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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대표보다 이주노동자 월급이 많은 여기는…"

[박진현의 제주살이] 제주 행복나눔마트

작년 한해는 협동조합의 해였다. 기획재정부의 자료에 따르면 올해 1월 31일자로 전국에 3597개의 협동조합이 설립됐다. 작년 2월 설립된 협동조합수가 444개. 10개월 동안 무려 3000여 개의 협동조합이 새로 만들어졌다. 지금 이 순간에도 전국 지자체에 협동조합 설립 신고가 밀려들고 있다. 올해 1월 한 달 동안 414개의 협동조합이 설립 신고를 했다. 2012년 12월 1일 협동조합기본법이 발효되고, 1년 조금 넘는 시간 동안 벌어진 일이다.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일이었다.

작년 한해 만들어진 협동조합 중 문화협동조합, 지식인협동조합, 대안에너지협동조합, 마을공동체사업협동조합 등이 언론과 사람들의 주목을 받았다. 이들 협동조합이 공익을 우선하거나, 많은 사람들이 누리고자 하는 대안적인 문화, 공동체적 욕구와 맞아 떨어졌기 때문이었다. 반면 상대적으로 노동자협동조합(직원협동조합)은 별 관심을 끌지 못했다. 협동조합에서도 노동은 여전히 인기가 없었다. 노동자협동조합은 협동을 통해 자본의 착취, 지배로부터 벗어난 주체적인 노동을 꿈꾼다. 우리 사회가 자본주의의 가장 큰 쟁점인 착취 문제가 사회적 의제가 되지 않듯이, 아무리 협동조합이 인기여도 노동자협동조합이 가진 불순한 꿈은 주목받기 어려웠다면 과도한 추측일까?
제주도에 다른 경제와 노동을 꿈꾸며 만들어진 노동자협동조합이 있다. 행복나눔마트협동조합이다. 행복나눔마트협동조합은 기존 마트를 인수해 작년 4월 1일 노동자협동조합으로 문을 열었다. 현재 조합원은 23명이다. 사단법인 행복나눔제주공동체가 행복나눔마트협동조합을 만든 모태다. 사단법인 행복나눔제주공동체는 제주의 진보정당, 지역운동, 노동운동을 하는 사람들이 뜻을 모아 작년 초에 만든 단체다. 생활의 문제를 함께 풀어가며, 협동체간의 협동을 통해 성장을 꿈꾸며, 다양한 협동체가 제주를 바꾸는 씨앗이 되기를 바랐다. 행복나눔제주공동체가 제일 먼저 시작한 사업이 행복나눔마트협동조합이었다. 작년 한해 다양한 협동조합이 전국에서 만들어졌지만, 마트를 노동자협동조합으로 만들어 운영하는 것은 제주도의 행복나눔마트협동조합이 최초다.

▲ 제주도의 행복나눔마트협동조합. ⓒ박진현

행복나눔마트는 매장규모가 270평이다. 중간규모의 마트다. 제주시 노형동에 위치해있다. 제주시 노형동은 신제주로 불리는 곳이다. 서울로 따지면 제주도의 강남인 셈. 아파트 매매가가 3억 원이 넘는 곳들도 있다. 제주에서 뜨는 지역이다. 그래서 그런지 제주도에 4개의 대형마트가 있는데, 이중 2개가 노형동에 있다. 행복나눔마트는 이마트와 롯데마트, 대형마트 두 곳 사이에 위치해있다. 사업 경험도 없는 지역의 활동가들이 마치 대형마트와 맞장을 떠보겠다는 식으로 이곳에 노동자협동조합 마트를 만들었으니, 무모한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올 만하다.

김기섭 파프리카 인터내셔날 대표는 ‘깨어나라 협동조합’이라는 저서에서 “이제 노동자협동조합은, 공동소유의 협동조합이라는 관점에 우선해서, 민주적 내부 운영과 관리라는 ‘협동노동’의 협동조합이라는 관점으로 재조명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노동자협동조합의 핵심은 공동소유 기업이 아니라 협동노동 기업이라는데 있다는 것. 김 대표는 협동노동의 협동조합에서는 몬드라곤 협동조합 원칙에서 보이는 민주적인 조직, 자본에 대한 노동주권, 자본의 도구적이고 부수적인 성질, 경영에의 참여, 보수의 연대성 등과 같은 내부적 운영방식의 문제가 중요한 테마로 자리 잡게 된다고 강조했다. 행복나눔마트협동조합이 문을 연지 이제 1년이 다 되어간다. 어떤 성과와 한계가 있을까?

