상담을 하다 보니 출발 시각이 좀 늦어졌다. 벌써 와서 기다릴 사람들을 생각하면 발걸음이 바쁘다. 오늘 낮에 출발하는 '밀양 지킴이'는 세 명이다. 함께 만나 출발한다. 목적지를 정하지 않아도 이심전심으로 동화전 마을 송전탑 96호기 예정지 진입로 앞에 세운 천막으로 방향을 잡는다.

동화전 마을. 많은 언론에서 송전탑 공사에 찬성하여 보상을 합의한 마을로 알려져 있다. 더욱이 국정감사를 앞두고 보상 합의 소식이 알려지면서 송전탑 반대 주민들에게 찬물을 끼얹고 궁지에 몰린 한국전력공사(이하 한전)에는 공사 강행 명분을 주었던 곳이다.

그런데 그곳에서 반대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정말 동화전 마을 주민들이 송전탑 공사에 찬성하고 보상 합의에 서명했을까. 직접 마을을 돌며 보상 합의 과정을 추적하고자 했다.

그 결과, 보상 합의를 마을 총회에서 한 적이 없고 서명을 받으러 다닌 마을 이장은 주민들에게 서명 내용이 무엇인지도 분명히 공개하지 않았다. 옆 마을에 트랙터 몰고 가다 구속된 박 모 씨의 석방 탄원서로 알고 서명한 주민도 다수였고 대리 서명도 여러 건이 확인되었다.

그래서 다시 송전탑 반대 의사를 물었다. 그러자 마을 주민 87명이 송전탑 공사에 반대한다는 서명을 했다. 언론 보도와는 상관없이 여전히 보상 합의가 논란이 되는 '뜨거운 감자'가 된 지역, 동화전이다.

ⓒ프레시안(최형락)

구속된 마을 주민 탄원서가 송전탑 공사 합의서로 둔갑

동화전 주민들은 지난 13일부터 송전탑 공사에 반대하며 96호기 공사 현장에 오르고 진입로 앞에 천막을 치고 농성을 하고 있다. 96호기 공사가 진행된다는 소식을 접한 주민과 미디어 활동가가 새벽에 산을 올랐다.

이미 공사 현장에는 경찰이 진을 치고 한전이 작업을 시작하고 있었다. 마을 주민들이 쳐 놓은 움막을 한전이 뜯어냈다. 이에 항의하는 사이 마을 주민들이 만들어 놓은 황토방에 한전은 자물쇠를 걸어 못 들어가게 하고, 경찰은 출입구를 막아 졸지에 마을 주민들은 산중에서 오갈 데가 없어져 버렸다.

그 상태로 이틀을 황토방 밖에서 지새웠다. 밤사이 비가 내렸다. 한전 직원들은 공사 현장에 가져다 놓은 콘테이너 안에서, 경찰들은 튼튼하게 지어 놓은 돔 천막에서 비를 피하고 따뜻하게 밤을 지냈다. 그러나 주민들은 일회용 비옷을 엮어 만든 비닐 막 안에서 비와 바람을 맞으며 밤을 새워야 했다.

밑에서도 난리다. 13일 새벽에 젊은 새댁이 산에 올랐다는 소식을 접한 주민들이 걱정되어 산 입구에 올라와 봤다. 경찰은 이미 겹겹이 서서 진입로를 완전히 봉쇄하고 있다. 산에 오른 사람에게 밥을 가져다주려 해도 한두 시간 승강이를 벌이다 국가인권위원회 조사관이 와서야 밥을 들고 올라갔다.

"왜 우리가 평생 살아온 산에 못 오르냐?"
"우리 손으로 지어놓은 황토방을 왜 한전이 자물쇠를 거냐?"
"황토방 아궁이엔 여경들이 들어가 앉아서 쉬는데 황토방 주인인 주민들은 왜 밖에서 비 맞으며 떨게 만드냐?"


공사 현장도 아닌데 겹겹이 길을 막고 통행을 제한하는 경찰을 향한 분노가 쏟아져 나온다. 시간이 흐르니 마을 주민들 사이에 말이 돌고 할머니들이 지팡이를 짚고 한두 분씩 진입로에 온다. 경찰에 항의하고 또 다른 분이 오고…. 그런 과정에서 천막이 쳐지고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천막을 지킨다.

96호기 공사 현장과 천막을 둘러싼 전쟁터

마을 주민들이 산에 오르고 천막을 친 지 1주일이 넘었다. 그 사이 동화전 마을에서는 3명이 다쳐 응급실에 실려가고 한 명은 입원했으며 한 명이 경찰에 연행되었다가 석방되는 일들이 벌어졌다.

평생 법을 모르고 평화롭게 살아온 주민들이 경찰과 종일 싸워야 하고 목소리를 높이면 경찰들에게 끌려나가고 진압당한다. 일주일간 싸워 황토방을 사용하게 된 주민은 두 명인데 황토방에 올라간 주민들은 종일 배를 곯기가 일쑤다. 하루 한 번 밖에 식사가 안 올라간다. 그렇게 밀양의 송전탑 공사는 어르신들의 피와 눈물 위에서 진행되고 있다.

동화전 마을 농성장에 들려 어르신들과 인사 나누고 마을 주민 중에 농사일이 바쁜 집이 있어 2~3시간 농사일을 돕고 온다. 저녁을 함께 먹고 옆 마을인 바드리 농성장으로 발길을 옮긴다. 오늘 밤은 이곳에서 어르신들과 농성장을 지킨다.

"희망버스 많이 오나?"
"네 많이 올 겁니다. 어르신들이 그분들 싸울 때 열심히 연대하셨잖아요. 많이 올 거예요" "오면 어디서 재워야 하노?"
"희망버스는 추워도 잘 준비들하고 옵니다. 어린아이 데리고 오는 분들도 있으니 노약자 숙소만 마련하시면 될 것 같은데요"
"멀리서 오는데 우리가 맛난 것 준비해야제, 어떤 것이 좋겠노?"


메뉴는 제각각 말들이 나오니 정리가 잘 안 된다. 이러저러한 얘기가 오가다 또 몇 명이나 오는지 물어보신다. 많이 올 거라고 '할매'들을 안심시킨 후 자리를 깔고 눕는다.

비닐 두 겹으로 만든 바드리 농성장. 이불 밖 머리가 시리다. 갑자기 옆에서 주무시던 어르신이 신음하신다. 꽤 오래 고통스러운 신음을 한다. 가위눌린 것 같아 깨웠다. 10월 1일부터 거의 밖에서 자고 계신 분인데 일흔이 넘으셨다. 저러다 큰일 나겠다 싶어 한숨이 나온다. 밀양은 벌써 겨울인데…. 구글에서 프레시안을 더 자주 만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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