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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난감, 아이를 잡아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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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난감, 아이를 잡아먹는다!

[작은것이 아름답다] 어린이에게 적정기술은 무엇인가

어깨너머로 생활기술을 배웠던 어린 시절


어렸을 적 엄마가 하시는 일들을 졸졸졸 따라다녔던 기억이 난다. 이른 새벽, 방 윗목에서 두부를 만드시려고 맷돌을 돌리는 소리를 듣고 일어났다. 맷돌소리는 새벽잠을 깨어도 싫지 않은 그런 소리다. 돌아가는 맷돌에 콩을 넣어가며 완성될 때까지 엄마 옆을 떠나지 않았다. 두부는 오후 3시경이 넘어 완성되었던 것 같다. 바로 나온 따끈따끈한 순두부와 두부를 먹는 그 기쁨과 감격은 지금 생각해도 값지고 감격스럽다. 그 밖에 아버지가 좋아하는 술 빚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손가락으로 찍어 먹던 일, 메주를 빚고 장을 담고 아침마다 반짝반짝 장독을 닦던 모습이 눈에 선하다.

나에게는 10살 넘게 차이 나는 언니가 있었다. 언니는 손재주가 좋아 시간이 날 때마다 손뜨개질을 했다. 실타래를 풀어내 손에 걸어 주며 연신 실 뭉치를 만들었다. 언니는 실로 양말이며 장갑, 모자, 목도리, 다양한 옷까지 만들어냈다. 소풍 가는 날이면, 언니는 손뜨개로 뜬 옷 한 벌을 나에게 입히며 흐뭇해했다. 촌티 나는 시골아이가 공주가 되는 날. 언니 덕분에 종종 '공주' 소리를 듣곤 했다. 신기했던 것은 헌 옷을 풀어놓은 실이, 밤새 새 옷으로 재탄생한다는 것이다. 언니의 손뜨개 마술, 요샛말로 하면 '창조적 재활용'이라 아니할 수 없다. 나는 아홉 형제 틈에서 자랐다. 아버지는 언니나 오빠에게 방을 마련해주려고 작은 방을 만드셨다. 볏짚과 흙을 반죽해 흙벽돌을 찍어 만드는 등 놀면서 아버지를 도왔다. 완성된 작은방에 딸린 아궁이는 우리 악동 형제들의 소굴이 되었다. 몰래 서리해온 밤을 오빠와 까먹던 일, 씨감자를 훔쳐와 부모님 몰래 구워먹던 일. 지금도 내가 음식에 관심이 많고 손뜨개처럼 손으로 하는 것을 좋아하는 이유는 어린 시절 부모님과 언니에게 배운 '삶의 지혜'라고 생각한다. 이런 경험을 대안학교 현장에서 아이들과 함께하고 있다. 교육에는 이야기가 중요한데, 아이들도 생생한 이야기와 함께하는 전통음식과 손뜨개 수업을 좋아한다. 아이들에게는 경험하지 않는 전통문화를 다시 재창조하는 시간이기도 하다.

ⓒ이화전


손끝활동, 소외와 소유로부터 아이들을 지키는 법


요즘 아이들은 물건을 잃어버려도 사고, 싫증이 나도 사고, 새로운 것이 나오면 또 사고, 누가 사면 샘이 나서 엄마에게 조른다. 물건을 잃어버려도 찾으려고 하지 않는데 자기 물건인지도 몰라 찾아가지도 못한다. 이처럼 돈으로 사면 그만이라는 모습이 많이 보인다. 이철국 선생은 책 <교육 빅뱅>(민들레 펴냄)에서 "장난감은 아이들에게 기계에 불과해 아이들을 소외시킬 뿐 아니라 소유해버린다"고 간파했다. 아이들에게 '좋아 보이는 것'을 너무 '많이' 너무 '일찍' 너무 '오래' 주는 것은 아닐까. 부모세대의 보상 심리가 아이들을 소비문화에 길들게 한다. 아이들에게 '물건 아껴 쓰자', '소비보단 생산적으로 살아야 해'라는 가르침은 가치 중심의 말일 뿐 공허하다. 가치를 내 필요에 의해 내 것으로 받아들이게 하는 것이 교육이다. 아이들에게 실과 수업이 필요한 이유다.

