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흡연 병사를 위한 진짜 변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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흡연 병사를 위한 진짜 변론

[논쟁] 군대 닮은 한국사회, 담뱃값 인상 효과가 의심되는 이유

2015년 들어 담뱃값이 80%나 올랐다. 담배 연구를 하는 인류학자로 살면서 언제 이런 황당한 경험을 직접 할 수 있을까 생각하며 한편으론 행운이라 여기고 있다. 물론 그 생각의 바탕에는 부정적 측면이 강하다. 결과가 아무리 국민건강에 긍정적일 것이라 ‘기대’된다 하여도 과정이 생략된 밀어붙이기식 행정은 설득력이 떨어지기 마련이다. 그 예로 흡연자 사이에선 이번 담뱃값 인상이 흡연률 감소가 아닌 세금을 더 걷기 위한 방편이 아니냐는 의견이 곳곳에서 들린다.

상황이 이러하니 흡연자를 위한 변론들도 자주 언론에 등장한다. 그런데 사실 이것이 진정 흡연자를 위한 변론인지 의문이 드는 경우들도 종종 있다. 최근 흡연자에 대한 마녀사냥식 금연정책을 비판한 칼럼에서 군대에서 병사들에게 담배를 지급했던 것을 “국가가 고생하는 국민들의 노고를 담배로 위로했던 것”으로 해석한 것은 동의하기 힘들다. 군복무를 하며 3년간 병사들의 흡연에 대한 연구논문 2편을 쓴 필자가 화랑담배 운운하며 이런 식으로 병사들의 흡연을 이야기하는 걸 들으면 꼭 해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었다. 그것은 병사들에게 담배란 국가가 준 ‘위로’의 선물이 아니라 그저 현실을 잊게 도와주는 ‘진통제’이자 통제의 ‘수단’이였다는 점이다.

군인에게 담배의 가치는 오래전부터 인식되어 왔다. 1, 2차 세계대전때 담배는 식량만큼이나 중요한 전시 필수품으로 선포될 정도였고, 심지어 담배 재배업자는 병역까지 면제됐다고 한다. 실제로 전쟁의 고통과 불안감 속에서 담배만큼 효과적인 안정제는 없을지 모른다. 상황이 이러할 진대 2차 세계대전의 결과로 일본으로부터 독립한 대한민국이 그 가치를 모를 리 있겠는가? 한국에선 해방 이후 1949년부터 1981년까지 장장 32년간 ‘화랑’ 담배가 현품으로 병사들에게 무료 지급되었다. 82년 이후로는 현품 지급대신 ‘연초비’라는 명목으로 면세담배를 살 수 있는 돈이 월급으로 지급됐다.

그러다 2009년 새해가 시작되면서 연초비 지급은 중단되고 면세담배도 사라졌다. 이 때 난 군복무 중이었기에 병사들의 반응을 생생히 목격할 수 있었다. 당시 병사들은 하루 아침에 250원짜리 면세담배를 2500원을 주고 사야만 했다. 월급이 2-3만원밖에 안되는 병사들에게 1000%의 가격 상승은 매우 큰 부담이었다. 면세담배 제도를 없앤 국방부는 내심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흡연 병사의 40% 정도가 이것을 계기로 금연을 할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실제로는 2% 정도에 그쳤다. 병사들은 군것질 지출을 줄여 그 돈으로 담배를 구매했으며, 그래도 부족한 돈은 부모에게 요청했다. 병영문화가 그대로인데, 즉, 담배를 피게끔 만드는 상황이 전혀 변하지 않았는데 담뱃값이 오른다고 그걸 쉽게 끊을 수 있겠는가? 그저 아껴 피고, 깊게 피고, 혼자 피는 수 밖에 없었다.

사실 제일 황당한 것은 병사들이 담배라면 사족을 못 쓸거라 생각하는데 있다. 이제 병사 중 흡연자는 2명 중 한 명꼴이다. 그 이야기는 반 수는 흡연 생각이 없다는 말이다. 그리고 흡연자도 대부분 군입대 전부터 담배를 이미 피워왔고 군대에 와서 새로 담배를 배운 사람은 요즘엔 극히 드물다. 내 연구(2009년)에서 흡연자 중 2%만이 군대에 와서 담배를 배웠다. 그리고 흡연자의 80% 정도가 시기만 다를 뿐 모두 금연계획을 가지고 있었다. 이들은 담배에 미친 병사들이 아니었다. 담배만 주면 힘든 것이 위로를 받고 근심걱정이 사라지는 그런 중독자가 아니었다. 오히려 군복무를 자기계발의 시간으로 활용하고자 하는 병사들이 많으며 그 중 대학교 때 무분별하게 피우던 담배를 끊는 것도 포함되어 있었다.

