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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도날드에 대체 무슨 일이 있길래…

[을 중의 을, 알바 ③] 맥도날드와의 단체교섭, 경과와 어려움

알바노조가 맥도날드를 상대로 대화를 요구한 것은 2014년부터였다. 현재 알바노조 위원장인 이가현 조합원이 맥도날드에서 일하다 노조활동을 한다는 이유로 해고당한 것이 기점이었다. 맥도날드는 쌍방 합의에 의한 계약만료라고 주장하지만, 이가현 조합원은 노조 활동을 한다는 것이 밝혀지기 전까지만 해도 계약 연장 제의를 받아왔던 노동자고, 근무 중 흠결이나 문제를 일으킨 적도 없었다. 하지만 이가현 조합원은 결국 복직하지 못했다. 계약만료서류에 사인을 했다는 이유였다.

그러나 이 복직투쟁은 알바노조가 맥도날드와의 투쟁을 시작하는 기점이 되었다. 복직투쟁을 하는 과정에서 맥도날드의 다른 문제들에 대해서도 관심을 갖게 되었고, 맥도날드가 자신들이 주장하는 것만큼 법을 잘 지키거나 노동조건이 좋은 편이 아니라는 사실도 알게 됐다. 맥도날드라는 '글로벌 대기업'에서 임금이나 노동조건은 겨우 최저수준에 불과했던 것이다.

알바노조는 이러한 맥도날드의 불합리한 노동조건들을 개선해야 한다고 꾸준히 주장했고, 알바노조의 문제제기 이후 이러한 부분들이 개선되었다는 증언들이 들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외부에서의 투쟁에는 한계가 있었다. 맥도날드의 조건이 개선되어도 이것이 알바노조의 문제제기 때문인지 회사방침 때문인지 알 방법도 없을뿐더러, 가장 핵심적인 문제들은 티끌만큼의 변화도 일어나지 않았다.

이에 자연스레 맥도날드에 노조를 만들자는 이야기가 노조 내부에서 나오게 되었다. 그렇게 하여 회사 모르게 맥도날드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모았고, 이렇게 분회를 만들기 위해 움직이면서 동시에 맥도날드에 단체교섭을 요구했다. 그렇게 맥도날드에 단체교섭을 요구하는 공문을 보냈던 것이 지난해 2월이었다. 하지만 맥도날드는 알바노조의 교섭 요구에 대해 반응하지 않았고, 첫 공문 발송 이후 약 2달간 매주 찾아가며 교섭 요구 시도와 1인 시위를 병행하였지만 역시 맥도날드는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 11월 10일, 준비했던 맥도날드분회가 드디어 결성되었다. 한국 최초의 맥도날드노동자들이 만든 노동조합이었다. 이렇게 분회를 결성하고, 그 날 바로 맥도날드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공문을 전달하려 했으나 실패했다.

ⓒ알바노조

그리고 그 다음 날 다시 단체교섭을 요구하는 공문을 보냈다. 그랬더니 맥도날드에서 놀랍게도 처음으로 답변을 보냈다. 근무하는 노동자의 신원을 확인할 수 없으니 구체적인 정보를 알려달라는 내용이었다. 이번에도 무응답으로 일관한다면 부당노동행위로 제소할 고민까지 하던 차였다. 그 후 몇 가지 우여곡절을 거쳐 6월16일 상견례를 하게 되면서 역사적인 맥도날드와의 교섭이 시작되었다.

현장에서의 고달픔

일을 해보지 않은 이들은 “대체 맥도날드에 무슨 문제가 그렇게 많길래 노조를 만들고, 단체교섭까지 요구하는 거야?”라는 의문을 품을 수도 있다. 알바노조에서 요구안을 작성할 때 가장 신경 썼던 부분도 그것이었다. 일하는 사람들의 의견을 최대한 반영하여 누구나 납득할 수 있는 요구안을 만들어내는 것은 굉장히 중요한 작업이었다. 그 결과, 지금 알바노조의 요구안을 맥도날드노동자들에게 보여주면 대부분 공감의 목소리를 보탠다.


맥도날드의 가장 큰 문제는 인력이 항상 부족하다는 것이다. 맥도날드에서 일하는 사람을 유심히 관찰해보면 정말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는 것을 금방 확인할 수 있다. 정신없이 일하다 30분 쉬고 다시 정신없이 일하다가 퇴근하는 셈이다. 한 노동자는 공장 일도 해보고 맥도날드 일도 해봤는데 맥도날드 일이 더 힘든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런데도 맥도날드의 임금은 고작 최저임금이다. 노동강도에 비해 너무 시급이 적은 것이다. 이를 인상하여 알바노조가 지금까지 계속 주장해왔던 최저임금 1만원을 맥도날드에서부터 실현하자는 것이 알바노조의 첫 번째 요구다.

또한 이렇게 높은 노동강도를 낮추기 위해서는 인력충원이 필요하다. 맥도날드는 레이버 컨트롤이라는 자체기준을 운용하여 노동자를 고용한다. 이는 매출 대비 일정 비율 이상 인건비로 사용할 수 없도록 만든 것이다. 그런데 이 기준이 너무 비현실적으로 낮아 현장에서 노동자들이 고강도 노동에 시달리게 된다. 이 기준을 현실화하여 인력을 더 충원해야 한다는 것이 그 다음 요구다.

