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인류에게 부족한 것은 무력도 아니요, 경제력도 아니다. 자연 과학의 힘은 아무리 많아도 좋으나 인류 전체로 보면 현재의 자연 과학만 가지고도 편안히 살아가기에 넉넉하다. 인류가 현재에 불행한 근본 이유는 인의가 부족하고 자비가 부족하고 사랑이 부족한 때문이다. 이 마음만 발달하면 현재의 물질력으로 20억 명이 편안히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 인류의 이 정신을 배양하는 것은 오직 문화뿐이다.
나는 우리나라가 남의 것을 모방하는 나라가 되지 말고 이러한 높고 새로운 문화의 근원이 되고 목표가 되고 모범이 되기를 원한다.(필자 주)
1. 창작 코리아
백범 김구 선생은 "모방하는 나라가 되지 말라"고 하였습니다. '따라쟁이'를 하지 말라는 이야기입니다. 창작의 시작은 모방에 있습니다. 그러나 모방을 하더라도 처음부터 '창작을 하는 모방'이어야 하고, 더 나아가서 모방을 벗어나서 창조로 나아가야 하는 것입니다. 그래야 백범 김구 선생이 말하듯 '높고 새로운 문화의 근원이 되고 모범이 되기'를 실현할 수 있는 것입니다. 나는 그것을 '창작 코리아'라고 부르고 싶습니다. 물론 김구 선생이 직접 창작을 말하지는 않았지만, 나는 그것을 창작이라고 생각합니다. 모두가 지식인이 되고, 모두가 예술가가 되는 바로 오늘 날의 유비쿼터스 혁명, 인공지능 혁명으로 이제 디지털 미디어무브로 새로운 세상을 창작하고, '새로운 인간형'이 탄생하는 시대로 진입하고 있습니다. 사회를 바꾸고, 개인을 성숙하게 하는 힘은 어디에 있는가요? 바로 '문화의 힘'입니다. 문화와 예술을 모방이 아니라 창작으로 전환함으로써 우리 사회 전체를 '따라쟁이'가 아니라 '창작기반사회'로 만들어 나가야 합니다. '따라쟁이 코리아'를 '창작 코리아'로 전환하는 담대한 기획으로 새로운 시대를 열어야 합니다. 이것은 모든 분야를 관통하는 전 사회적인 프로젝트입니다. 예술이 전위에 서 있지만, 또한 모든 분야에서 예술을 해야 합니다.
2. 비판 콤플렉스의 극복
우리 사회의 모든 시스템이 재벌-관료 중심 개발주의 만능의 '보수' 체제입니다. 우리 학교와 사회는 아직도 "가만히 있어라"라는 기득권 세상을 유지하는 '보수'를 전면에 내걸고 있습니다. 비판하지 말고 오로지 묵묵히 따라주고 오래 일해 달라는 것이지요. 그리하여 심지어는 '비판하는 것'이 곧 '나를 적대하는 것'으로 등치되면서 비판하는 행위 자체가 금기가 되고 비판을 수용하지 못하는 사회적인 병리 현상으로 드러나게 되는 것입니다. 비판적 사고를 통해서 문제 해결을 하고 성과를 내는 것이 아니라, 안면을 트고 인맥을 과시하고 관계를 잘 터서 사다리를 올라가는 것이 당연한 사회가 되는 것입니다. 비판이 가로막힌 사회는 실패를 두려워하고 도전하지 아니하며, 문제를 해결하고 성취하는 것을 꿈꾸지 않습니다. 주어진 현실을 인정하고 내 마음을 다스리는 데 신경을 더 쓰고 현실에 타협하며 재빨리 '포기하는 사회'입니다. 정상적인 자유와 경쟁과 성취와 관용과 도전을 꿈꾸는 사회가 아닙니다. 그 결과 기회주의가 만연하고 뒤에서 욕하며 나 보다 약하고 비판하는 자를 밟고 일어서고 인맥에 호소하고 상부에 눈치 보고 아부하는 사회입니다. 건전한 정신과 집중을 유지하기 어려운 사회이지요. 그래서 자기 정체성을 제대로 유지하지 못하고, 겉으로는 누구나 '말 잘 듣는' 범생이이기를 바라니까 대충 남들처럼 절반만 따라가도 성공이라고 그저 그런 가짜 정체성으로 꾸미기도 하고, 때로는 속과 겉이 다른 이중인간이 되기도 해야 합니다. 너무 앞서서도 안 되고 뒤처져도 찍히니까 중간만 가는 게 가장 좋다는 사이비 중도, 옳고 그름이 아니라 내 편도 네 편도 아닌 딱 중간에 서는 가짜 중도, 사이비 언론이 판을 칩니다. 이렇게 비판 콤플렉스가 다양한 사회적인 병리 현상과 부패를 일상화하는 체제를 만들어내는 것입니다.