행복나눔마트는 노동자협동조합으로써 출발할 때 한계도 있었다. 기존 마트를 인수했기 때문이다. 즉 노동자마트협동조합을 만들어보자는 목표와 취지에 동의한 사람을 모아서 시작한 것이 아니라, 기존 마트 직원과 함께 했다. 그래서 한계도 있었지만, 기존 마트와 바로 비교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이경수 행복나눔마트협동조합 대표는 “마트라는 사업체는 대형마트는 물론 중소마트도 인건비를 싸게 해서 수익을 내는 구조다”며 “기존 마트에서 일하는 직원이 11명이 있었는데 주6일 근무에, 하루 10시간 일해서 한달 받는 급여는 120만 원이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행복나눔마트는 작년 4월에 문을 열고 노동시간을 하루 10시간에서 8시간으로 줄이면서 급여는 170만 원으로 올렸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임금을 설계할 때 임금제도를 평등하게 했다. 이사장이든 일반 직원이든 같은 시급 6100원을 받는다”고 설명했다. 그러다 보니 이사장보다 노동시간이 긴 배달하는 노동자나, 이사장보다 나이가 많은 중국동포 노동자가 급여가 더 많다고 한다. 스물여섯 살인 필리핀 여성노동자도 똑같은 급여체계를 적용 받는다. 이전에는 100만 원 남짓한 급여를 받았는데, 현재는 160만 원 정도를 받는다고 한다. 이러한 일은 노동자협동조합이라서 가능하다. 대표도, 중국동포 노동자도, 필리핀 여성노동자도 다 같은 조합원이기 때문이다.

▲ 제주 행복나눔마트. ⓒ박진현

행복나눔마트는 올해부터 임금삭감과 노동조건 저하 없는 주5일제를 실시했다. 그러다 보니 일하던 노동자도 문을 열던 당시 11명에서 21명으로 두 배가 늘었다. 물론 이들 모두 정규직이다. 중소마트에서 일하는 노동자 대부분은 계약직도 아닌 일용직 신분이다. 급여는 최저임금 수준이고, 4대 보험도 적용 받지 못한다. 근로기준법은 업주나 노동자나 생각 밖에 있다. 대형마트는 중소마트 자영업자와 달리 재정적 능력이 충분하지만 노동착취라는 측면에서 별반 다르지 않다. 오히려 더 악랄하고 교묘하다. 얼마 전 드러난 이마트 노조 설립방해 사례만 봐도 그렇다.

행복나눔마트협동조합은 보수의 연대성이 높은 수준이다. 오히려 높아서 반발이 생기기도 했다. 강석수 행복나눔공동체 공동대표는 “중국동포인데도 나이가 많아서 가장 많은 급여를 받자, 제주도 사람인 우리보다 저 사람이 임금이 왜 더 높냐라는 반발이 있었다”고 말했다. 노동자협동조합으로 운영하다 보면 임금을 포함해 여러 가지 어려움과 갈등이 발생한다. 강 대표는 “매주 1회 토론회와 조합원 교육을 진행한다”며 “어떤 문제와 갈등이 발생하면 현장에서 조합원 토론회를 통해 해답을 찾아간다”고 밝혔다. 교육과 토론을 통해 협동조합의 정체성을 같이 찾아가는 과정이라는 것. 강 대표는 “모든 조합원이 전산에 대한 접근성이 있어, 매일 매일 수입과 지출을 알 수 있다”며 “매출에 따른 수익, 잔금이 얼마인지 투명하게 공개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얘기 하나. 최근 ‘감정노동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연구조사가 발표됐다. 김인아 연세대 교수가 2007년부터 2009년 사이에 실시된 국민건강영양조사에 참여한 임금노동자 약 5700명을 대상으로 했다. 그 결과 감정노동을 많이 할수록 우울증이나 자살 충동에 더 많이 노출되는 것으로 드러났다. 감정노동자들은 보통 노동자보다 우울증은 평균 3.7배, 자살 충동은 평균 3.3배나 높았다. 감정노동이란 직업상 본연의 감정을 숨긴 채 특유의 표정과 몸짓을 드러내는 노동이다. 고객이나 상사가 ‘몹쓸 짓’을 해도 참아야 한다. 마트 노동자, 비행기 승무원, 백화점 판매원, 식당 직원, 콜센터 직원 등이 대표적인 감정노동자이다. 행복나눔마트에서 일하는 조합원이면서 노동자인 그들은 어떨까? 마트에 오는 손님들 중에 소위 ‘진상’도 있다. 손님을 가려 받지 않으니까. 어느 날 무례한 행동을 한 진상 손님과 이를 참지 못한 노동자가 결국 싸움이 붙었다. 이럴 때 손님들이 잘 하는 말이 있다. “사장 불러.” 이 말을 들은 노동자가 한 말. “내가 사장이다.” 주위 지인 몇 사람에게 이 얘기를 했더니 재미있어 했다. 대표 입장에서는 난감한 일이였겠다. 좌충우돌 중이지만 노동의 즐거운 변화가 시작되고 있는 건 아닐까.

