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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이 2차 가해자…"'알 권리' 이유로 피해자 노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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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이 2차 가해자…"'알 권리' 이유로 피해자 노출"

"피해자와 가족 사생활 노출이 '알 권리'?"

2012년 나주에서 발생한 아동 성폭력 사건 당시 언론의 과잉 취재로 인한 2차 가해 논란이 거셌다. 당시 일부 언론은 피해자의 집 위치가 드러나는 위성 사진을 보도하는가 하면, 피해자의 집 내·외부, 피해자의 그림 일기장까지 찍어 고스란히 보도했다. 국민의 '알 권리'라는 이유였다. 하지만 피해자와 그 가족을 사생활까지 까발리는 보도가 과연 '국민의 알 권리'에 해당하느냐는 비판과 함께, 선정적인 보도로 인한 고통은 고스란히 피해자의 몫이 됐다. 
    
성폭력 사건 피해자들은 피해 사실 자체 뿐만 아니라 언론 보도나 수사 과정에서 2차 피해를 입는 경우가 많다. 피해자가 누구인지 주변에서 파악할 수 있을 정도로 신원을 노출하거나, 선정적인 보도로 성폭력 피해를 다시 떠올리는 것이 고통스러운 피해자에게 더 큰 생채기를 낼 수 있는 것이다. 

여성가족부와 한국기자협회(회장 박종률)가 27일 제주에서 '언론에 비춰진 아동·여성 성범죄'를 주제로 세미나를 열었다. 성폭력 사건 보도에 있어서의 문제점을 짚어보고 바람직한 보도 방향을 모색하자는 취지에서다. 

이날 발표자로 나선 정혜선 변호사는 "피해자의 거주지와 직업, 나이, 범죄 발생 장소, 가해자와의 관계 등 간접 정보들의 조합을 통해 피해자가 누구인지 알 수 있도록 해서는 안 된다"며 "이슈가 된 사건의 피해자라고 해서 그의 사생활의 영역까지 국민의 '알 권리'의 대상이 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2012년 나주 아동 성폭력 사건만 봐도, 재판부는 피해자의 개인 정보를 상세하게 보도한 언론사에 대해 "설령 공개된 사항들이 일반 대중의 정당한 관심사에 포함된다고 하더라도 그와 같은 관심이 피해자의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라는 인격적인 이익보다 우월하다고 볼 수 없다"며 언론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아울러 정 변호사는 "피해자의 직업이나 음주 여부, 평소 행동이나 성향, 옷차림 등 성폭력 사건과 관계없는 내용에 대해 언급해 마치 피해자에게도 성폭력 사건의 책임이 있다는 식의 보도를 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가해자의 '사이코패스 성향'을 부각시키는 것이 때로 성폭력 사건의 본질을 흐릴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정 변호사는 "가해자의 반사회성 등을 부각하는 보도는 대부분의 성폭력 사건이 피해자와 가해자가 서로 아는 관계에서, 가해자의 사회경제적 지위 혹은 권력을 이용해 발생한다는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며 "일상적으로 빈번하게 일어나는, 겉보기엔 '평범한' 가해자들에 의한 성폭력 사건을 외면하게 만드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했다. 

두 번째 발표자로 나선 김재련 여성가족부 국장은 "피해자에게 있어서는 사건의 결과보다 과정이 더 중요한 경우가 많다"면서 "수사나 재판, 언론 보도 과정에서 의심의 눈초리, 잠재적인 피고인을 대하는 듯한 추궁성 질문 등으로 더욱 심각한 상처를 입을 수 있다"고 했다. 

앞서 여성가족부는 지난 6일 '성폭력 사건 보도 수첩'을 발간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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