맥도날드의 노동은 힘들 뿐 아니라 위험하기도 하다. 항상 화기를 다루고, 오토바이로 배달을 다닌다. 그런데도 맥도날드의 안전 의식은 매우 미흡하다. 안전장비가 제대로 지급되지 않을 뿐 아니라 그 질 또한 매우 낮고 수량 역시 부족하여 맥도날드의 노동자들은 항상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 그런데도 그릴노동자가 화상을 입으면 산재처리는커녕 화상연고 하나 던져주고 알아서 치료하라고 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런 위험한 매장을 안전한 매장으로 바꾸자는 것이 주요 요구 중 하나다.

▲ 맥도날드 일하다가 그릴에 화상을 입은 알바노동자의 팔. ⓒ알바노조

대부분의 요구가 이런 것들이다. 현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정말 절실하게 필요하다고 느끼는 것들, 잘못되어있는 관행들을 개선하자는 것이 핵심요구인 것이다.

사측과의 시각의 차이

이러한 문제의식을 지니고 교섭을 시작했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본격적인 교섭에 들어가기도 전부터 의견충돌이 심하다. 대표적으로 교섭위원 수와 교섭 주기, 장소 등이 있다. 맥도날드는 최대한 교섭위원 수를 줄임과 동시에 교섭 주기를 길게 잡고, 회사나 노조와 관계없는 곳에서 교섭을 진행하기를 요구하고 있다. 이는 맥도날드가 이 교섭에 적극적으로 임할 의사가 없으며 교섭의 위상을 최대한 낮추기를 바라고 있다는 증거다.

이러한 의혹을 뒷받침하는 증거는 또 있다. 현재 알바노조가 교섭을 요구하며 공개한 조합원은 1명이다. 이는 이가현 위원장의 사례가 있기 때문이다. 맥도날드에서는 이를 트집 잡아 교섭 자리에서 이 단체교섭을 노동자 1명의 노동조건을 개선하기 위한 협상 정도로 여기고 있음을 여과 없이 드러내고 있다. 한 명의 요구 조건 정도 대충 들어주고 끝내겠다는 것이다.

사측이 이러한 인식으로 교섭에 임하면 교섭이 힘들 수밖에 없다. 알바노조의 바람은 조합원 1명, 혹은 수 명의 근로조건을 개선하자는 것이 아니라 맥도날드 전체를 안전하고 좋은 사업장으로 만드는 것이다. 그러나 사측이 이런 태도로 자신들의 시스템 자체에 대한 문제를 인식하지 못한다면 이를 결코 들어주려 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현실적 어려움은 무엇인가?

조합원이 많다면 사측이 비협조적으로 나오더라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 다수의 노동자의 의견이 모아진다면 무엇이 두렵겠는가. 하지만 현재 알바노조는 그 정도 힘을 발휘할 정도로 조합원이 많지 않다. 하여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조합원이 아닌 다른 노동자들을 설득하여 교섭에 참여시키는 것이다.

이를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맥도날드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이 교섭에 대해 아는 것이다. 단지 알리는 것만으로도 효과를 볼 수 있는 이유는 맥도날드의 노동조건이 열악하다는 인식과 불만이 노동자들 사이에 많이 퍼져 있기 때문이다. 이는 교섭의 필요성을 잘 드러내주는 조건임과 동시에 알바노조 최대의 무기가 될 것이다.

문제는 맥도날드 알바노동자들이 일을 쉽게 그만둔다는 점이다. 맥도날드는 일한지 6개월만 넘어도 고참이 된다. 1년 넘게 일하는 사람을 찾아보기가 어렵다. 이처럼 높은 이직률은 노조 활동에 치명적이다. 노조의 힘은 조합원으로부터 나오는데, 이런 조건에서는 노조의 힘이라는 것이 매우 불안정한 기반에 서게 된다.

하지만 모든 노동자가 그런 것은 아니다. 매니저와 시니어 크루의 경우, 한 매장에서 몇 년, 길게는 10년 넘게도 일한다. 알바노조에서는 이들이 조합의 축이 되어야 한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들은 매장 내 영향력도 크고, 쉽게 그만두지도 않기 때문이다. 다만 문제는 노조에서 이들과 접촉할 방법이 없을뿐더러, 이들이 노조에 쉽게 가입하지도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보통의 크루(맥도날드에서 알바노동자를 부르는 명칭)들이 쉽게 그만두기 때문에 오히려 노조 가입에 부담이 없는 것과 다르게, 이들에게 맥도날드는 진짜 업이기 때문에 노조 가입에 부담이 크다.

ⓒ알바노조

이는 매우 어려운 문제다. 지금까지의 노조들의 활동을 그대로 따라하기만 해서는 필패할 것이다. 하지만 이를 극복할 수만 있다면 맥도날드 교섭이 성과를 거두면서 사회적으로도 의미가 있는 교섭이 될 가능성은 충분하다. 또한 이후에 이 성과를 바탕으로 다른 프랜차이즈들과도 교섭에 나설 수 있을 것이다. 알바노조의 도전이 갈림길에 서 있는 것이다. 알바노조의 교섭과 투쟁이 어떻게 나아갈지 관심을 가지고 지켜봐주시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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