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천의 한 협동조합에서 <콩나물신문>이라는 신문을 발간하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찾아가 보았다. 위치는 부천시 오정구 삼정동에 있는 담쟁이문화원. 한효석 상무이사를 만나 신문의 이모저모에 대해 얘기를 들어보았다.
자치와 협동: 우선, 제호가 재미있습니다. 왜 <콩나물신문>인가요?
한효석 : 저희가 제호를 정할 때 이런저런 고민을 했는데요, 가령 ‘시민’이라는 글자를 넣는다고 했을 때, 부천 같은 경우는 그렇지 않지만 다른 지역의 경우 ‘시민’과는 동떨어진, 아주 좋지 못한 신문도 많거든요. 직원들이 관청이나 기업들 협박해서 광고 장사하고 그럽니다. 그래서 독자들이 볼 적에 건강한 신문인지 아닌지 구별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런 이유로 저희는 ‘시민’이라든가 ‘민주’, ‘행복’ 같은 추상적인 단어는 배제하자는 원칙을 정했습니다. 그보다는 구체적인 사물 위주로 정하기로 했죠.
그래서 <벼룩신문>이 있으니 <메뚜기신문>도 가능하다는 의견도 있었고, 그렇다면 <까치신문>도 가능하다는 의견도 있었죠. 동물만 아니라 식물이나 사물 이름도 있었어요. <느티나무신문>이나 <지게신문>, <시루신문>, <무지개신문> 등이 그런 예입니다. 그런데 그런 이름들은 조합원들 사이에서 찬반 의견이 많이 갈리더라고요. 각자의 생활 근거를 어느 지역에 두느냐에 따라 의견이 갈리기도 하고, 경험에 따라, 또 나이에 따라 갈리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여러 가지 이름들을 검토하는 중에 ‘콩나물’이라는 이름이 나왔는데, 이게 조합원들 마음에 쏙 들었습니다. 지역이나 나이, 경험에 따라 한쪽으로 쏠리거나 하지 않았습니다. 콩나물이 주는 ‘의미’는 나중에 찾아서 붙인 거죠. 서로 기대어서 함께 자란다든가, 물만 주면 언제 자랐는지도 모르게 쑥쑥 잘 자란다든가 하는 의미 말이죠. 어쨌든 전국 어디서든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고 거부감을 주지 않는 그런 단어를 고르다 보니까 <콩나물신문>이 된 겁니다.
▲창간 축하 메시지. ⓒ자치와 협동
자치와 협동: 발행 주기와 발행 부수는 어떻게 됩니까?
한효석: 주간지인데, 아직은 돈이 없어서 한 달에 두 번씩 격주간으로 찍습니다. 부수는 5000부 찍고 있습니다.
자치와 협동: 한 달에 두 번씩 지금까지 약 반 년쯤 발행을 해 오셨는데, 독자들의 반응은 어떻습니까?
한효석: 저희 신문을 보는 분들이 아직 많지 않아서요, 특별히 ‘반응’이라고 말하기는 좀 그렇죠. 다만 ‘콩나물’이라는 제호가 그다지 긴장감을 주지는 않으니까 첫 반응은 ‘피식’ 웃는 정도랄까요.(웃음) 그만큼 쉽게 접근이 된다는 점이 있는 것 같습니다.
다만 ‘성역 없이 다루는 협동조합 신문’이라는 점 때문에 지역의 공무원이나 정치인들은 좀 불편해 할 겁니다. 1인 사주가 지배하는 신문의 경우 그 사주만 잘 ‘관리’하면 기사 내용도 관리할 수 있지만, 우리 같은 협동조합 신문은 조합원들이 동의하면 어떤 것도 다 기사로 다루는 것이 가능하잖아요? 그러니까 공무원들이 보기에는 ‘골치 아픈 신문이 되겠다’, 이런 생각을 할 겁니다.
자치와 협동: 신문을 발행하는 주체가 협동조합이라고 하셨죠?