그렇지만, 안타깝게도 한국의 병영문화는 적응하기가 여간해선 쉽지가 않다. 통제된 집단생활과 상명하달의 일상은 흡연 충동을 일으키기에 충분했고, 여기에 군대 내 스트레스 대체제가 절대적으로 부족했기에 흡연은 자연히 손쉬운 벗으로 자리잡게 되었다. 이렇게 군복무 중 흡연 습관은 ‘다나까’ 말투와 함께 병사들의 일상에 뿌리 깊이 정착되어 있었다. 상황이 이러할 진대 병사들에게 공급된 면세담배가 “국가가 고생하는 국민들의 노고를 담배로 위로”했다고 볼 수 있을까? 그 보다는 국가가 고생하는 젊은 병사들에게 흡연이외에는 제대로 된 스트레스 대체제를 제공하거나 스트레스의 원인이 되는 군대문화의 개선 없이 가장 손쉬운 방법으로 흡연을 조장 및 방치했다고 비판해야 하지 않을까?

그렇지만 여러 흡연 병사들에게 담배가 소중한 친구인 것은 부정할 수 없다. 부대 안에서는 외산담배를 팔지 않기 때문에 자신이 좋아하는 외산 브랜드 담배를 비밀리에 입수하여 피우는 병사들의 경험담은 놀랍고도 흥미진진하다. 이렇게 구한 한 개비의 담배 맛은 고급양주에 비유될 정도다. 시각을 병사가 아닌 이들을 통제해야하는 지휘관으로 바꿔보면 어떨까? ‘군대생활과 심리학’이라는 육군 제3사관학교에서 편찬한 책에는 이것과 관련된 설명이 담겨 있다. “병사들은 거의 대부분 사회관계가 차단되어 있고 매우 이질적인 여러 가지 부대환경에 적응해야 하기 때문에 정서적으로 긴장하는 경우가 많으며 흡연은 이것의 해소에 도움이 된다”. 즉, 병사들을 관리하는 입장에선 ‘담배’는 훌륭한 부대운영의 윤활유처럼 여겨진 것이다. 실제로 병사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벌칙 중 하나가 바로 ‘흡연통제’다. 담배 몇 개비로 군복무를 무료함과 어려움을 버티는 병사들에게 하루 혹은 며칠 간의 흡연 금지는 최악의 벌칙이다. 피우라고 허용해놓고 못 피우게 통제한다? 어디서 많이 본 장면이지 않은가?

최근의 담뱃값 인상은 나에게 병사들과 함께 지내던 시절을 많이 떠오르게 한다. 그건 혹자가 “대한민국은 군대다”라고 했듯 군대는 한국사회의 축소판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대의를 위해서 당연히 개인을 희생해야하고, 윗사람의 명령에는 이의가 있어선 안된다. 그러지 못하면 철저히 낙오자가 되고, 최악의 경우 스스로 목숨을 끊는 극단적인 선택에까지 이르게 된다.

군대의 룰은 현대인의 직장 속에 그대로 녹아 있다. 흡연도 예외는 아닌 듯 싶다. 흡연자의 경우 정글같은 현실에서 버티면서 흡연이 주는 소소한 재미와 위로에 크게 의지하기 쉽다. 그렇지만 개개인에게 담배가 소위 ‘위로’가 된다할 지라도 그것을 진정한 위로로 보는 것은 위험하다. 문제의 핵심은 바로 그 정글의 시스템에 있기 때문이다. 담배를 지속적으로 피우게끔 만드는 현실 자체의 변화(군대로 치면 병영문화의 개선)가 진정한 위로이지 않을까. 흡연 병사와 모든 흡연자를 위한 진정한 변론은 이렇게 시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필자는 흡연을 연구하는 인류학 박사과정 학생이자 가정의학전문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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