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림축산식품부가 쌀 관세화를 내년 1월1일부터 시행한다고 밝혔습니다. 쌀 관세화는 쌀에 관세를 매기면 얼마든지 쌀을 수입할 수 있는 제도로, 우리나라가 쌀 시장을 완전히 개방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쌀 관세화 문제는 1994년 우루과이라운드(UR)에서 출발합니다. 우루과이라운드를 통해 세계무역기구(WTO)가 세계 농산물 시장개방을 관장하게 되면서 농업시장 개방이 본격적으로 시작됩니다. 세계무역기구에서 우리나라는 개발도상국 지위를 인정받아 쌀 관세화를 2004년까지 늦췄고 이후에는 의무수입물량을 늘리는 방식으로 2014년까지 다시한번 10년간 쌀 관세화를 연기해왔습니다. 농식품부는 18일 쌀 관세화를 내년부터 시행한다고 밝히고, 9월까지 관세화율과 쌀 산업발전대책을 강구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동필 농식품부 장관은 쌀 관세화가 불가피한 선택이며 향후 이뤄질 자유무역협정(FTA)과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서 쌀 고 관세율을 지킬 수 있도록 하겠다고 공언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전국농민회총연맹을 비롯한 농민단체와 농민들은 농식품부의 이 같은 주장이 근거가 없다고 비판합니다. 쌀 관세화, 즉 고율관세를 매긴 쌀 개방은 기존에 맺어놓은 자유무역협정은 물론 향후 맺게 될 국제통상협약에 의해 유지되기 힘들기 때문입니다. 이에 옥천신문에서는 쌀 관세화와 자유무역협정,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 등 어려운 단어들이 난무하는 각종 국제협약이 우리농업에 무슨 영향을 주는지 농업농민정책연구소 녀름 장경호 부소장을 만나 물어봤습니다.
(편집자주.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 아시아·태평양 지역국 간에 진행 중인 광역 자유무역협정을 말한다. 2005년 6월 뉴질랜드·싱가포르·칠레·브루나이 등 4개국 체제로 시작했으며, 이후 미국·캐나다·멕시코·호주·뉴질랜드·싱가포르·브루나이·베트남·말레이시아·칠레·페루 등 11개국이 참여하고 있다. 이곳에 가입하기 위해서는 기존 가입국 모두의 동의를 필요로 해 각 국에 일종의 선물을 줘야 하는데. 이들이 농산물시장 개방이다. 한국에 가장 많이 요구하는 것은 농산물 수출이다.)
■ 농산물과 관련된 국제협정은 다양하고 복잡하지만 알려져 있는 사실은 너무나 빈약하다. 때문에 상당수 농민들은 각종 국제협정들이 자신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도 모른 채 두려워한다. 옥천과 같은 농업군에 영향을 미치는 국제협정은 크게 자유무역협정,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 쌀 관세화 시행 정도인거 같다.
= 먼저 국제협정과 농업의 상관관계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 쌀 개방문제나 자유무역협정,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 등에서 우리 농업이 봐야 할 것은 농산물 시장을 얼마나 확대하느냐다. 이걸 정부는 굉장히 어렵게 설명하고 있는데 쉽게 이야기하면 수입농산물이 얼마나 들어올 수 있느냐를 정하는 것만 보면 된다. 국내 시장은 한정되어 있는데 외국 수입농산물이 들어올 수 있는 길을 열어주면 그만큼 국내산 가격과 품목에 직간접적 영향을 미치게 된다. 수입품이 들어오면 그만큼 시장을 뺏기고 남은 부분으로 우리 농민들끼리 경쟁해야 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우리나라 농업의 운명을 좌우할 힘을 '수입농산물'에 빼앗겨 버린다. 우리 농업의 생사여부를 외부에 넘겨주게 되는 것이다. 이 때문에 농민들이 농산물 개방의 대문과 빗장을 어떻게든 막아내려 하는 것이다.