'산어린이학교'는 2001년부터 '손끝활동'인 수공예 수업을 중요하게 진행하고 있다. 1∼2학년 과정에는 직조, 바느질, 손뜨개가 필수다. 1∼2학년 아이들은 둘이 짝지어 실뜨기 놀이를 하며, 실과 친해지고 짝꿍과 관계를 맺는다. 단오 잔치에서 장명루를 만들었던 경험은 다양한 실팔찌 만들기에서 확장한 것이다. 직조는 간단한 나무직조에 실끈이나 종이끈으로 옷을 짜는 원리를 배운다. 직조로 가방, 손지갑, 액자, 냄비받침, 다용도 바구니, 연필꽂이 같은 생활 소품을 만든다. 기본 바느질을 배운 뒤, 콩 주머니를 직접 만들어 놀이와 연결한다. 천에 물을 들여 다용도주머니, 가방, 배게, 인형, 필통, 쿠션을 아이들이 직접 만들어 쓴다. 손뜨개질 첫 단계는 실을 손에 걸어 목도리나, 긴 줄넘기를 만들어 노는 것이다. 대바늘 뜨기로 목도리, 모자, 장갑, 무릎 덮개, 방석을 뜬다. 3학년부터는 선택수업에서 손끝활동을 할 수 있다. 자신이 좋아하는 수업을 선택하거나 아이들도 수업을 만들 수 있어 아이들끼리도 수업한다. 코바늘뜨기는 4학년 정도부터 뜨는 것이 적절한데 친환경 수세미, 필통, 인형 만들기, 물통 주머니 같은 것을 다양하게 만들 수 있다.

지난해 삶을 위한 교사대학에서 준비한 직조 연수를 다녀왔다. 나무베틀을 만들어 헌 옷을 재단해 실을 만들어 짜는 '래그러그'를 아이들과 해볼 생각이다. 자연물 직조도 구상하고 있다. 산에서 칡넝쿨을 구해 큰 벽걸이 액자를 만들려고 한다. 자연물과 볏짚, 대나무살을 이용해 다양한 바구니와 멍석을 짜고 싶다.

창의성과 미적 감각 키우며, 서로 배우는 생활기술


▲ 경쟁과 자본으로부터 아이들을 지키려면 자연과 가까이 천천히 느리게 살아가는 삶을 보여줘야 한다. 교육에서 농사와 생활기술, 적정기술을 함께 고민하는 것은 앞으로 삶의 방식과 태도가 달라져야 한다는 것을 뜻한다. ⓒ이화전
어린이에게 손으로 하는 수공예 활동은 창의성과 미적 감각을 길러 준다. 한 땀 한 땀 바느질로 자기 물건을 만들어 갖는다는 자부심과 성취감이 있다. 생활에서 내가 만든 물건이 활용되는 기쁨을 아이들은 즐긴다. 하지만 만들어 내기까지 여러 번 풀고 뜨는 반복과 인내, 끈기가 필요하다. 저학년은 집중력과 호흡이 짧아 기능을 배워야 하는 부분에서 어려움을 겪기 마련이다. 이 과정에서 아이들과 교사는 많은 것을 경험하고 배운다.

생활기술은 다른 것과 다르게 꾸준히 배우려는 욕구와 의지가 강하다는 것이다. 더 중요한 것은 아이들이 힘들어도 재미있어 한다는 것이다. 내가 만든 물건이 세상에 단 하나뿐이라는 것에서 물건의 소중한 가치를 안다. 어린이의 수공예 활동은 생태적인 소박한 삶을 스스로 알아가게 한다. 농사를 직접 지으면 '재미있어요'와 '힘들었어요'라는 말이 같이 나온다. 손끝활동은 단순히 기능을 익히는 수준보다는 서로에게 배움을 줄 수 있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 편안하고 따듯한 수업이 된다. 특히 초등 3학년부터 중고등 과정까지 다양한 학년이 참여하는 선택수업에서 저학년과 고학년은 서로에게 배운다. 가르치지 않아도 아이들이 서로 협력하는 모습은 흐뭇한 일이다. 내가 어린 시절 경험하고 배웠던 생활기술이 아이들에게서 다시 재창조되는 순환의 기술이 되기를 기대한다.

중등 2기 졸업생이 지원교사로 활동하며 기록한 수업 일부를 소개한다.