한효석 : 네, ‘콩나물신문협동조합’입니다. 발행사의 명칭을 정할 때도, 처음 나온 의견은 ‘부천언론협동조합’이라고 좀 넓게 잡았더랬어요. 그런데 회의 과정에서 “신문만 만들면 되는데 굳이 ‘언론’이라고 범위를 넓힐 필요가 있을까” 하는 의견이 나왔습니다. 듣고 보니 맞는 말이었죠. 범위를 필요 이상으로 넓게 잡으면 이상한 ‘권력 욕심’ 같은 것이 생겨나는 경우를 흔히 보잖아요? 그러다 보면 관청이나 취재 대상과 밀월 관계, 나아가 유착 관계가 되기 쉽고, 그것은 곧 건강하지 못한 신문이 되는 외길이죠. 신문의 입에 재갈이 물려지는 거니까요. 꼭 필요하면 그때 가서 하면 될 것이니, 지금은 신문에 집중해서 해 보자, 이런 의미로 발행사 이름을 그렇게 정했습니다.
자치와 협동: 조합비는 얼마고 현재 조합원들은 몇 명 정도입니까?
한효석 : 조합비는 3만 원, 조합원은 현재 140명이 넘었습니다.
자치와 협동: 신문을 어떤 방식으로 만듭니까?
한효석: 저희가 알아보니까 전남 순천에 <순천광장신문>이라는 협동조합 신문이 있더군요. 그것이 협동조합에서 만든 종이신문 1호이고, 우리가 2호입니다. 그런데 <순천광장신문>은 조합원이 따로 있고, 신문을 만드는 사람들이 따로 있더라고요. 하지만 우리는 신문을 조합원들이 만듭니다.
자치와 협동: 조합원들이 만든다는 건 어떤 의미입니까?
한효석: 말 그대로입니다. 편집장도 조합원 중에서 하고 싶은 사람이 하고, 기사도 조합원들이 씁니다.
자치와 협동: 편집장을 하고 싶은 사람이 한다고요?
한효석 : 네! 우리는 신문 만드는 게 직업인 사람들이 아닙니다. 자기 일터가 따로 있고, 다만 신문 만들 때 모여서 같이 만드는 거죠. 그래서 편집장이 3명입니다. 돌아가면서 만드는 거죠. 그것도 임기가 3개월이고요. 세 분 다 신문을 만들어 본 적이 전혀 없는 분들입니다.
자치와 협동: 하고 싶은 사람이 편집장을 한다는 건, 아무리 지역 신문이라 하더라도 아마 유례가 없는 일인 것 같습니다. 그런데, 하고 싶은 사람이 계속 하면 될 텐데, 임기를 정하는 이유는 뭐죠?]
한효석: 한 사람이 1년, 2년 오래 하다 보면 그 사람만 그 일의 전문가가 되고 나머지 사람들은 그 사람만큼 못하게 될 가능성이 많죠. 한 사람만 그 일을 잘 하게 되는 건 우리가 바라는 게 아닙니다. 전문성보다도 누구나 하고 싶은 사람은 해볼 수 있도록 하는 게 우리한테는 더 중요합니다.
사실 저희가 신문을 시작하면서 기자 경험이 있는 사람은 되도록 배제하자는 원칙을 세웠습니다. 우리는 우리가 만들고 싶은 신문을 만들고 싶은 거지, 기존 신문을 따라가는 신문을 만들고 싶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콩나물신문 한효석 상무(오른쪽)와 최현철 씨. ⓒ자치와 협동
자치와 협동: 그러시군요. 편집장 선임은 이사회에서 하나요?
한효석: 그렇죠. 이사 14명이 모인 이사회에서 정합니다. 그것도 뭐 직접 모여서 정하지도 않아요. 카카오톡 대화방에 편집장 선임에 관한 안건을 올리면 이사들이 온라인으로 찬반 의견을 주고요, 그걸로 정합니다.
자치와 협동: 구체적인 신문제작 과정에 대해 좀더 설명해 주시죠.
