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의 창의력이 중요한 문화예술 관련 단체가 협동조합으로 운영되는 경우는 많지 않다. 특히나 협동조합 역사가 오래되지 않은 곳에서 공공성과 문화사업이 어우러진 모습을 찾아보기 어렵다. 한국에 문화예술 관련 사회적협 동조합은 1~2년 전에 등장했고 아직 10개밖에 되지 않는다.
지역공동체와 문화예술의 만남
"보통 배우는 연기만, 감독은 감독만 하는데 협동조합에서는 모든 것을 한다. 극본이 나오면 같이 작업하면서 좋은 아이디어를 만들어 낸다. 혼자서 결정하는 일이 없다. 다른 사람의 도움이 필요하다. 바로 이런 협동 작업이 우리 스토리의 일부다."
이탈리아 어린이연극협동조합 '바라카'의 예술 감독 프라베티 씨는 협동조합을 하는 이유를 이렇게 말했다. 연극은 여러 사람이 함께하는 작업이고, 협동조합은 여러 사람이 협동하는 것이라 운영 방식이 잘 맞는다는 것이다. 다른 예술 분야는 어떨까?
문화예술 분야 사회적협동조합 '문화 숨'은 2014년 2월에 창립대회를 마치고 8월에 문화체육관광부 인가를 받은 새내기 협동조합이다. 사회적협동조합은 인가가 까다로워 1년 넘게 걸리는 경우가 많은데, 문화 숨은 6개월 만에 인가를 받았다.
2011년부터 성남시에서 '마을공동체 문화로 숲'이라는 이름으로 해 온 활동을 인정받았기 때문이다. 처음부터 활동해 온 사업본부장 황정주 씨는 이전에 문화 기획을 했었는데, 성남시에서 문화예술과 지역공동체가 만나는 활동을 하고 싶었다. 그는 문화단체에서 활동하며 회계 업무에 뛰어난 송희정 씨와 사회적경제에 관심이 많으며 문화 기획에 남다른 재능을 가진 장미나 씨를 찾아가 함께하자고 설득했다.
이들은 2011년 성남사회적기업지원센터에서 시행한 시민기업창업컨설팅 프로젝트 공모에 선정되면서 협동조합과의 접점을 찾기 시작했다. '마을공동체 문화로 숲'은 '지역에 공동체를 만들고 살리고 키우는 문화의 숲 창조'를 하고자 했다. 또 청년을 포함해 모든 예술가들을 자립하게 하는 사회문제에도 관심을 둔다.
문화 숨은 조합원 7명으로 시작해 지금은 20명으로 늘어났다. 창립을 함께한 송희정 씨와 장미나 씨 2명은 직원 조합원, 창작자들이 대부분인 생산자 조합원이 17명, 후원 조합원이 1명이다. 사회적협동조합은 의사 결정권 없이 후원만 하는 회원을 둘 수 있다.
문화 숨은 주로 공공기관이나 기업에서 주관하는 프로젝트 사업을 통해 수입을 얻는다. 정부기관의 공공 프로젝트 중에는 '문화예술을 매개로 한 마을 활성화 사업'이나, 예술 창작자 자립을 위한 일자리 만들기 프로젝트인 '플레이마켓 재미, 기업에서 문화예술을 후원하는 프로젝트인 '요란한 예술 공장장의 아트박스'들이 있다. 그 외에 문화예술 관련 교육 프로그램이나 강의도 한다.
주력 사업은 문화 기획과 공동체 예술이다. 문화공동체 만들기, 예술가 자립을 위한 프로젝트가 그것이다. 그리고 조합원들이 하고 싶어 하고 열심히 하는 분야가 주력 사업이 되기도 한다. 음악을 하는 생산자 조합원이나 뮤지컬을 하는 조합원들이 각자 분야에서 열심히 하면 이를 조합에서 함께하는 것이 당연하다. 그래서 문화 숨은 2개의 별도 사업단을 꾸렸다. 밴드 '내일은 맑음'과 '뮤지컬 창작소 영'은 조합 전체 활동과 별개로 활동하기도 한다. 지역 문화 행사에 초청받거나, 따로 뮤지컬을 무대에 올리기도 한다.
문화예술인 노동조건 개선 위해 연합회 설립
▲ 뮤지컬 창작소 영은 문화 숨의 별도 사업단이다. 조합원 들의 활동에 조합이 힘을 보탰다. 이들은 전체 조합 활동과 별개로 지역 문화 행사에 초청받거나, 따로 뮤지컬을 무대에 올리기도 한다. ⓒ우미숙
황정주 씨는 문화예술과 지역공동체가 만나면서 지역에 활기가 감도는 것을 보며 보람을 느꼈다. 하지만 문화예술인들이 처한 현실에는 마음이 무겁다. 공공기관에 문화 기획에 대한 비용 항목 자체가 없어 황당했다.
