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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와 새 정치는 이제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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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와 새 정치는 이제 '시작'이다

[기고] 진보정당 분열과 노무현 정권 한계 되새겨야

안철수 의원의 새정치연합이 민주당과 통합신당 창당을 추진 중이다. 이를 두고 의견이 분분하다. 특히 새누리당은 물론, 야권 내부에서조차 비판적 시각이 만만치 않다. 이런 상황에서 통합신당의 창당 이후 안철수 의원과 새 정치는 어떤 운명에 처하게 될까?

결론부터 말하자. 안철수 의원과 새정치연합에 대한 호불호를 떠나, 민주당과 새정치연합 간의 통합을 두고 안철수 의원과 새 정치가 막을 내렸다고 선언하는 것은 매우 성급하다. 뿐만 아니라 민주당과 새정치연합 간의 통합은 한국 정당체제의 특성과 야권의 유권자 편성구도를 고려할 때, 충분히 -전격 선언할 것이라고 예측은 못했어도- 예견할 수 있었던 '불가피한' 경로이다.

한국 정당체제는 양당우위 체제이다. 즉 기본적으로 제3세력이 홀로 온전히 수권 정당의 전망을 밝히면서 뿌리를 내릴 수 있는 토양이 아니다. 게다가 야권의 유권자들은 현 여권과 달리 민주당, 새정치연합, 여러 진보정당들로 분산되어 있다. 통합이 승리 전망을 밝히기 위한 기초일 수 밖에 없다. 이는 16대, 17대 대통령 선거에서 DJP 연합과 노무현-정몽준 연합을 했던 것, 2010년 지방선거와 18대, 19대 총선, 그리고 2012년 대통령 선거에서 무상급식 등의 정책과 문재인 후보를 내세워 야권연대를 했던 것에서 확인할 수 있다.

▲ 지난 2012년 대선 캠프 해단식에서의 안철수 의원 모습. ⓒ최형락

이러한 점들을 감안하면 안철수의 새 정치는 막을 내린 것이 아니라, '이제서야' 한국정치의 특성에 맞는 본격적인 실험에 착수한 것이다. 야권의 정책적 유사성과 연합의 필요성을 인정한 가운데, '현실적인' 새 정치가 다시금 시작된 것이다.

안철수 새정치연합과 민주당의 통합신당 창당에 대해 가해지는 비판들의 핵심은 현 시기 낡은 정치의 상징으로서 사멸의 위기까지 거론되는 민주당과 통합하는 것은 '야합'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통합의 이유가 이념이나 정책이라기보다는 지지율이 점차 떨어지고 경쟁력 있는 후보역량을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이와 같은 내용에 기댄 비판은 의도한 것이든 아니든 간에 정치에 대한 잘 못된 이해에 기댄 것이다.

정치에서 중요한 것은 '의도보다 결과'다. 따라서 기성 정치의 오류와 한계를 지적하는 것에 머무는 것이 새 정치가 아니다. 통합은 '지적질'에 머물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명이다 이제 그 결과가 무엇인지 지켜봐야 한다. 하지만 아직 그 결과는 나오지 않았다. 통합 자체를 갖고 비판의 칼날을 들이대는 것이 성급한 이유이다. 또한 정치에서, 특히 새 정치 세력이 가져야 할 중요한 역량은 바로 저명한 정당학자 지오반니 사르토리도 강조한 바 있는 '연합형성 및 폐기의 능력'이다. 이 능력에 기초해 새 정치 세력은 기성 정당의 '훼방'에 굴하지 않고 유의미한 존재로 커갈 수 있으며, 정책적 성과를 내올 수 있다.

통합신당의 창당은 바로 그와 같은 능력을 발휘한 것이기도 하고, 향후에 그 능력을 더욱 극대화하기 위한 것이기도 하다. 게다가 통합파트너인 민주당은 적법하게 치러진 선거를 통해 제1야당의 위치에 오른 정당이다. 다만 제1야당에 걸맞지 않게 지지율이 '상당히' 낮은 정당일 뿐이다. 기초단위 정당공천 폐지를 비롯해, 경제민주화 정책 등에서 안철수 새정치연합의 정책과 공통적인 것인 많은 정당이기도 하다. 후보역량을 못 구한 무능 때문에 통합한 것이라는 비판은 '정치는 사실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의미를 창출하는 실천'이라는 것을 간과한 것이다. 무능은 '사실'일 수 있다. 하지만 통합은 한계를 인정하고 결단을 내린 것이라는 '의미'를 갖는다.

안철수와 새 정치 세력 역시 잊어서는 안 된다. 정치는 결과를 중시하며, 연합형성 및 폐기의 능력을 필요로 하고, 의미를 창출하는 실천이라는 것을. 통합신당의 창당이 그것을 모두 충족시킨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새 정치의 행보를 단지 시작했을 뿐이라는 것을. 민주화 이후의 한국정치에서 '새 정치의 원조'라고 할 수 있는 민주노동당은 2004년 17대 총선에서 국민적 관심과 기대 속에 국회 진입에 성공했고, 한때 10석 밖에 안 되는 의석으로도 20%에 달하는 지지를 얻었다. 그러나 현재는 정의당, 노동당, 통합진보당 등으로 갈리어져 있으면서 지지율을 잡아내기조차 어려울 정도이다. 민생개선을 위한 새로운 정책은 있었으나 진보의 독자성만을 강조하다가 실제 이룬 결과가 미약하였고, 분열과 분당을 반복하면서 '분화'의 긍정적 의미를 창출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낡은 정치 청산을 외치며 집권에 성공했던 노무현 정권 역시 마찬가지다. 사전 정지 작업도 없이 국가보안법 폐지와 과거사 청산 등 보수-진보 진영 간 갈등을 유발하는 의제에 우선 매달리며 민생문제 해결에 집중하지 못함으로써 민심을 잃었다. 민주노동당이 아닌 한나라당에 연정을 제안하는 무리수를 두면서 오히려 고립되었다. 결국 개혁의 의미를 사회경제적인 것으로 확장하지 못하고 무능한 정부로 낙인찍혀 정권을 내주었다. 이와 같은 한국정치의 역사적 경험들을 잘 새겨야 안철수의 새 정치에 미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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