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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발 판결 내려달라'는 기막힌 단식농성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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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발 판결 내려달라'는 기막힌 단식농성 이야기

[기고]법 위의 현대차, 또 길 위로 나선 노동자들

"단식원 보낸 셈 치고 버텨보겠다"

서울중앙지법 앞에서 단식농성 중인 현대차비정규직지회 이진환 수석부지회장 부인이 단식농성을 하는 남편을 보내며 마지막으로 한 말이라고 한다. 언제 끝날지 모르는 길 위에 농성을 하는 남편을 보내고 싶었을까? 6살 재용과 2살 지예는 아빠와의 생이별을 이해할 수 있을까? 

현제 형은 3살 된 딸 가온과 또 이별 했다. 지회장으로 2년 가까운 수배와 구속이 끝나고야 다시 만날 수 있었던 이 부녀는 딱 80일을 끝으로 다시 생이별을 해야 한다. 추석전날 언성을 높이고 전화를 끊고 단식하는데 고생하라고 말도 못한 나도 마음이 그런데 형수 마음은 또 얼마나 아릴까?

얼마 전 잇몸에 문제가 있어 위 이 대부분을 보철 치료한 응효가 단식을 한다니 걱정이다. 해고되고 투쟁하느라 치료도 못 받고, 수배와 구속으로 더 악화되어 겨우 치료를 마쳤는데 다시 단식을 하겠다고 의지를 굽히지 않는다. 몸 상해가며 왜 굳이 자기가 하겠다고 우기는 걸까?

9월11일부터 이렇게 이해할 수 없는 사람들이 서울중앙지법 앞에서 단식농성을 진행하고 있다. 판결을 내려달라고 단식까지 해야 하는 이 기막힌 코미디에 함께 하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못하고 "빨리 출입문제 정리하고 동조단식 들어가겠다"는 문자만 보내는 내가 죄스럽다. 

사람들은 이들이 노동조합 간부이기 때문에 희생을 감수한다고 한다. 강성지도부이기 때문에 타협을 몰라서 그렇다고 한다. 노동조합은 타협의 산물인데 이들은 다른 의도가 있다고까지 말한다. 하지만 내가 본 이들은 좋은 아빠고, 순수하고, 존경할만한 형과 동생들이다. 이들을 길거리의 투사로 만든 건 바로 현대차가 보여준 치졸함 때문이다.

2004년 노동부가 현대차 사내하청 모든 생산업체(127개) 전체 공정(9234개)이 불법파견이라고 판정했을 때, 현대차는 불법파견이 아니라며 개선계획을 발표했다. 보다 못한 노동부가 현대차를 '파견법 위반'으로 울산동부경찰서에 고소고발 했다. 하지만 검찰은 무엇을 종합적으로 판단했는지 모르지만 현대차가 무혐의라 결정했다. 4년이 지난 2010년 7월 22일 대법원은 현대차 비정규직노동자가 외친 "현대차 사내하청은 불법파견이 맞다"고 판결했다. 이 판결을 위해 현대차 비정규직지회 조합원 1명이 분신했고, 류기혁 열사가 죽음으로 항거했다. 106명의 노동자는 해고됐고, 법을 지키라는 요구를 했다는 이유로 10명의 노동자는 깜방을 가야 했다. 그런데도 현대차는 불법파견을 인정하지 않고, 자신들이 저지른 불법에 대해 사과하지 않았다.  

분노는 상식이 무너지면서 나온다. 최소한 대한민국은 상식적인 국가라 여겼던 노동자들이 법보다 주먹이 앞서는 현실을 만날 때 선택할 수밖에 없는 것은 단결과 투쟁이다. 불법파견 증거는 폭력으로 무장한 사측에 의해 은폐, 인멸됐다. 현대차비정규직지회에 많이 가입했다는 이유로 하루아침에 업체가 폐업됐다. 누구도 현대차 불법을 가로막지 못했다.

