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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뚝 오르던 심정으로 인도행 비행기에 오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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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뚝 오르던 심정으로 인도행 비행기에 오릅니다"

쌍용차 해고자들, 대주주 마힌드라 찾아 기약없이 인도로…

2009년, 그리고 7년. 쌍용차 해고자들이 이번엔 인도로 떠납니다. 이제는 진짜 그 고통스러운 싸움을 끝내기 위해 쌍용차의 대주주인 마힌드라 본사 앞에서 아난드 회장을 기다리겠다고 합니다. 지난 겨울 칼바람을 맞으며 극한의 고공 농성을 했던 김정욱 금속노조 쌍용차지부 사무국장 등 해고자 5명이 23일 오전 비행기에 오릅니다.

아난드 회장의 방한 이후 지난 1월 시작된 교섭은 9개월째 제자리 걸음입니다. 쌍용차 국내 경영진은 △해고자 복직 시한 명기 불가 △ 비정규직 해고자 복직 불가 △ 33억7000만 원 손해배상 청구 철회 불가를 주장하고 있습니다. 언제, 누가 복직될 지 모르는 안을 받으라는 얘깁니다. 이러는 사이 평택 공장 앞 김득중 지부장의 단식은 20일이 훌쩍 넘었습니다.

기약없는 인도행을 앞둔 김정욱 사무국장의 글을 소개합니다. 이번엔 '희망 비행기' 입니다. 편집자

어젯밤, 인도행 비행기에 오르는 짐을 꾸리다 말고 갑자기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렸습니다. 숨조차 제대로 쉴 수 없었던 7년의 세월이 스쳐 갔습니다. 하나둘 곁을 떠나간 스물여덟 동료의 모습이 보이기도 했습니다. 이 시간을 끊어보려고, 지난겨울 쌍용차 70미터 굴뚝 계단을 한 발 한 발 걸어 올라가던 순간이 떠올랐습니다.

무엇보다 평택 쌍용자동차 정문 앞에서 23일째 곡기를 끊고 있는 김득중 지부장의 야윈 얼굴이 눈앞에서 아른거렸습니다. 김득중 지부장, 아니, 득중이형. 형은 저와 친혈육보다 더 깊은 정이 쌓였습니다.

21년 전 처음 만났을 때부터 지난겨울 굴뚝에 올랐을 때까지 함께 뒹굴고 함께 얼싸안고 함께 눈물 흘렸습니다. 간이 안 좋은 형의 몸이 타들어 가는데, 그를 두고 인도로 떠나는 마음이 짐 가방보다 더 무겁습니다.

굴뚝에 오른 지 정확히 한 달이 된 날이었습니다. 1월 13일 한국을 방문한 아난드 마힌드라 회장은 "정리해고 노동자들과 그 가족들을 진심으로 걱정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티볼리가 기대 이상으로 선전하면 기꺼이 더 많은 사람을 고용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아난드 회장은 다음날 쌍용자동차 평택공장을 찾아 득중이형의 손을 잡아주었습니다. 굴뚝에 있던 저희가 대화하자고 하자 "공장 안에 있다. 기꺼이 만나겠다"는 답장을 보냈습니다. 마음 한편으로는 고마웠습니다.

6년 만에 노사 교섭이 열렸습니다. 고통스러운 굴뚝 위에서 교섭을 기다리며 버텼습니다. 그러나 한국의 경영진은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굴뚝 농성을 중단하고 내려와도 회사는 바뀌지 않았습니다. 수많은 시민들이 해고자들의 복직을 바라며 티볼리를 응원했고, 티볼리는 가속페달을 밟았지만, 끝내 해고자를 복직시키겠다는 이야기는 나오지 않았습니다.

7년, 서로의 상처를 보듬어주는 시간이기 바랐습니다. 그러나 기대는 실망으로, 미련은 절망으로 변했습니다. 복직 기한을 명시하지 않겠다고 합니다. 일부만 복직시키겠다고 합니다. 법원에서 정규직이라고 판결했는데 비정규직은 쌍용차 직원이 아니라고 합니다. 손해배상·가압류라는 도끼를 든 손도 내려놓지 않겠다고 합니다.

아난드 회장이 언론의 이야기했던 것처럼 티볼리는 대박을 치고 있습니다. 8월말 현재 3만8000 대를 판매하고 있다고 합니다. 수많은 사람의 성원 속에서 티볼리는 가속 페달을 밟고 있는데, 해고자들을 태울 수 없다고 합니다.

▲ 지난 겨울 고공농성을 하던 때의 이창근 금속노조 쌍용차지부 기획실장(왼쪽)과 김정욱 사무국장(오른쪽). ⓒ이창근
"7년 고통 마침표 찍고 돌아와 큰 절 올리겠습니다"

아난드 회장에게 편지를 보냈습니다. 그는 한국 경영진이 어떤 결정을 내릴 권한을 전적으로 가지고 있고 3주체 교섭의 결과를 마음을 다하여 지지할 것이라는 답신을 보냈습니다. 가장 이른 시일 내에 해결하자고 했습니다. 회장의 편지를 믿고, 다시 교섭에 나섰지만, 21일 회사는 종이 한 장 내밀지 않았습니다. 회사가 요청할 때까지 교섭은 없다는, 날카로운 회사의 비수가 단식 22일 차 득중이형의 살을 파고듭니다.

오늘, 굴뚝에 오르던 심정으로 인도행 비행기에 오릅니다.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 다섯 명이 이역만리 인도로 떠납니다. 3500마일, 서울에서 제주를 13번 가야 할 거리입니다. 하지만 숨조차 제대로 쉴 수 없었던 7년의 고통에 비하면, 간디의 나라까지 가서 싸워야 하는 고통은 아무것도 아니겠지요.

우리는 소통의 가치를 믿는다는 아난드 회장을 만나겠습니다. 사람의 가치를 중시한다는 회장을 만나 대화를 나누겠습니다. 인도 마힌드라 본사 앞에서 당신을 기다릴 것입니다.
어머니에게 전화 한 통이 걸려옵니다. 4년 넘게 한 번도 가지 못했던 명절, 굴뚝에서 내려오고 이번에는 고향 집에 가서 가족들과 보내고 싶었습니다. 수화기 너머로 "아들, 잘 다녀와" 기도 섞인 목소리에 가슴이 찡해집니다.

머나먼 여정, 언제 돌아올지 모르는 길입니다. 그런데 마음 한 켠은 풍성한 한가위처럼 넉넉합니다. 저희의 여행에 노자로 쓰라며 '희망 비행기'를 응원해주시는 시민들 때문입니다. 당신들 덕분에 가난한 해고자들이 비싼 비행기 표를 끊을 수 있었습니다. 아직은 많이 부족하지만, 행복합니다. 7년의 아픔을 함께 어루만져주신 당신들이 곁에 있었기 때문입니다. 7년의 고통에 마침표를 찍고 돌아와 여러분께 큰 절 올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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