3. 따라쟁이 문화, 식민주의 문화 극복
그에 따라서, '따라쟁이' 문화가 만연하는 것이지요. 고민하고 또 고민할 필요가 어디 있나요? 고생, 고생해서 새로운 것을 만들어낼 필요가 어디 있나요? 누군가가 잘 만들어놓은 것을 따라잡으면 됩니다. 선진국을 따라잡기 위한 산업과 기술과 문화와 학문 전반에 걸쳐서 '수입산'이 최고이자 최선이고, 그 수입산의 짝퉁에서부터 시작하여 수입산과 같은 품질의 상품을 만들어내는 것을 지고의 선으로 간주하는 사회. 학문조차도 수입산이 판을 치는 세상이고, 노래와 문화조차도 수입산을 '따라쟁이'로 잘 부르는 것이 멋지고, 삼성이 소니를 따라잡아 넘어서고 애플을 ‘따라쟁이’로 따라잡으려고 안간힘을 쓰는 문화. 자동차 조선 화학 의료 같은 모든 산업과 법 제도와 문화예술 영역이 '따라쟁이' 시대가 되었습니다. 그에 따라 근대 한국문화가 '식민지 아닌 식민지' 혹은 '내재화된 식민지'의 특성을 띠게 되었습니다. 사상과 학문뿐만 아니라 예술에서도 내재화한 식민주의가 만연합니다.
4. 창조나무
창작 혹은 문제 해결은 비판적 사고와 확산적 사고의 나선형적 상호작용으로 이루어집니다. 비판적 사고와 확산적 사고는 동전의 양면과 같습니다. 그래서 창작이나 실제 문제 해결에 함께 작용합니다. 창작을 위해서나 문제 해결을 위해서나, 먼저 확산적 사고 과정을 통해 독창적인 아이디어를 만든 다음에 비판적 사고 과정을 통해 찾아낸 아이디어들 가운데 가장 좋은 것을 선택합니다. 이 과정을 계속 나선형적으로 융합해 나갑니다. 비판적 사고를 배제하고 확산적 사고를 창의적인 것으로 생각하여 상상을 하게 되면 결국 현실로부터 동떨어진 공상에 빠지게 됩니다. 특히 우리 사회는 비판을 금기시하는 비판 콤플렉스에 빠져 있기 때문에 이런 경우가 매우 많습니다. 그러나 창조적인 것을 내오기 위해서는 좌우 뇌를 통합적으로 사용해야 합니다. 창의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확산적 사고와 비판적 사고가 모두 필요하다는 것이지요. 뇌의 우반구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만들거나 확산하는 기능을 가지고 있으며, 좌반구는 만들어진 아이디어 가운데서 해결책을 찾는 수렴적 기능을 하기 때문에 결국 좌우 반구의 기능, 즉 확산적 사고와 비판적 사고가 동시에 움직여야 혁신과 창조가 일어나는 것입니다.
5. 혁신사회와 창조체험
디지털화 이후 사회변화의 속도가 갈수록 가속화하는 시대에 진입하여 오늘날 중요한 것은 과거학습(溫故而知新)이 아니라 미래학습입니다. 현재는 즉시 과거로 사라지고 미래가 곧바로 현재로 나타나는 시대입니다. 지식기반사회에서는 변화의 속도가 빠르기 때문에 혁신이 경제의 핵심 엔진이 됩니다. 그러므로 오늘의 사회는 변화와 혁신이 일상화되는 ‘혁신이 이끄는 사회’ 즉 혁신사회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혁신은 곧 ‘창조적인 파괴’입니다. 그 앞자리에 창조산업이 서 있습니다.
"'창조경제(creative economy)'가 성공하려면 우선 '창조사회(creative society)'가 성숙돼야 합니다. 인간은 기계나 로봇이 아닙니다. 인간은 시키는 대로가 아니라 스스로 창조성을 발휘할 때 새로운 가치를 창출합니다. 창조경제라고 해서 게임, 애니메이션, 영화산업만 생각해선 안 됩니다. 인문학 진흥과 문화예술교육 확대를 통해 '창조사회'의 분위기를 성숙시켜야 합니다."
