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운동연합 바다위원회는 지난 3월 말 국제학술지(SCI) 특별호에 한국 갯벌이 소개됐다는 사실을 알렸다. 4년이라는 긴 세월이 필요했지만, 필자는 이번에 해양정책 분야의 세계 최고 국제학술지(해양-연안관리, Ocean & Coastal Management, 102 PB)에서 <한국 갯벌 특별호>를 편집·출간할 수 있었다. 서울대출판부에서 <한국의 갯벌>을 출간한 지 10여 년이 흐른 후다.
세계 유명 갯벌에도 뒤지지 않은 한국 갯벌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갯벌은 유럽의 네덜란드, 독일, 덴마크에 걸쳐 있는 와덴해 갯벌이다. 이번 특별호는 우리나라 갯벌을 와덴해 갯벌과 비교해서 그 특성을 드러내어 세계적 반열에 올려놨다. 우리나라 갯벌의 규모(양)와 특성(질)을 검토해서 그 갯벌이 얼마나 희귀하고 특이하며, 왜 세계 5대 갯벌의 반열에 드는가를 확인할 수 있었다.
우리나라 갯벌의 질적 우수성은 특이한 경관에서 찾을 수 있다. 우리 갯벌은 산과 어우러지는 광활한 갯벌이다. 구불구불한 해안선, 해안선까지 바짝 다가선 산, 갯벌 가운데로 불쑥 솟는 섬, 이렇게 산과 섬이 어우러지는 광활한 갯벌은 세계적으로 극히 드물다. 중국의 장쑤성과 유럽의 와덴해 갯벌 모두 드넓기는 하지만, 육지부에 산이 없는 수평선갯벌이다.
둘째, 우리 갯벌은 주민의 생계를 떠받치고 있는 갯벌이다. 갯벌 대부분은 인근 주민의 바지락 양식장이고, 또 주민과 방문객 모두가 자유로이 조개와 갯지렁이·낙지를 캘 수 있도록 열려 있다. 갯벌 수확물은 주민의 생계 수입원이 된다. 그래서 '우리 갯벌은 생계형 갯벌'이라고 부를 수 있다. 반면, 와덴해 갯벌은 휴양 갯벌, 철새 갯벌이다. 그다음으로, 우리 갯벌은 생물종 다양성이 높은 갯벌이다. 와덴해 갯벌이 세계 최고 수준에서 보호되고 있는데도 생물다양성은 우리 갯벌보다 낮다.
셋째, 우리 갯벌은 규모 면에서도 세계의 여타 갯벌에 절대 뒤지지 않는다. 이는 황해 지형과 조석운동 때문이다. 황해는 반폐쇄성의 거대한 만(48만7000㎢)이며, 해류가 안으로 흐르면서 연안에서 조석과 조차를 만든다. 반폐쇄성 특성 때문에 조차가 3~9m에 이르는데, 이 큰 조차가 황해 전 연안에 갯벌을 만든다. 황해갯벌의 총면적은 1만8200㎢(남한 2100, 북한 2300, 황해의 중국 동해안 8200, 발해 5700)로 세계 최대 규모며, 와덴해 4700㎢의 4배에 달한다. 남한의 갯벌 규모는 간척 이전으로 따지면, 약 4500㎢이므로 이미 와덴해 갯벌에 버금간다.
아직 해양국립공원이 없다
우리나라 갯벌을 어떻게 보호할 것인가에 대한 필자의 생각은 '갯벌을 국립공원으로 지정하라'에 잘 나타나 있다. 물론 국립공원은 보전의 강도가 가장 강하므로, 처음부터 갯벌 모두를 국립공원으로 지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지역별로 점차 국립공원화(化)하는 것을 생각해 볼 수는 있다. 강화 남단, 천수만, 곰소만, 신안 갯벌 등이 국립공원화의 우선순위에 있는 갯벌이다.
갯벌을 국립공원으로 만들면 갯벌의 주관부서가 국립공원법을 행사하는 환경부가 된다. 그러나 갯벌은 바다여서 해양수산부(해수부)가 관할하므로, '갯벌' 국립공원은 국립공원법을 개정한 후에 지정이 가능하다. 여기서 그 개정은 '국립공원 대상지 육지부와 해양에서 육지부는 환경부, 해양은 해수부가 관할한다'는 식의 조항을 추가하는 것으로 충분하다. '습지보전법'에서 습지를 내륙습지와 연안습지로 나누고, 관리 권한을 환경부와 해수부로 나눈 것과 같은 맥락이다.