행복나눔마트협동조합도 해결해야할 과제들이 많다. 행복나눔마트는 조합원 간 출자금의 격차가 크다. 기존 마트에서 일하던 노동자들은 한 구좌 300만 원씩 출자를 했다. 최저임금 수준을 받는 그들로써는 사실 더 여력도 없었을 것이다. 11명이 낸 출자금만으로는 턱 없이 부족한 돈. 이경수 대표는 주위 지인을 통해 부족한 출자금을 모았다. 몇 천만 원을 출자금으로 낸 사람도 있었다. 조합원 간 출자금 격차가 크다 보니, 한 구좌만 출자한 노동자 조합원이 행복나눔마트협동조합의 주인이라는 생각이 약할 수밖에 없었다. 스페인 몬드라곤협동조합에서는 이런 문제를 방지하기 위해 모든 조합원이 똑같은 출자금을 낸다. 이 대표는 “협동조합으로써 1인1표이기는 하지만 한 구좌를 낸 사람은 종속적인 느낌을 갖고, 많은 구좌를 출자한 사람은 권한이 더 많다고 느껴 갈등요소가 된다”고 말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이 대표는 “한 구좌를 출자한 사람은 세, 네 구좌로 늘리고, 스무 구좌를 한 사람은 줄여 나가려고 계획을 잡고 있다”며 “많은 구좌를 출자한 사람에게 마트에서 수익이 나면 출자금을 현금으로 돌려줄 계획이다. 출자금액 규모를 똑같이 만들기는 어렵겠지만 일정한 범위내로 맞추는 것을 목표로 잡고 있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조합원 간 출자금의 차이로 인한 배당금 격차를 줄이기 위해 출자배당금 뿐만 아니라 일배당금도 만들었다. 노동에 대한 배당이다. 출자배당금과 같은 비율이다. 전체 수익 중 약 4%이다. 작년에 노동자 한 명당 92만4000원을 일배당금으로 받았다. 이 대표는 “일배당금을 매년 받을 수 있고, 퇴직할 때 받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김기섭 파프리카 인터내셔날 대표는 “노동자협동조합을 바라 볼 때 유의해야 할 점은 노동자협동조합이 내부적으로는 산업민주주의를 제공할 수는 있어도 외부적으로는 여전히 하나의 기업으로 전락할 우려가 있다”며 “이런 문제는 특히 노동자협동조합의 참여 주체와 사업내용, 그리고 잉여금의 분배 방식에서 분명히 드러난다”고 지적했다. 김 대표는 “지금까지 수많은 노동자협동조합이 그 참여 주체를 내부적 노동자로 한정했고, 일반기업과 별 차이가 없는 사업내용을 일반기업과 별 차이가 없는 사업방식으로 전개했으며, 잉여금의 분배 또한 내부적 구성원에 대해서는 보수의 연대성을 발휘했을지 몰라도 외부사회를 향해서는 크게 고려하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라고 말했다.

행복나눔마트협동조합도 김 대표의 지적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이 대표는 “협동조합의 기본 취지가 첫 번째는 조합원 권익향상이고, 두 번째는 지역사회 기여다”며 “현재 조합원 권익향상은 일정 만족시켜 나가고 있지만, 지역사회 기여는 부족하다”고 밝혔다. 개인사업자가 마트를 운영할 때 하루 매출이 평균 800만 원이었다. 지금은 20%가 올라 하루 매출이 1100만 원이다. 매출은 늘었지만, 급여를 대폭 올리고, 인력을 늘리다 보니, 인건비 비중이 절반에 달하는 것이 현실이라고. 이 대표는 “지역사회에 기여하기 위해서는 매출을 더 올려야 한다”고 말했다.

