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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퇴근길을 행복하게 만든 행복한 차 두 봉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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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퇴근길을 행복하게 만든 행복한 차 두 봉지

11월 겨울 저녁을 녹인 룩아워티 ‘깔라만시 티에이드’와 또뚜뜰라마을의 ‘알뚜라커피’

11월 9일. 한강이 저물어 가고 있다. 하루 종일 빌딩 옆에 붙어 있던 붉은 해가 떨어지는 시간은 더욱 배고프고 고단하다.

하루 종일 하얀 와이셔츠에 넥타이를 메고 일하다 문득 손목시계를 보았다. 아침 9시에 시작된 나의 하루가 시계의 둥근 원을 3/4을 돌았다.

▲8일 오후 호주 시드니의 명소인 오페라하우스를 찾은 관광객들이 공연을 보거나 기념사진을 촬영하며 대한민국 대표 캐주얼 블렌딩 티 전문 브랜드인 룩아워티 티(茶·차)를 여유롭게 마시며 추억을 만들고 있다. ⓒ프레시안(전형준)

퇴근시간이다. 소위 사람들이 말하는 넥타이부대 중 한 사람인 나.

곧바로 지하철을 타고 집으로 가기가 웬지 아쉬워, 시간이 나면 가봐야지 했던 ‘서울커피쇼’가 열리는 삼성동 코엑스로 발걸음을 돌렸다.

그렇다고 내가 밥보다 커피를 좋아했던 이효석 같은 작가만큼 커피를 사랑하는 건 아니다.
내게 커피 한 잔은 어떤 날은 사치이고, 어떤 날은 친구이다.


겨울문턱. 삼성동 퇴근길 안은 사람들이 붐빈다.
그 때 자주 만나는 J교수의 문자가 온다. 날씨도 쌀쌀하니 싱싱한 도루묵 알이 통통할 때 소주 한 잔 하자는 문자를 보고는 "오늘은 안되고....내일 불금에나 하자“라고 문자를 넣고 코엑스 문을 열고 들어갔다.

▲2017 서울카페쇼 개막 첫날인 9일 대한민국 대표 캐주얼 블렌딩 티 전문 브랜드인 룩아워티·티컵 부스에 3천800여 명의 관람객이 몰리며 성황을 이뤘다. ⓒ프레시안(전형준)

▲2017 서울카페쇼 개막 첫날인 9일 대한민국 대표 캐주얼 블렌딩 티 전문 브랜드인 룩아워티·티컵 부스에 3천800여 명의 관람객이 몰리며 성황을 이뤘다. ⓒ프레시안(전형준)

이 시간. 저녁밥보다도 커피 좋아하는 사람은 여기에 다 모인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며 웅장한 규모의 커피쇼 구경에 나섰다.

그러다 혹 마음에 드는 새로운 커피나 새로운 커피머신이라도 있으면 하나 사고 싶어 눈을 두리번거리며 걷는다.

칸칸이 온통 커피 냄새다. 코끝이 뻥 뚫리는 것 같다.
정말 커피란 알 수 없는 미친 녀석인 가보다. 오늘 하루 만도 서너 잔은 족히 마섰는데도 커피 냄새가 싫지 않으니 말이다.

그런데 내 눈엔 이 커피가 저 커피 같고, 저 커피가 이 커피 같다. 그래도 왔으니 이것저것 커피맛을 보긴 봐야 할 것 같아 부지런히 돌아 다녔다.

커피전문가도 아닌 내가 커피 맛을 제대로 아는 것도 아니다.
그저 눈구경이 더 재미있다.

그래도 반 바퀴는 돌다보니 커피를 소주처럼 꽤 마셨다. 커피를 너무 마셨는지 속이 쓰리다 싶어 커피 외에 다른 차를 찾았다.

입구 쪽으로 반환점을 찍을때 젊은 아가씨가 먹어 보라며 한 잔 준다.
내가 커피를 많이 마셔서 쏙이 쓰리다고 했더니 커피가 아니란다.

▲톡쏘는 탄산에 레몬 그라스 향이 나는 룩아워티 '깔라만시 티에이드' 앞에 붐비는 관람객들. ⓒ프레시안(전형준)

그 말에 부담없이 일단 마셨다.

그런데 괜찮다. 탄산처럼 혀를 쏘긴 쏘는데 새로운 맛이다. 그러니까 톡 쏘는 맛에 살짝 시큼한 맛. 그러다 다시 눈을 감고 음미해보니 레몬 그라스향이 난다.