그는 취업률 통계를 높이려는 정부의 방침 때문에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 사람에게 3개 이상의 강의를 맡기지 않으며, 어느 문화 기획자에게 월 12만 원을 지불하면서 연봉 120만 원짜리 일자리라고 통계에 이름을 올리는 일도 있다. 일하는 사람의 숫자를 늘리면서 노동조건을 최악으로 만드는 식의 비합리적인 처사가 일어난다.
문화 정책이나 고용 정책이 변해야 근본적 으로 해결되겠지만, 이들이 차선으로 선택한 방법은 문화예술 사회적협동조합 연합회를 설립하는 일이다. 현재 3개의 사회적 협동조합(자바르떼, 뉴챔버알토오케스트라, 문화 숨)이 참여하고, 협동조합 창립을 준비하는 3개 단체(살판 풍물패, 철학하는 예술가, 즐거운가)도 함께한다. 연합회의 사업은 주로 공동 구매와 공동 온라인 판매망 구축, 공동 입찰 등이 될 텐데 함께 모이는 일 자체로 힘을 얻으리라고 기대하고 있다.
문화예술 분야에서 오래된 협동조합은 그리 많지 않다. 유럽도 마찬가지다. 한국에서도 몇몇 도시에서 문화를 주제로 하는 협동조합이 운영된 적이 있지만 사라졌다. 이유는 여러 가지다. 수익 구조를 만들지 못해 어려움을 겪거나, 사업을 만들지 못해 꾸준한 활동으로 이어지지 못했거나, 활동을 책임지고 맡아 이끌어 갈 문화 활동가가 없는 것 등이 원인이다. 무엇보다 문화예술 시장이 좁은 것도 문제다. 아무리 탄탄한 조직과 활동가가 있고 다양한 사업을 한다 해도 지역 시장이 그 활동을 받아들일 조건이 되지 못하면 활동을 이어가지 못한다. 특히 소도시에선 더 어렵다.
어려운 조건이지만 문화 숨이 문화예술 분야에서 협동조합의 맥을 이어가려고 한다. 3년 동안 해 온 문화예술을 매개로 한마을 활성화 사업을 마무리하고 다음 단계로 지역공동체 활동을 이어가며 젊은 창작자들의 자립을 위한 프로젝트를 꾸릴 계획이다.
젊은 창작자 자립 돕는 '플레이마켓 재미'
▲ 뮤지컬 창작소 영은 문화 숨의 별도 사업단이다. 조합원 들의 활동에 조합이 힘을 보탰다. 이들은 전체 조합 활동 과 별개로 지역 문화 행사에 초청받거나, 따로 뮤지컬을 무대에 올리기도 한다. ⓒ우미숙
플레이마켓 재미는 지난 2014년 6월 14일부터 11월 15일까지 매주 토요일 오후 1시~5시(7~8월은 오후 4시~7시)에, 경기 성남 분당구청 앞 문화의 거리에서 열렸다. 일반 플레이마켓과 달리 참가비를 받지 않고 사전등록자에만 참여 자격을 준다. 매주 50팀 정도씩 모두 180팀 정도가 참여했다. 15~34살의 개인과 단체만 신청할 수 있다. 참가자는 장터 운영뿐 아니라 사회적경제에 관한 교육도 받아야 한다.
장터에는 수공예품을 파는 판매존, 교육과 체험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체험존, 문화행사를 여는 놀이존이 있었다. 1천여 명의 시민들이 다녀갈 정도로 호응이 좋았고, 참여한 창작자들의 만족도도 높았다. 문화 숨은 앞으로도 '재미 사업단'을 꾸려 창작자들의 자립을 위한 사업을 계속 이어갈 계획이다.
*언론 협동조합 프레시안은 우리나라 대표 생협 한살림과 함께 '생명 존중, 인간 중심'의 정신을 공유하고자 합니다. 한살림은 1986년 서울 제기동에 쌀가게 '한살림농산'을 열면서 싹을 틔워, 1988년 협동조합을 설립하였습니다. 1989년 '한살림모임'을 결성하고 <한살림선언>을 발표하면서 생명의 세계관을 전파하기 시작했습니다. 한살림은 계간지 <모심과 살림>과 월간지 <살림이야기>를 통해 생명과 인간의 소중함을 전파하고 있습니다.(☞ <살림이야기> 바로 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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