▲ 행복나눔마트는 수익의 3분의 2를 지역사회에 환원한다. ⓒ박진현
행복나눔마트협동조합은 지역사회 기여라는 측면을 만들 때부터 적극적으로 고민했다. 행복나눔마트는 문을 열면서 적립금과 배당금, 각종 비용을 뺀 나머지 수익의 3분의 2를 지역공동체 활성화 사업지원, 지역 내 취약계층 직접 지원 등의 방식을 통해 지역사회에 환원키로 했다. 저소득층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기 위해 만들어진 자활공동체 ‘맛드림’ 반찬사업단을 비롯해 제주지역 사회적 기업들이 행복나눔마트에 자리잡는 등 나눔과 연대의 경제를 실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현실적인 어려움도 녹록지 않다. 이 대표는 “법정적립금 10%, 사업준비금, 사업개발비, 교육 등 사용되는 임의적립금과 일배당, 출자배당 등을 제외하면 지역사회에 환원하는 돈은 적다”라고 솔직하게 밝혔다. 이 대표는 “상황이 이러다보니 너희만 잘 살려는 것 아니냐는 비판을 듣기도 한다”고 말했다.

행복나눔마트협동조합은 이제 첫걸음을 내딛었다. 이경수 대표 역시 “아직 갈 길이 멀다”며 “여러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최소한 2,3년은 더 걸릴 것이다”라고 말했다. 내부적으로는 임금의 평등성을 뛰어넘어 조합원들이 스스로 조합의 주인으로 서도록 노력해야 하며, 외부적으로는 제주 지역사회와 함께 공동체를 만들어가는 과제를 이뤄내야 한다. 대형마트와 치열한 경쟁을 벌여 생존을 해야지 이 과제들도 그나마 실현이 가능하다.

박근혜 대통령은 3월 10일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쓸데없는 규제는 쳐부술 원수이자 제거해야할 암 덩어리”라고 발언했다. 박 대통령의 규제척결 발언이 나온 후, 대형마트들은 의무휴업일조차 없애달라고 떼를 쓰고 있다. 대형마트 의무 휴업일은 대기업과 골목상권 간 상생의 상징적 존재다. 경제민주화 바람을 타고 만들어졌다. 노동자협동조합 역시 대기업 중심 경제체제 하에서는 생존하기가 어렵다. 행복나눔마트는 이마트, 롯데마트 두 개의 대형마트 사이에 있다. 월 2회 같은 날 두 마트가 휴업을 한다. 이날 행복나눔마트 매출은 하루 1100만 원에서 1500만 원으로 뛴다고 한다. 박 대통령이 암덩어리로 규정한 규제를 제거하면서 쳐부수고 말 것이 과연 무엇인지 우려스럽다.

스페인의 몬드라곤협동조합 그룹에 에로스키라는 유통분야 협동조합이 있다. 스페인에서 두 번째로 큰 유통업체이다. 전국에 2500개의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이 대표는 “아직 장밋빛 전망을 말할 때가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지만, 몬드라곤 협동조합 그룹도 자그마한 하나의 노동자협동조합으로부터 시작했다. 몬드라곤 협동조합은 111개 협동조합으로 확산되면서 내부 연대의 경제를 실현했다. 몬드라곤협동조합 그룹은 스페인 바스크 지방에 있다. 바스크는 스페인 안에 있으면서도 독자적인 언어와 문화를 가졌다. 그래서 자치지역이다. 제주도도 바스크와 비슷한 측면이 있다. 행복나눔마트협동조합이 제주 몬드라곤의 출발이 되었으면 좋겠다.

* 부산과 서울 등에서 노동운동을 하던 박진현 씨는 최근 제주에 살게 됐습니다. 최근 대안적인 삶을 꿈꾸며 도시에서 제주로 내려오는 사람들이 적지 않습니다. 언론협동조합 프레시안 조합원인 박진현 씨는 제주, 더 나아가 전국 각지에서 공동체적인 삶을 고민하는 이들과 길을 함께 모색하고 싶습니다. 이런 생각에 제주 지역의 협동조합, 사회적 기업 등을 찾아 소개하는 글을 부정기적으로 실을 계획입니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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