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항항공산업은 코로나 고용위기 대응의 시금석이자, 대표적 하청 간접고용 밀집산업이다. 모두가 알다시피 최악의 상황을 맨 앞에서 겪고 있다. 코로나19로 인천공항 이용객이 급감하고, 고용불안이 가시화되자 고용노동부(이하 노동부)는 2월 10일 고용유지지원금 지원대상 선정 기준 완화를 시작으로 고용유지 대책을 시작했다. 노동자들은 골간이 되는 △ 고용유지지원금 제도 개선 △ 특수고용지원업종 확대 두 가지 대책에 기대를 걸고 주목해왔다.
노동부는 고용유지지원금 대상을 넓히고 금액을 높여나갔다. 복잡한 매출감소 증명 대신 '코로나로 인한 피해'를 입증하는 방식으로 외연을 넓혔고, 휴업급여 지원 기준을 <2/3(기존)→3/4(3.1 시행)→9/10(4.1 시행)>으로 긴급하게 상향조정해 사업주 부담을 낮췄다. 특수고용지원업종 역시 위기 업종들을 포함시켜갔다. 3월 16일 고시를 통해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여행업, 관광숙박업, 관광운송업, 공연업을 6개월간(3.16-9.15) 특수고용지원업종으로 지정하고, 4월 22일 '고용안정 특별대책'(이하 '특별대책')에서 면세점 등 더 많은 업종을 포함시킨다.
이 과정에서 노동부는 공공운수노조 영종특별지부(이하 영종특별지부)가 지적한 정책 공백들에 대해서 일부 보완한다. 특수지원고용업종에 지상조업사 포함(4.27 발표), 유동성 위기 기업 노동자를 위한 고용유지지원금 선대출-후상환 시행(4.23 발표) 등은 부분적이나마 긍정적으로 평가할만하다.
취약계층을 가장 늦게 보호하는 노동부 정책의 방향은 틀렸다
노동부는 위 정책들을 포함하는 '특별대책'을 위해 10.1조 원의 세금을 투여한다고 대대적으로 발표했다. 2020년 노동부 예산이 30조인 것에 비춰볼 때 매우 큰 규모다. 하지만 첫 정책 발표 후 3개월여가 지난 현 시점에서 '특별대책'은 코로나19 재난 대책으로써 오류를 노정하고 있다. 취약계층에서 일자리가 파괴되고, 근로기준법이 무력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재난으로 인한 법제도 붕괴와 고통은 하청 간접고용 노동자로부터 올라오는데, 노동부의 보호대책은 최상층 사업주부터 보호하고 있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하나의 일자리도 반드시 지키겠다"는 특단의 대책이 무색한 상황이다.
노동부는 코로나 재난시기 하청 간접고용 노동자 목소리를 외면해왔다
영종특별지부는 민주노총과 함께 3월 23일 출범 기자회견부터 '정부지원의 사각지대 해소'를 꾸준히 요구해왔다. 돌이켜보면 공항항공산업 하청 간접고용 노동자들을 배제한 '특별대책'에 대한 선제적 비판이었다. <항공사-지상조업사-도급/파견업체>, <대기업 면세점-입주 브랜드-도급/파견업체>, <호텔-도급/파견업체> 등 다단계 하청 구조 맨 아래에서 최저임금 수준으로 공항항공산업을 떠받쳐온 수 만 명의 취약 노동자 계층의 목소리였지만 재난 이전에도, 이후에도 노동부는 외면하고 있다.
