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김수환 추기경의 선종 5주년을 맞아, 그의 선종 직전 모습을 담은 영화가 탄생했다. 추기경의 삶은 어떤 것인지, 인간 김수환으로서의 삶은 어땠는지를 보여주는 영화 ‘그 사람 추기경(감독 전성우)’이 개봉을 앞두고 있다.
선종 전, 1000일 간의 발자취를 그린 이번 작품은, “사람들은 나를 어떻게 봐요?”라는 김수환 추기경의 물음에서 시작됐다. 그의 질문에 어떠한 답도 내놓지 못한 전성우 감독을 비롯한 여러 사람은 이제 그 해답을 찾아 김수환 추기경에게 들려주고자 한다.
▲ 고 김수환 추기경의 삶을 기록한 영화 '그 사람 추기경'이 개봉을 앞두고 있다. ⓒ뉴스컬처
“영화를 만들었다기보다 추기경님의 모습과 그를 기억하시는 주변 분들의 말씀을 중간자의 위치에서 전했을 뿐이다. 영화를 잘 만드는 능력이 없어 그의 여정을 담아 올리기만 했다.”
전성우 감독이 지난 17일(목) 열린 언론시사회에서 내놓은 말이다. ‘참 겸손한 말’이라는 생각과 함께 ‘그 사람 추기경’을 가장 잘 설명하는 문장이 아닌가 싶다. 전 감독의 말처럼 본 작품은 김수환 추기경의 삶과 주변 인물들이 그를 바라보는 관점을 담아내기만 했다. 그래서 더 깔끔하고 깊은 울림이 있다.
오늘날 현실에서 성스러운 종교인의 삶을 걷는 것이란 참으로 어려운 일일 테다. 그리고 그것은 한 종교를 대표하는 인물에게는 더 큰 짐이 될 터. 영화 속에 등장하는 김수환 추기경의 모습을 봤을 때 가장 먼저 든 생각은 “평범하게 사는 게 가장 좋다”는 것이었다. 새해를 맞이하면 수백 명의 사람이 추기경을 찾아오고 인사를 한다. 힘든 일이 있을 때도 김수환 추기경이 머무는 곳에 방문한다. 그의 한마디를 듣고 위로받기 위해, 힘을 내기 위해 사람들은 끊임없이 그를 찾는다. 김수환 추기경에게 갖는 사람들의 기대는 늘 크다. 추기경으로서의 삶은 참으로 고됐으리라. 하지만 그는 한 번도 사람을 진심으로 대하지 않은 적이 없었다.
전 감독의 말처럼, 김수환 추기경은 모든 사람을 공평하게 사랑하기 위해 한 사람에게 깊은 사랑을 주지는 못했다. 성직자의 삶이란 그런 것이기에, 그를 가까이서 만나는 사람들은 조금씩 귀여운 불만을 품고 있었다. “무뚝뚝했다”고 말하는 교인들, “인사드리러 갔는데, 가족에게는 축복의 말씀을 하지 않더라”는 조카며느리의 말에서는 김수환 추기경을 향한 조금의 서운함이 담겨 있었다. 하지만 그들의 작은 투정마저 김수환 추기경을 향한 사랑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작품 속에는 동기 사제, 수녀, 연예인, 가족 등 다양한 인물들이 등장하는데, 이들은 김수환 추기경을 곧고 강한 사람으로 기억하고 있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어느새 스타가 된 삶에 거만함을 느낄 수 있었지만, 늘 겸손한 자세로 사람들 곁에 남아있던 사람. 가난한 사람들과 함께 있어야 함에도 그렇지 못해 늘 미안하다는 사람. 그런 사람이 김수환 추기경이기 때문이다.
영화는 가톨릭 신자가 아닌 관객에게도 따뜻한 무언가를 남긴다. 전도를 목적으로 하거나 김수환 추기경이라는 사람을 미화시키지도 않는다. 그저 ‘이런 종교인이 세상에 있었다’라는 사실만을 올려놨기 때문에 다른 종교를 가진 사람일지라도 거부감 없이 편안한 마음으로 영화를 관람할 수 있다. 다만, 아쉬운 건 휴먼 다큐멘터리라는 장르를 지닌 본 작품의 러닝타임이 121분이라는 사실이다.
“사람들은 나를 어떻게 봐요?”라는 물음에서 출발한 영화, ‘그 사람 추기경’은 영화 말미 그 해답을 사람들과 김수환 추기경을 향해 내놓는다. “그는 아름답게 살고, 아름답게 간 사람”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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