■ 녀름에서 5월15일 발표한 'FTA 발효 이후 국내 농업분야의 피해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소비된 과일에서 수입과일 비중이 23%, 수입산 돼지고기는 17.8%를 차지한다고 보고했다. 이는 국내 농업에 큰 타격을 입힐 것이라던 한·미 자유무역협정의 악영향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지도 않았다는 점에서 놀라운 수치다. 이미 국내에는 상당한 양의 수입 농축산물이 들어와 있는 상황인가.
= 그렇다. 그 원인은 우루과이라운드를 통해 출범한 세계무역기구(WTO) 체제에서 시작한다. WTO는 참여한 160개국 모두에게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다자간 협상이다. 회원국 전체를 시장 개방하는 게 목적인데, 이게 실효성을 거두지 못했다. 선진국은 6년 유예 관세 얼마, 개발도상국은 10년 유예에 수입제외 품목, 관세율 얼마 하는 식으로 적용된 농업협정문이 있어서다. WTO 기간이 끝나고 도하개발어젠다(DDA) 체제로 이어가려 했는데 이게 타결되지 못했다. 무역협정은 민감한 사안이라 160개국 회원국 모두의 동의를 이끌어내는 게 불가능해서다. 그래서 미국 등 강대국들을 중심으로 자유무역협정이 만들어졌다. 이건 국제무역기구 협정을 기본으로 하고 그 위에 추가적으로 무엇을 더 개방할지를 두 나라가 정하는 것이다. 즉 자유무역협정은 최소한 국제무역기구 협정 이상의 개방을 하게 되어 있어 수입 농축산물은 꾸준히 늘어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농산물시장 개방은 1994년 이래 한 번도 후퇴한 적이 없다.
(편집자주. 도하개발어젠다: 우루과이라운드를 통해 출범한 세계무역기구 체제의 뒤를 이어 새로운 세계 무역 질서를 만들기 위해 추진된 논의로, 농산물과 공산품 외에 서비스, 지적 재산권 등의 다양한 분야를 포함한 무역 자유화를 목표로 했다. 하지만 세계무역기구 전 회원국의 동의를 얻지 못해 실패로 결론났다.)
■ 우루과이라운드 협상 당시에는 농업이 곧 붕괴될 것이라 말했지만 세계무역기구 체제 20년간 농업이 완전히 무너진 건 아니다. 농산물 수입이 국내 농업의 붕괴를 불러오지 않는다는 중앙정부의 말마따나 그래도 국내 농업은 살아남지 않을까. 소농과 고령농들의 어려움도 20년 전이나 지금이나 마찬가지 아닌가.
= 수입농산물 증가에도 우리 농업이 생존을 위협할만한 위험을 못 느끼는 건 그만큼 시장이 커져서다. 쌀은 예외지만 옥천에서도 많이 생산된다는 포도나 복숭아는 그동안 구매시장이 많이 커졌다. 때문에 가격 경쟁력에서 수입농산물에 뒤쳐져도 어느 정도 판매가 이뤄질 수 있었다. 꾸준한 농업인구 감소도 한몫했다. 1991년 715만이던 농민의 수는 2013년 296만명으로 감소했다. 농업에 종사하는 인구수 자체가 줄어들다보니 수입농산물이 들어와도 어느 정도 버텼던 거다. 문제는 수입 농산물 물량이 지금보다 늘어나게 되면 농가생산경쟁력이 낮은 고령농이나 소농은 시장경쟁에서 밀려 탈락할 수밖에 없다.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양상이 나타날 것이다.
■ 미국이나 캐나다, 유럽, 중국 등이 우리나라와 자유무역협정을 맺고 농산물을 수출하려는 근본적인 이유가 무엇인가.
= 국제 농산물시장에서 한국이라는 시장의 위치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세계무역기구 회원국은 160개나 되지만 실제 농산물을 수출할 수 있는 국가는 미국과 유럽연합, 캐나다, 호주, 칠레, 중국 등 10여 개국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사실 농산물을 수출한다는 게 유통비용과 수출기준 등을 맞춰야 해 가격이 높아질 수밖에 없는데, 그만큼 비싸진 농산물을 사줄 수 있는 경제력이 있으면서도 농업이 빈약한 국가가 거의 없다. 아무리 수출해도 돈 없는 나라는 미국산 과일 못 사먹고, 농업경쟁력 있는 나라 국민들은 수입농산물을 사먹지 않는다. 구매력 있으면서도 농업 경쟁력이 떨어지는 곳은 한국이나 일본, 대만 정도다. 그래서 기를 쓰고 농산물 수출 하려는 것이다.