장고 끝에 악수, '무급휴직 신속지원프로그램'
노동부는 이들의 절박한 목소리에 4월 22일 '특별대책'에서 황당한 대책을 내놓는다. '무급휴직 신속지원 프로그램(이하 '신속프로그램')'이다. 항공기취급업에 등록되어 있는 인력파견 업체의 경우 기존과 다르게 유급휴직 없이 바로 무급휴직에 대해 월 50만원씩 3개월간 최대 150만 원을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노동부의 공항항공 하청 간접고용 노동자 첫 대책인 '신속프로그램'은 상징적이면서 치명적인 문제점들을 가지고 있다. 첫째, 너무 늦은 시기이다. 2월부터 시작된 고용불안으로 인천공항 민간사업장 48%인 2만7000명(4.14 기준)이 이미 휴직, 퇴직 상태이다. 인천공항 상주기업 중 최소 30% 이상이 용역/도급업체라는 것을 감안하면('인천공항 상주기업 현황 조사 보고서(2019)') 1만 명 이상의 하청 간접고용 노동자들이 이미 고용, 생계 위협에 노출되어 있는데 조치가 너무 늦었다. 둘째, 협소한 대상이다. 늦었으면 대상이라도 넓혔어야 했다. 7만6000명 인천공항 고용의 25% 가량을 차지하는 면세점/상업시설, 호텔/리조트 등 다양한 하청 간접고용 노동자는 이제 보호받을 길이 요원해졌다. 위기 초입이던 2월부터 가장 먼저 강제연차, 무급휴직, 권고사직을 호소하며 정부 대책을 기다려온 노동자들이었다. 원청만 보호 대상에 포함되었으니 정부에 대한 원망은 더 심할 수밖에 없다.
하청 간접고용 노동자는 차라리 실업급여 타라는 문재인정부의 시그널
셋째, '실업급여 유혹'이다. 노사 모두에게 치명적이다. '특별대책' 발표 후 사업주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신속프로그램'과 '권고사직'(실업급여 수급) 중 양자택일을 강요하고 있다.
노동부의 '신속지원프로그램'은 '일자리 유지'가 아니라 '권고사직' 시그널로 현장에 접수되고 있다. 이기적인 사업주는 손쉬운 위기 탈출의 호기를 그냥 넘어가지 않는다. 사업주들은 '실업급여 수급', '(물론 공수표일 가능성이 높은) 재고용 확약서'까지 마치 누군가의 지시를 받은 것처럼 일사분란하게 옵션으로 제시하며 노동자들을 압박하기 시작했다. 재고용 확약서가 법률적 효력이 있냐며 영종특별지부로 연일 상담이 쇄도한다.(대표적으로 아시아나항공 지상조업 하청사 KA) 확약서들은 "재고용 '시기'를 2020년 안에 정한다, 복귀의 순서는 회사가 정한다 등"으로 점철되어 있다. 확약서라고 쓰고 사직서라고 읽을 수밖에 없다. 노동부는 사업주의 선의에 기대 지원금만 높일 것이 아니라 휴업수당 10% 부담을 ‘강제’하는 방안을 더 고민했어야 했다. 그렇게 10.1조 원 '특별대책' 아래서 노동자들은 일자리를 잃고 있다.
월 50만 원 소득으로 살 수 있는 사람은 누구인가?
'신속프로그램'을 설계한 노동부 관료들에게 묻지 않을 수 없다. '월 50만 원' 지원금액 설계 근거는 무엇인가? 그 돈으로 당신들은 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가? 왜 대통령의 지시와 다르게 '고용유지'가 아니라 '실업유도'를 제시했는가? 특수고용지원업종의 더 나은 일자리 유지정책인 '일반절차'를 어째서 무력화했는가?
길어질 재난 위기, 올바른 길잡이를 위해 현장 노동자들의 목소리 들어야
영종특별지부는 '시기, 대상, 방식'을 모두 고려해 3월부터 <고용안정 3대요구>를 제시했다. 지난 15년여 간 민주노총이 인천공항-영종지역에서 미조직 노동자 조직화 사업을 하며 현장의 목소리를 귀담아 들어왔기에 긴급하게 제시할 수 있었던 절박한 요구들이다. 노동부에 요청한다. 한시적 해고 금지, 인천중구 고용위기지역 지정, 고용유지지원금 사각지대 해소를 위한 노동부-공공운수노조 정례협의를 요청한다. 인천공항은 작은 대한민국이며 미증유의 재난을 겪고 있다. 지진이 아니라 건물이 사람을 죽인다는 격언을 절박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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