모든 아이들이 그렇듯, 앞에서 누군가 이야기를 할 때는 별다른 흥미나 큰 집중력을 보여주지는 못했다. 하지만 달님이 무언가를 만들어보자고 말하는 순간 모든 아이들의 눈빛이 달라진다. 그리고 몸이 먼저 반응하기 시작한다. (2015년 3월 9일)

수업을 시작할 때부터 아이들의 얼굴에 흥분과 기대감이 가득했다. 오늘은 바구니 만들기 팀과 뜨개질 팀으로 나눠 수업했는데 양 팀 모두 처음 해보는 아이들이 있어 진도차이가 좀 났다. 그래도 시간이 지날수록 익숙해지는지 속도도 붙고 재미있어하는 듯했다. 뜨개질을 처음 해보는 아이들이 있어 코 만드는 법과 겉뜨기, 안뜨기를 하는 방법을 알려주었다. 처음에 누군가 내게 뜨개질하는 방법을 알려달라고 했을 때 순간 당황했던 것 같다. 아무래도 알려주는 게 처음이다 보니, 어떻게 설명을 해야 쉽게 이해할 수 있을까를 굉장히 많이 고민했던 것 같다. 더군다나 대상이 초등학교 저학년이다 보니 그랬던 것 같다. 그래도 내가 한번 보여주고, 옆에서 같이 천천히 해보고, 그렇게 같이 하다 보면 어느새 그 친구 혼자 할 수 있게 되었다. 확실히 말로 설명하는 것보다 내가 하는 것을 보여주거나 천천히 그 친구와 같이 해보는 게 전달력도 좋은 것 같고 상대방도 빨리 이해할 수 있게 되는 것 같다. (2015년 3월 16일)

어느 순간부터 무언가를 만들 때 재미보다는 완성을 했을 때 내게 또는 다른 사람에게 필요한지를 먼저 생각하기 시작했다. 아무리 예쁘고, 잘 만들어도 필요가 없다면 낭비라는 생각이 머리에 박혀 무언가를 만들 때는 항상 필요성과 활용도를 따진 뒤 만들게 된다. 아이들이 하는 것을 보면서 많이 배워가는 것 같아 기분이 좋다. 초등친구들과 중등친구들과 수업을 하다 보면 뭔가 굉장히 밝고, 에너지 넘치는 기운을 받는 것 같다. (2015년 3월 23일)


생태 순환으로 자원과 생활 기술이 만나는 삶으로


어린 시절 부모님의 삶을 통해 자연에 맞게 소박하게 사는 것을 몸으로 경험하고 체득했다. 그 경험이 내 삶의 가치와 태도를 만들었다. 그것은 생활기술이었고, 생태적 감수성이었다. 몸으로 보고 배웠던 것은 평생 잃어버리지 않는다. 요즘 아이들은 숙제도 인터넷에서 찾아 하는 것에 익숙하지만, 인터넷은 '내 지식'이 안 된다. 경험과 지식이 함께 가야 지식을 습득하는 방법과 자율성이 생기고, 모두를 아우르는 통합과 관계를 터득한다. 생태는 모든 것을 아우르고 자기 나이에 맞게 더불어 살아가는 것이다. 단순히 자연에서 놀고 식물을 아는 것이 아닌, 몸으로 체득해야 얻어지는 것이다. 몸으로 느끼는 감성과 정서가 삶의 자산이 된다.

경쟁과 자본이 깊숙이 삶을 파고드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아이들을 지키는 일은 자연과 가까이 천천히 느리게 살아가는 삶을 보여주는 것이다. 아이들을 보면 시대를 조망할 수 있다. 아이들에게 농사며 생활기술과 적정기술을 교육하려는 것은 삶의 방식과 태도 때문이다. 앞으로 아이들이 살아갈 세상에서는 자연을 돈벌이 수단으로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자연과 인간이 함께 살아가는 생태적 순환을 고민하는 쪽으로 가야 하지 않을까. 생태적 자원과 생활기술을 접목하는 삶의 방식을 통해 아이들에게 자급의 삶을 꿈꿀 수 있을 것이다.

* 월간 <작은것이 아름답다>는 1996년 창간된 우리나라 최초 생태환경문화 월간지입니다.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삶을 위한 이야기와 정보를 전합니다. 생태 감성을 깨우는 녹색생활문화운동과 지구의 원시림을 지키는 재생종이운동을 일굽니다. 달마다 '작아의 날'을 정해 즐거운 변화를 만드는 환경운동을 펼칩니다. 자연의 흐름을 담은 우리말 달이름과 우리말을 살려 쓰려 노력합니다. (☞ <작은것이 아름답다> 바로 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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