우리나라에는 아직 '해양' 국립공원이 없다. 지금의 해양 관련 국립공원은 태안해안·다도해해상·한려해상 국립공원이며, '해양'이 아니라 '해안'과 '해상'이라는 접두어가 붙는다. 이는 이들 국립공원이 해양을 상당 부분 포함하고 있음에도, 보호대상을 육지부와 섬으로 국한하기 때문이다. 태안반도에서는 태안해안, 다도해와 한려수도에서는 바다 위(해상)에 흩어져 있는 섬이 보호대상이다. 해안·해상국립공원은 경치가 아름다운 해안과 섬, 육지부를 겨냥한 것이지, 바다를 겨냥한 것이 아니다. 해안·해상국립공원에 해양 경계선이 그어져 있지만, 이는 섬 군의 최외각 경계선이고 해양보호 경계선은 아니다.
해양국립공원을 어디로 정할 것인가는 결정하기 어렵다. 해양생태계에서 보호할 가치가 있는 특이한 해역을 선택해야 하는데 해수 또는 해저 모두가 전국 바다 어디나 비슷하다. 해수는 수온의 차이는 있지만 대부분 비슷하고, 해저 역시 대부분 펄과 모래로 기질이 비슷하면 생물상과 생태계가 비슷하다. 해저의 암반기질에서는 제주도와 울릉도, 독도, 남해안의 섬 등에서 색다른 생태계가 발견되기는 한다. 그러나 두세 곳이 '해양생태계법'의 보호구역으로 이미 지정되어 있고, 추가로 더 넓은 해역을 지정할지는 두고 봐야 한다.
갯벌바다 보호구역 설정부터
해양에서 국립공원으로 지정할 수 있는 유일한 곳은 갯벌이다. 갯벌은 밀물과 썰물로 물에 덮이고 햇빛에 드러나기를 반복하는 지역이어서 여타의 해양생태계와 다르고 또 세계적으로 희귀하다. 더구나 우리나라 갯벌은 세계 5대 갯벌의 반열에 있으므로, 국립공원으로 지정해 그 특이함을 세계적으로 알릴 필요가 있다. 와덴해 갯벌은 갯벌센터와 국제갯벌학교, 갯벌연구소들이 해안을 따라 산재해 있고 또 유럽인의 휴양지로 기능한다. 또한 2000년대 후반부터는 유네스코 자연유산으로 지정해 세계와 교류하고 있다.
갯벌 국립공원이라고 하더라도, 우리가 이를 몇 년 안에 지정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10~20년의 안목으로 보면 그래도 이를 차츰 자연스럽게 만들어 갈 수는 있다.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가. 보호 강도는 느슨하지만, 보호 지역을 넓게 설정하는 일이다. 보호의 질보다는 양을 중요시하는 접근법이다. '대규모 개발은 금지한다' 정도의 조항은 넣고, 보호 관리의 수준은 낮게 하는 내용을 담은 법률 제정도 생각해 볼 수 있다. '백두대간보호법'은 보호 강도가 높아서 갯벌 보호와 직접 견주기는 어렵지만, 개발을 금지하고 광범위한 지역을 벨트 식으로 지정했다는 면에서 좋은 참고가 된다. 갯벌을 대규모 개발의 대상으로 삼는 정치권력의 접근을 차단하기만 해도, 갯벌 보호의 전제조건은 갖춰진다고 볼 수 있다.
<한국 갯벌 특별호>의 결론 논문은 보호구역의 경계선을 위의 그림에서처럼 서해연안해역을 따라서 그리고 있다. 그러면서 경계선 안쪽의 파란색 부분을 '갯벌바다(Getbol Sea)'라고 부르고, 이 갯벌바다를 보호구역으로 설정하자고 제안했다. '갯벌과 갯벌바다를 보호하자'는 주장이다. 위의 그림의 경계선은 해양개발연구원이 잠정적으로 그은 해양관리해역의 외곽선이면서 갯벌에서 기인하는 탁한 물이 확산되는 범위이고 육지로부터 흘러들어 온 담수가 영향을 미치는 범위의 선이다.