그래서 투쟁했다. 1공장 CTS를 점거하자 언론이 현대차 불법을 말하기 시작했다. 금방 내려올 수 있다고 믿었다. 하지만 그건 너무 순진한 생각이었다. 현대차는 언론을 동원하여 파업에 참여하는 조합원을 폭도로 몰았고, 경제파탄의 주범으로 얘기했다. 결국 25일이 지나 이 땅에 상식이 존재한다는 믿음은 깨졌다. 우리가 후퇴하자 현대차 탄압은 거세졌다. 노조간부 18명은 수배됐고, 114명을 해고하고, 1000여 명을 징계(정직) 했다. 손배가압류로 300억 원이나 되는 천문학적인 액수를 신청했다. 죽거나 항복하라고 했다. 투쟁했던 노동자를 모두 쫓아내고 현대차는 다시 불법파견 증거를 인멸했다. 공정을 반납하고, 강제전환배치를 시켜 소위 블록화를 완성한 후 합법도급이라 우기기 시작했다. 불법파견의 산 증인이 10년 넘게 불법이라 외치고 있는데 손바닥으로 하늘만 가리려 했다. 보다 못한 노동위원회도 현대차가 불법파견이라 판정했다. 하지만 현대차는 행정기관의 판정을 무시하고, 35억 원의 과태료를 내고 버텼다. 세상에 현대차를 막을 수 있는 존재는 없어보였다. 세상 사람들 기억에 현대차 불법파견은 잊혀졌다.  

2012년 10월 2명의 노동자가 철탑 위를 올랐다. 이 투쟁에 끝나지 않았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 현대차에 아직 불법파견 노동자가 버젓이 일하고 있다는 것을 얘기하고 싶어 밤이슬을 맞으며 하늘 생활을 시작했다. 여론에 몰리자 현대차는 나에게 6300048이라는 사번을 부여했다. 대법원 확정판결 8개월 만에 처음으로 대법판결을 인정하는 모양새를 보였지만 배치대기라는 꼬리표를 달았다. 단체협약은 적용하지 않았다. 법위에 현대차라는 비난에 대한 형식적 조치였다. 그리고 신규채용을 시작했다. 불법을 은폐하기 위한 꼼수였다. 희망버스가 3차례나 왔지만 현대차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시간이 지나면서 철탑위에 사람은 지쳐갔다. 그렇게 296일 하늘 생활은 끝났다. 현대차는 다시 탄압 수위를 높였다. 

2014년 8월 18일 법원에서 재판을 받고 나와 인터넷으로 <사내하도급 관련 합의> 소식을 접했다. 현대차지부와 아산지회, 전주지회만 합의한 반쪽짜리 합의서였다. 합의서 어디에도 불법파견이라는 단어는 찾아볼 수 없다. 그렇게 현대차는 불법파견 문제에 대해 면죄부를 받으려 했다. 하지만 현대차 뜻대로 되지 않았다. 10년을 투쟁한 현대차비정규직지회와 아산지회 일부 조합원들은 이 합의를 단호히 거부했다. 비정규직노동자가 비정규직을 유지, 확대하는 합의를 할 수 없고, 지금까지 투쟁한 조합원이 배제되는 합의도 할 수 없다는 것이 이유였다. 현대차 의도는 꺾었지만 우리는 다시 절망의 벽에 부딪쳤다.

8월 21~22일 예정된 근로자지위확인소송 1심 판결이 미뤄진 것이다. 현대차는 불법파견 면죄부 합의서를 근거로 신규채용을 공고했다. 또 현대차에 기 채용된 소송자를 설득하여 취하서를 접수했다. 선고를 2일 앞둔 상황에서 밀려오는 취하서에 재판부는 당황했고, 선고를 연기했다. 법적 절차를 이용한 사법 폭력임이 분명함에도 이를 제어할 수 없었다. 재미를 붙인 현대차는 3번째 연기된 선고기일에도 똑같은 행위를 준비하고 있다. 이로 인해 1500여명이 되는 소송인은 법원 판결을 3년 11개월이 되어도 확인할 수 없다.

이런 이유로 3명의 노동자는 다시 집이 아닌 길바닥에 잠자리를 깔았다. 사람은 다 똑 같다. 몸이 편하길 바라며, 맛있는 것을 먹길 원한다. 하지만 법위에 현대차를 상대하려면 의지를 보여야 한다. 지금은 스스로를 희생하는 것 말고 그 의지를 보여줄 수 없기에 스스로를 가혹하게 혹사하고 있다. 또 얼마만큼 시간이 흘러갈지 모른다. 몇 번이나 선고가 연기될지 모른다. 그 막막함을 이겨내기 위해 포기하지 않았음을 세상에 알려야 한다. 법위에 현대차가 10년 동안 고통을 준 비정규직노동자들에게 진심어린 사과를 하게 만들 수만 있다면 설사 그것이 하나밖에 없는 목숨이 되더라도 기꺼이 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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