■ 현재 우리나라는 전 세계 49개국과 총 12건의 자유무역협정을 타결하고, 21개국과 9건의 자유무역협정을 추진하고 있다. 세계에서 미국 다음으로 자유무역협정을 많이 맺은 나라가 한국인데, 자유무역협정을 맺은 나라들을 어떻게 분류하고 대비해야 할까.
미국과 호주는 축산과 과일에 경쟁력이 있다 보니 국내농업이 몇 가지 분야가 직격탄을 맞는 반면, 중국과의 자유무역협정은 농산물 전반에 타격을 줄 것이다. 중국은 우리나라와 지리적으로 붙어있고 똑같은 품종을 가지고 있다. 초민감품목은 빠지기로 했다지만 농업 전반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중국 산둥반도와 인천이 배로 11시간이다. 시스템만 갖추면 채소류도 수입이 가능해진다. 농산물 수입이 전 방위적으로 이뤄지면 해당 농산물이 아니라도 피해가 올 수밖에 없다. 농산물 수입은 간접피해가 있어 특정품목이 아니라도 전반적 침체를 가져오기 때문이다. 당장은 관세가 높게 유지되겠지만 향후 5~10년이 되면 관세는 거의 의미를 잃을 것이다. 2022년부터 엄청난 피해가 예상될 것으로 보인다.
■ 농림축산식품부가 지난 18일 쌀 관세화를 시행하기로 발표하면서 농가들의 불안감이 더 커지고 있다. 농식품부는 쌀산업발전대책을 세우겠다고 하지만 농업붕괴는 초읽기에 들어갔다는 평가도 나온다. 쌀 관세화가 지역농업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이라 보나.
= 비단 지역이 아니라 국내농업 전체에 엄청난 악영향을 미칠 것이다. 국내에 쌀 재배면적이 90만ha로 나머지 수백 가지 품목의 재배면적을 모아도 50만ha 밖에 안 된다. 쌀 관세화를 하더라도 정부는 300~500%의 관세를 부과해 국내 쌀 농업을 보호한다지만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과 지금까지 해오던 쌀 의무수입물량제 때문에 관세율은 낮아질 수밖에 없다. 게다가 쌀 재배면적의 10%만 타 작목으로 전환하여도 물량 과잉으로 그 작목에 치명타를 줄 수 있다. 쌀은 재배면적 때문에 농업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고, 그렇기 때문에 우선적으로 보호해야 하는 것이다. 쌀 관세화로 향후 수입쌀이 제한 없이 쏟아져 들어오게 되면 국내 농업은 수입쌀 물량과 가격에 좌지우지 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 농식품부가 주장하는 고율관세가 불가능하다는 이유는 무엇인가.
= 관세율은 우리나라 혼자 정하는 게 아니다. 다른 나라에서 이의를 제기하면 협상을 해야 한다. 일본과 대만은 협상에 5년 걸렸다. 우리가 고율관세를 하겠다고 하면 미국과 중국 등 8개국 내지 12개국과 관세협상을 해야 한다. 필리핀의 경우 10개국과 쌀 관세 협상을 했다. 이들 나라는 분명히 이의제기를 할 것이다.