이 차 이름이 뭐냐고 했더니 ‘깔라만시 티에이드’란다. 그런데 첨 먹어 보는 낯선 차인데 참 맛이 독특하고 괜찮다.

그래서 나는 아내에게도 이 맛을 알려주고 싶어서 한 봉지를 샀다.
그리고 그곳 '티컵'에서 파는 빵도 하나 샀다. 차와 먹으면 어울릴 것 같다. 아마도 아내가 좋아할 거 같다.

나는 다시 시계를 보았다. 30분이 지났다. 나는 톡 쏘는 그 맛의 여운이 채 가실 즈음 아직 다 보지 못한 커피쇼의 반 쪽을 더 보기 위해 통로 오른쪽으로 이동했다.

통로 한 쪽을 지나다 커피를 볶는 대형 커피기계 앞에서 볶아 나오는 커피콩을 한참을 구경하다 자리를 떴다.

다음 통로에서 마이크를 든 한 아가씨가 열대 과일 판매에 열을 올리고 있었다. 그런데 참 싱싱해 보인다. 나는 그 열대과일 가게를 지나 외국인이 커피를 파는 곳에서 발걸음을 멈췄다. 마음씨가 착해 보이는 아가씨가 커피를 준다.

배가 쓰린데 주는 걸 거부하지 못하고 마셨다. 그런데 이 맛은 내가 지금까지 마신 커피와 맛이 다르다. 꼭 토스트 빵처럼 구수한 냄새가 난다.

나는 또 호기심이 작동해 꼬치꼬치 묻는다.
“이거 어디 커피에요?”
그랬더니 멕시코란다.

▲가난한 멕시코 또뚜뚤라 마을 사람들이 만든 '알뚜라커피'. ⓒ프레시안(서정욱)

아프리카나 동남아에서 온 커피를 자주 마셨던 나는 멕시코 커피는 처음이다.
멕시코 말을 몰라 한국말을 아느냐고 했더니 고개를 절래절래 흔든다. 그러자 눈치를 챘는지 한국인 통역자가 인사를 한다.

그런데 커피를 마시며 이것 저것 대화를 나누다 보니 내마음을 흔든다.
내가 지금 마시는 커피는 멕시코의 뿌에블라주에 있는 또뚜뜰라마을에서 가져온 것이라고 했다. 해발 1,350m인 이 마을은 가난한 마을이라고 한다.

이들이 만든 커피 이름은 ‘알뚜라 커피’라고 했다.
내가 커피에서 토스트 빵 냄새가 난다고 했다는 고개를 ‘그렇다’고 한다. 카카오와 다크초콜릿맛에 야베야나의 깊은 맛이 난다고 말한다.

▲해발 1,500m의 청정지역에서 커피를 생산하는 가난한 멕시코 또뚜뚤라 사람들.ⓒ프레시안(서정욱)

그곳에서 나는 가난한 멕시코의 또뚜뜰라마을 사람들을 위해 커피 한 봉지를 샀다.

아내가 좋아 할 것 같다. 왜냐하면 이 커피에는 해발 1,500m에 사는 마음이 착한 사람들이 만든 커피니까 믿을 수 있고, 그들을 생각하며 마시는 나같은 한국인이 마실 때 또뚜뜰라 사람들의 따뜻한 마음을 함께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지하철 1호선. 커피 한 봉지와 차 한 봉지. 집으로 가는 지하철이 덜컹거린다. 나를 기다리며 아직 저녁을 먹지 않고 기다릴 아내가 있는 집으로 가는 길이 웬지 행복하다.


▲집으로 돌아가는 지하철 1호선 전철길. ⓒ프레시안(서정욱)

가끔씩 덜컹거릴 때마다 눈을 껌뻑이며 가는 길이 꼭 어릴적 나의 아버지가 꽁치 한 손을 들고 밤차를 타고 집으로 오시는 그 날처럼 행복한 꿈을 꾸며 간다.

그래도 오늘 내가 도루묵 알탕에 소주 한잔을 먹고 취해서 빈 손으로 들어가는 것보다는 ‘누이 좋고 매부 좋다’고 가난한 또뚜뚤라 사람들에게 내가 산 커피 한 봉지가 희망이 된다고 생각하니 내 배가 부르다.

그리고 아내가 자주 저녁밥에 채했을 때 찼던 탄산대신 톡 쏘는 탄산 맛에 비타민 섞인 레몬 맛 나는 깔라만시 차까지 한 봉지 더 샀으니 퇴근길 저녁. 겨울밤을 달리는 1호선이 넉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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