'갯벌과 갯벌바다를 보호하자'는 주장에는 갯벌만이 아니라, 갯벌과 수로를 함께 보호해야 한다는 논리가 들어 있다. 이는 생태계에 기초한 관리라는 원리에 근거한 아이디어다. 생태계에 기초한 관리란 생태계의 구성요소와 그 요소 간의 상호작용을 통합해서 관리해야 함을 말하며, 이는 공간과 부문의 통합적 관리로 구체화된다. 여기서 공간이란 하구·연안·갯벌·주변 해역 등이고, 부문이란 생태계 구성요소로서의 부문과 과학·정책·이해당사자 거버넌스 등이다. 갯벌 내의 구성요소 간 상호작용 체계를 하나의 계로 보고, 그 계와 인간의 상호작용(계에 대한 인간이용과 관리 등)을 다시 상위 계로 보는 것이다. 자연을 보면서 자연과 인간을 함께 보는 시각이며 분석법이다.
여기서 갯벌계의 경계선을 어디로 할 것인가는 매우 중요하다. 경계선을 긋기 위해 연안·내륙습지를 보호하는 국제협약인 '람사르협약'을 참고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습지보전법' 역시 람사르협약에 기초하고 있는데, 이 협약에서는 습지를 수심 6m까지로 정했다. 이를 갯벌에 적용하면, 갯벌과 수심 6m까지의 조하대가 '연안습지'가 된다. '습지보전법' 제2조 3항의 연안습지 정의를 '간조선까지'에서 '수심 6m까지'로 개정해야만 하는 근거다.
위 그림 오른쪽 '서해 갯벌'에 표시한 '갯벌바다'는 연안습지 정의의 개정을 염두에 두면서 갯벌의 영향을 받는 해역의 범위와 특징을 고려해서 붙인 이름이다. 생태계 구성요소가 상호작용하는 단위를 보통 '계'라고 한다. <한국 갯벌 특별호>의 영문 제목
갯벌바다를 지키기 위해
'갯벌계'를 '갯벌바다'로 부르고 느슨한 형태로라도 보호를 시작하자는 것이 결론 논문의 핵심이다. 한반도의 동쪽에는 백두대간이 북남으로 흐르고, 서쪽에는 갯벌바다가 북남으로 흐른다. '백두대간보호법'에 평행해서 '갯벌바다보호법'을 만들면, 육지와 바다의 핵심지역을 짝으로 보호할 수 있다는 생각도 했다.
갯벌보호구역을 우리나라 서해에 국한시키지 말고, 전체로 확장해 나갈 필요가 있다. 두 개의 지도에서 왼쪽에 놓인 황해지도는 황해 갯벌의 전체 상황을 개관하고자 만든 지도다. 남한, 북한, 중국의 발해, 중국의 동쪽인 황해 장쑤성 연안에 걸쳐 있는 전체 갯벌을 다시 하나의 '계'로 봐서 '황해 갯벌계'로 관리하는 것이 보호 이론에 맞는다. 3국이 보호구역을 충분한 넓이로 공동 확장하고, 경계선을 설정하며, 보호에 합의하는 일이 쉽지는 않을 것이다. 한국과 중국 양측의 전문가와 시민단체가 의견을 교환하면서 중국 연안을 좀 더 연구해서 공동 보호를 촉진할 수는 있을 것이다.
정부는 황해 갯벌의 보호를 미래의 남북한, 중국 간의 중요한 환경 협력 사업으로 삼을 수 있다. '갯벌바다를 보호'하는 일, '황해 갯벌 전체를 보호'하는 일을 우리가 새로운 환경 아젠다로 설정해 집중해서 행동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월간 <함께 사는 길>은 '지구를 살리는 사람들의 잡지'라는 모토로 1993년 창간했습니다. 사회적 약자와 생태적 약자를 위한 보도, 지구적 지속가능성을 지키기 위한 보도라는 보도중점을 가진 월간 환경잡지입니다.(☞ 바로가기 : <함께 사는 길>)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