고율관세가 불가능한건 앞서 말했듯 자유무역협정과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 쌀 의무수입물량 때문이다. 현재 한국은 쌀 관세화 유예를 하는 대신 매년 40만 톤의 쌀을 의무적으로 수입하고 있는데 이 가운데 절반인 20톤이 중국, 5톤가량을 미국에서 수입하는 쿼터제를 적용하고 있다. 정부 발표대로 관세화를 하게 되면 중국은 운송거리와 가격 등에서 경쟁력이 있어 미국보다 쌀 수출이 훨씬 용이해진다. 미국 쌀 수출업자는 5만톤의 쌀을 안정적으로 수출하지 못한데 대한 불안을 느끼게 될 테고 미국정부는 기존 수출량을 확보하기 위해 관세율을 낮춰달라고 할 것이 뻔하다. 더 큰 문제는 미국의 요구를 들어줬을 때다. 그러면 당연히 중국이나 타 농산물 수출국도 관세를 낮춰달라고 할 테고 그 요구를 들어 줄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에 가입하려 하기에 거기에 가입한 나라의 요구를 무시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결국 고관세율은 빈껍데기만 남게 될 것이다.
■ 농업에 대한 중앙정부의 장기적 계획은 무엇인가. 마치 농업을 포기하려는 듯한 모습을 보인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 정부는 빨리 쌀을 버리려고 한다. 쌀 때문에 농업구조조정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소수의 정예 농가를 뽑아 선별적으로 농사를 짓게 해 경쟁력을 키우는 게 중앙정부가 생각하는 농업계획이다. 이러한 구조조정을 통해 고령농이나 소농은 떨어져나가게 된다. 공식적으로 말하진 않지만 이게 정부 농업정책의 핵심이다. 이미 400만명의 농가가 떨어져나가지 않았나. 축산과 시설채소는 정부의 계획대로 어느 정도 되었는데 쌀은 아니었다. 현재 쌀이 보호를 받으면서 논작물을 재배하는 소농이 남아있다. 정부는 소농이 더 이상 쌀을 안 짓게 만드는 방법으로 개방을 택한 것이다. 시장개방을 통해 기업화된 농업을 만든다. 대농을 키우고, 과수가 됐든 알아서 농민들이 경쟁해 스스로 살아남아서 기업농으로 가는 게 최종적인 목적이다.
■ 기업농으로 가게 되면 소농과 고령농이 대부분인 옥천농업은 붕괴할 수밖에 없다. 여기서 지역주민과 지역농민, 지방자치단체 등 지역주체들은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 근본적으로는 중앙정부가 더 이상 시장개방을 해서는 안 된다. 이미 한 것은 되돌리기 어렵지만 더 안하는 건 어렵지 않다. 지역에서는 지역 안에서 농산물을 소비하는 구조를 더 확대시키면서 인근 대도시와의 직접적 연계가 필요하다. 옥천과 같은 농업군은 사회수요가 있다 해도 전체 농산물의 10%를 넘기가 어려울 것이다. 대전 등 대도시에서도 학교급식 등 공공분야에 지역 농산물을 사용하도록 하는 것도 필요하다. 그래도 20%를 넘기 어려울 텐데 나머지는 기초농산물수매제 등 가격안정정책으로 농업을 지키는 방향으로 가야 할 것이다. 만약 농업이 최악의 상황에 빠지면 중앙정부가 농업에 관한 권한을 지방정부에 이양해야 한다. 지방정부는 중앙정부가 맺은 자유무역협정등의 협정에서 자유롭다. 지방정부 공무원들이 국제협정 때문에 못한다고 말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거짓말이다. 국제협정은 결코 국내법을 앞서지 못하고, 국내법에 명시되어도 현재 기초단위 지방정부의 행위를 규제하는 조항은 없다. 옥천군과 같은 기초 지방정부는 농업을 지키기 위해 무엇이든 할 수 있다. 국제협정이 뭐라고 해도 국내법 개정이 돼야 영향을 주는 것이다.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씀은.
= 당장 쌀 관세화나 자유무역협정과 관련해 직접적 문제가 없다 해도 언젠가는 농업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농민 외에 주민들도 농업에 관심을 가져주셨으면 한다. 국민들의 밥상걱정은 농민들만 해야 하는 게 아니다. 우리들의 밥상을 지키기 위해 소비자가 직접 나서주시길 바란다. 당장 나에게 피해가 없다고 해서 움직이지 않으면 결국 부메랑이 되어 돌아올 것이다.
- 농업농민정책연구소 녀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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