한효석: 편집장 중심으로 기획회의를 여는데, 거기서 기사방향이나 내용이 정해지죠. 그러면 각 기사에 대해 조합원이 서로 취재 및 기사작성의 역할을 맡습니다. 그렇게 해서 기사가 만들어지면 지면 회의를 합니다. 가편집안을 놓고 서로 의견을 주고받게 되는데, 이렇게도 앉혀보고 저렇게도 앉혀보면서 제일 마음에 드는 방안을 찾는 거죠. 어느 한 사람이 독단으로 결정하는 게 아니라 여럿이 함께, 요즘 말로 ‘다중지성’이 완성을 하는 겁니다.
자치와 협동: 지면 구성을 할 때 광고면은 어떻게 하시나요?
한효석: 편집하다가 빈 공간이 나오면 광고도 한두 개씩 넣게 됩니다. 서로 상의를 해서 조합원 모집 광고를 넣기도 하고, 많은 금액은 아니지만 돈 받는 광고를 싣기도 합니다. 그렇다고 다른 신문들처럼 큰 기업의 광고를 싣는 건 아니고, 주로 조합원 업체 광고가 많습니다. 이것도 조합원들이 무슨 광고효과를 기대한다기보다 발행비 보탠다는 의미로 싣는 게 대부분입니다.
자치와 협동: 신문 제작 경비는 어떻게 마련하시나요?
한효석: 140명 조합원이 매달 1만 원 이상씩 내는 돈과, 정기구독료(1년 6만 원), 그리고 일부 광고수입 등으로 충당하고 있지요. 아직은 쪼들리며 근근이 내고 있는 형편입니다.
자치와협동: 그 외 지역 독자들도 읽을 만한 내용인가요?
한효석 : 글쎄요, 사람 사는 건 어디나 비슷할 거라는 점에서 타 지역 독자들도 충분히 읽을 만한 내용이라고 생각합니다. 저희가 지역 신문이긴 하지만 부천 얘기만 하는 건 아니거든요. 게다가 저희 신문이 일반 신문들처럼 신속한 보도를 추구하는 게 아니고 여러 측면을 깊이 있게 다루기 때문에 약간 잡지 비슷한 성격을 띠고 있습니다. 두고두고 읽어도 괜찮을 만한 내용이 많습니다.
물론 중요한 현안에 대해서는 지역 얘기도 당연히 싣습니다. 가령 지난번 같은 경우, 부천의 아무개 대학병원에서 노동 강도가 너무 세서 일주일 내지 열흘 이상을 버티는 사람이 없다는 투고가 들어와 그걸 실었죠. 그게 지역에서 이슈가 됐고, 결국 병원에서 노동 조건을 개선하는 조처를 했습니다. 이런 얘기는 물론 부천 지역에 국한된 얘기입니다만, 사실은 어느 지역에나 해당하는 얘기가 아닐까 합니다.
사실, 다른 지역 신문 같은 경우 관(官)에서 예산을 지원받는다든가 하는 관계로 지역의 좋은 얘기만 싣는 경우가 있는데, 그런 것은 좋지 않죠. 저희는 기사를 쓸 때 성역을 두지 않습니다. <콩나물신문>은 그런 점에서 ‘좋은 지역 신문이란 이래야 하지 않는가’라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한 가지 더 덧붙이자면, 저희는 '목에 힘주고 다니는' 사람들의 얘기는 거의 싣지 않습니다. 무슨무슨 단체의 대표라든지 정계에 속한 인물이라든지 하는 사람 얘기는 저희 신문에서 찾아볼 수 없습니다.
자치와 협동: 지역에서 활동하는 시민단체의 도움을 받으면 부수 확장에도 도움이 많이 될 텐데요.
한효석: 저희는 그런 걸 바라지 않습니다. 그러다 보면 앞으로 그 단체에 대해서는 바른 소리를 못 하는 신문이 되고 맙니다.
