깃발 주변에는 발자국만 어지러웠다. 그것을 뽑으려는 사람들과 지키려는 이들의 갈등은 거리에서, 강가에서 연일 부딪쳤지만 그 깃발은 꼿꼿이 서서 어느새 익숙한 풍경이 되어가고 있었다.
4대강 사업을 둘러싸고 터진 일들은 하나 둘이 아니었다. 덤프트럭 기사들이 밀린 임금에 반발했고, 환경운동가들이 공사중인 보의 기둥에 올라가 한 달 동안 위태로운 농성을 감행하기도 했다. 희귀종인 단양쑥부쟁이 군락지가 파괴돼 논란이 일었고, 한 스님이 "강의 사업을 멈추고 서민을 돌보라"는 유언을 남기고 스스로 몸을 불사르는 일도 일어났다. 군은 사업에 동원할 부대까지 창설했다. 연이은 사건들이 갈등과 논란을 증폭시켰다. 그러나 갈등은 갈등으로 그쳤다. 그러는 동안 포클레인은 쉬지 않고 강의 모래톱을 잘라냈고 9조원이 넘는 4대강 사업비가 포함된 2011년 예산안은 지난해 말 여당에 의해 날치기 처리됐다.
소리없는 얼굴들
흐르지 않는 물은 무서운 것이었다. 그것은 아버지의 아버지와 할아버지의 할아버지부터의 흔적까지 요구했다. 영주댐 수몰지인 경북 영주의 금광리와 강동리 511가구만 해도 당장 그 기억을 놓아야 하는 처지다. 정부는 2009년 8월 4대강 살리기 사업 계획을 발표하면서 이곳에 댐 건설을 결정했다. 반대할 시간도 없었다. 발표 4달 만인 같은 해 12월 공사는 착공됐다. 마을사람들의 포기는 스스로 내렸지만 스스로 내리지 못한 결정이었다. 평생 마을을 넘을 일 없던 목소리들은 결국 이번에도 마을을 넘지 못했다.
이뿐일까...... 소리없는 이 얼굴들 뒤로 흐르던 강은 오래된 기억들을 수장시켜 버릴 것이다. 그리고 누군가 꽂아놓은 깃발의 기억이 시작될 것이다. 현재 4대강 사업의 핵심인 보 건설과 준설 공사의 공정률은 70%를 넘어섰다.
글/ 최형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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