오늘날 혁신이 요구하는 기술과 태도를 키우는 수단으로써 예술과 창조체험이 더욱더 주목받고 있습니다. 미국 교육부 장관을 역임한 안 던컨(Arne Duncan)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예술교육은 그 어느 때보다도 중요합니다. 세계경제에서 창의력은 필수적입니다. 오늘날의 노동자는 노동력의 생산적이고 혁신적인 참여자일 뿐 아니라 기술과 지식 이상의 것을 필요로 합니다. 오늘날과 미래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미국의 아이들이 창의적이고, 수완 있고, 상상력이 있어야 합니다. 창의성을 키우는 가장 좋은 방법은 예술체험입니다." 미국의 '국가 핵심예술 표준'(2015)에서도 이렇게 말합니다. "예술은 상상력, 조사, 구성 및 다양한 맥락에서의 반영이라는 네 가지 기본적인 창작과정으로 이루어집니다. 이 과정에서의 메타인지 활동은 호기심, 창의력과 혁신, 비판적 사고와 문제 해결, 의사소통 및 협동의 효과적인 작업 습관을 키워주며 그 각각은 21세기의 학습과 삶의 다양한 측면으로 옮겨갑니다." 그에 따라서 비판적 사고와 의사소통, 협업, 창의성(critical thinking, communication and collabora- tion, creativity)을 '배움과 혁신의 네 가지 기술'(4Cs)로서 매우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마당예술운동의 이론과 실천을 이어받아 비판적 사고와 문제해결력, 그리고 생활나눔(의사소통)과 공동창작(창조성과 협동성)을 즉흥 놀이교육으로 진행하는 '창조체험'을 민간에서 추진해왔습니다. 오늘날 예술가는 우리 사회의 혁신과 창작을 위한 '역할 모델'이 되었습니다.
6. 시군구 단위 혁신예술위원회와 창조체험센터 제안
미국의 '국가 핵심예술 표준'에서는 또한 이렇게 못 박았습니다. "사실, 우리 국가의 미래 번영과 복지는 그것에 달려 있습니다." 미국만 그럴 리는 없습니다. 우리도 그렇습니다. 이것은 단순히 예술 부문에만 필요한 기술이 아닙니다. 교육과 예술과 도시재생과 기업과 전 사회에서 필요한 기술이며 평생학습의 차원에서 늘 배우고 늘 혁신해야 할 기술입니다. 비판적 사고와 창의적인 문제해결 능력을 키워주는 '혁신예술위원회'와 '창조체험센터'를 전국의 모든 시군구 단위에 설치하여 창조체험의 기술을 모든 학교와 기업과 사회에 보급하는 전국적인 캠페인을 벌일 것을 제안합니다. 예컨대 중앙정부에서 드러난 블랙리스트는 빙산의 일각일 뿐입니다. 기초나 광역 단위 지역의 숨어있는 문제점들은 더 클 뿐만 아니라 스스로 내면화시키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심각한 문제를 갖고 있습니다. 혁신예술위원회와 창조체험센터를 설립하여 수면 아래에서 들끓고 있는 공동체들의 문제를 드러나게 돕고 시민들의 수많은 목소리를 전달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합니다. 가정과 사회를 예술과 미디어로 소통하게 해야 합니다. 그다음 세상을 바꾸어나갈 계기가 마련될 것입니다.
류이 i미디어축제 예술감독 1976년 최초의 마당극으로 알려진 <허생전>을 기획 제작하였고, 1977년 월간지 <대화>에 '민중문화운동으로서의 연극'을 집필하여 1970~80년대 민중문화운동의 정체성을 알렸다. 1980년대에는 '장르해체론'을 들고나와서 전통공연예술의 기초 장르인 민요부흥운동을 조직하였고, '대동놀이론'으로 전국 대학가의 축제 문화를 바꾸는데 계기를 마련하고 풍물운동의 붐을 일으키기도 하였다. 최근에는 두레패 마을 만들기를 위한 '마을 마당극'의 부활을 위해 노력하고 있고, 영상미디어와 마당예술의 융합에 관심을 갖고 '미디어판굿'을 실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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