▲창간식 행사. ⓒ자치와 협동
자치와 협동: 앞으로 어떤 내용을 주로 다룰 계획이신가요?
한효석: 사건보다는 사람 중심으로 다룬다, 어느 한쪽으로 기울지 않는다, 부천 시민에게 절실한 내용을 다룬다, 이런 정도의 원칙을 가지고 있습니다. 진보니 보수니 이런 건 저희는 특별히 구별하지 않습니다. 추상적이고 이론적인 담론도 저희는 추구하지 않습니다. 부천 시민의 삶을 있는 그대로 담아내는 데에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만든 사람이 만족하는 신문이 아니라 주민이 만족하는 신문, 건강한 상식을 가진 부천 사람들의 가장 보편적인 시각과 이야깃거리를 담는 신문, 이 정도가 저희 지향이라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어느 한쪽으로 쏠리는 걸 저희는 경계합니다.
그런 점에서 볼 때, 지역신문은 역시 협동조합이 딱 맞는다고 생각합니다. 협동조합의 원리에 따라야 지역을 제대로 반영하고 대변하는 신문이 될 수 있다고 봐요.
자치와 협동: 요즘처럼 인터넷이 발달한 시대에 굳이 종이신문을 고집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한효석: 인터넷신문은 독자에게 다가가는 데 한계가 있습니다. 부천에만 인터넷 매체가 25개가 있는데, 들어가서 읽는 사람도 없고, 다 비슷비슷해서 시민들이 거의 모릅니다. 하지만 이제 만들어진 지 몇 개월 안 된 <콩나물신문>은 많은 분이 기억합니다. 인지도 면에서 그만큼 차이가 납니다. 그게 종이신문의 힘인 것 같습니다. 시정을 비판한 기사가 실린 우리 신문이 시청, 주민센터 이런 곳에 놓여 있으면 사람들이 관심을 가집니다. 그리고 인터넷신문은 구독료를 못 받잖습니까? 이렇게 종이신문으로 나와야 구독료를 받을 수 있지요.
자치와 협동: 신문을 준비하고 운영하면서 역할 모델로 생각하신 신문이 있는 건가요?
한효석: 없어요. 다른 곳에서 나오는 신문을 참조하기는 했지만, 우리 같은 신문은 지금껏 없었어요. 우리가 모델을 만드는 중인 것 같습니다.
그래서 매일 좌충우돌합니다. 어제는 이 생각이 제일 좋은 줄 알았는데, 오늘 다시 생각해보니 아닌 거예요. 이런 적이 많습니다. 몇 달 뒤에 망할지도 몰라요.(웃음) 흥할지 망할지 모르지만, 어쨌든 즐겁게 가보려고 합니다.
자치와 협동: 끝으로, 전국의 협동조합 분들께 하고 싶은 말씀 있으면 들려주시지요.
한효석: 전국의 적지 않은 분들이 마을 신문을 만들고 있는 것으로 압니다. 아마 고민은 우리와 비슷할 텐데요, 마을 신문에 그치지 말고 시야를 조금 더 넓혀서 지역 신문으로 해보시면 어떨까 생각합니다. 협동조합 방식으로 하면, 덜 힘들고 훨씬 행복하게 신문을 만들 수 있다고 봅니다. 개인적인 욕심을 버리고, 마음을 열고, 서로를 믿는 마음이면 된다고 봅니다.
*격월간 '자치와 협동'(발행인 양홍관)은 협동조합인 삶의출판협동조합(이사장 손훈모)이 발행하는 잡지입니다. 지역자치와 협동사회경제의 활동들을 널리 취재‧보도함으로써 우리 사회의 공동체적 행복을 만들어 나가는 데 일조하고자 합니다. '자치와 협동'은 협동조합과 사회적 경제의 이야기를 담습니다. '자치와 협동'은 지역자치와 따뜻한 공동체의 이야기를 담겠습니다. '자치와 협동'은 협동적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의 웃음과 훌륭한 리더십 이야기를 담습니다. (☞ 자치와 협동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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