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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임금 방치하는 건 바이러스 확산 방치하는 것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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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임금 방치하는 건 바이러스 확산 방치하는 것과 같다"

[기고] 코로나19 시대, 왜 최저임금 인상인가 ①

2021년 최저임금을 결정하기 위한 논의가 한창이다. 노동계와 경영계는 지난 1일 각각 16.4% 인상안인 1만 원과 2.1% 삭감안인 8410원을 최초 요구안으로 제시하며 본격적인 금액 심의를 시작했다. 고용노동부의 최저임금 법정 고시일이 8월 5일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늦어도 7월 중순경에는 내년도 최저임금 액수가 결정돼야 한다.

올해 최저임금 결정의 최대 변수는 코로나19다. 경영계는 '경제위기와 기업 경영 상황 악화'라는 전가의 보도를 꺼내들며 최저임금 삭감을 주장하고 있다. 그렇다면, 코로나19 시대에도 노동계가 최저임금을 인상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프레시안>이 이에 대한 세 편의 기고글을 싣는다.

코로나19 확산에 대응하여 각 국가와 보건당국이 선택한 여러 노선 중 영국이 선택했던 '집단면역' 노선은 비교적 성공적인 방역으로 평가받는 아시아 국가뿐만 아니라 유럽 다른 국가의 노선과 특별히 구분된다. 집단면역 노선은 인구의 다수가 면역력을 갖는 과정에서 불가피한 희생을 치르는 대신 사적 자유의 침해와 사회적 비용 및 피로를 가능한 한 줄이고자 하였다. 3월에 영국이 선택한 이러한 집단면역 노선을 4월에 결국 사회적 거리두기로 전환한 사실로 미루어 실패한 정책으로 평가할 수 있겠다.

실패로 끝난 영국의 집단면역 노선이 신자유주의 경제학의 구상에서 비롯하였다는 사실은 많이 알려지지 않은 듯하다. 2014년 영국의 총리가 국가의 주요 정책에 행동경제학을 도입하고자 설립한 내각사무처 직속기관인 행동경제학 전문연구팀(Behavioural Insights Team)은 '사회적 피로'라는 개념을 고안하여 집단면역 노선을 지지하였다(테오 부르주롱, '죽음으로 내모는 '집단면역'의 카운트다운',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한국어판 2020년 4월호). 강력한 방역 정책은 국민의 피로감을 유발해 지속 불가능하므로 집단면역 확보를 택해야 한다는 논리였다. 사랑하는 이들의 죽음이 예상되더라도 바이러스 확산이 줄어들 때까지 놔두고 지켜보게 한 것은 '집단면역에 대한 환상'인가? 아니면 집단면역 노선의 바탕에 있는 공리주의적 또는 신자유주의적 원칙인가?

신자유주의적 원칙에 따라 사회 구성원의 희생을 감수하는 원칙을 방역정책에 적용한 영국의 사례에서 봐야할 것은 집단면역 확보의 실패라는 결과만이 아니다. 이른바 'K-방역모델'을 긍정하는 한국인의 입장에서 국민의 죽음을 어쩔 수 없는 희생으로 보는 집단면역 정책의 전제와 원칙은 수용하기도, 간과하기도 어렵다.

집단면역 노선을 도모한 신자유주의 원칙이 국민의 생사를 결정하는 방역에 적용되자 곧 치명적인 문제가 드러났다. 그러나 이후에 집단면역의 환상만이 회수되었을 뿐 그 원칙은 여전히 다른 수많은 정책과 담론을 좌지우지하고 있다. 최저임금제를 둘러싼 논쟁의 오래된 담론이 대표적이다. '최저임금을 인상하면 실업이라는 비용이 발생하므로 지속 불가능한 제도를 운영하기보다는 시장에 맡겨두고 지켜보자. 일부 임금노동자가 받을 아주 낮은 수준의 임금과 소득이 예상되더라도.'

최저임금제는 이후 어느 시대보다 작업장과 노동시장이 규제에서 자유로웠던 125년 전에 태동했다. 한국보다 훨씬 먼저 산업화한 국가에서 최저임금제가 도입된 배경은 임금노동자의 치명적인 저임금 상태였다. 최저임금제는 저임금과 불평등을 해결하기 위해 도입된 '임금'정책이다. 최저임금제는 전일제로 종일 일을 해도 자신과 부양 자녀의 생계를 꾸릴 수 없는 수준에 임금노동자가 놓이지 않도록 규정하는 '임금'제도이다.

임금정책의 시행에 있어 임금보다 '고용'을 포괄적으로 고려하여 제도의 실효성을 낮추자는 주장은, 사회적 피로가 예상되는 사회적 거리두기 대신 최소 관리만을 허용하는 집단면역 노선 정책을 떠올리게 한다. 모든 정책과 제도는 실효성에 초점을 두고 합목적적으로 운영하되 외부효과가 예상된다면 보완책을 마련해야 한다. 순전히 최저임금제의 운영으로 인해 임금노동자의 저임금 상태는 개선되어도 고용이 감소한다면 고용유지 또는 실업자의 취업 지원을 위한 대책을 함께 운영하자고 해야 한다. 최저임금을 낮추거나 내버려 두자는 주장은 논리적으로 도출되지 않는다. 물론 최저임금제 자체가 아닌 최저임금 수준의 인상으로 고용이 감소하는지 여부에 대한 논쟁은 50년 이상 여전히 진행 중이다.

한국 정부는 코로나19 확산 이후 방역 외에도 경기부양과 고용안정을 위해 상당한 재원을 투입하여 촘촘한 정책망을 구성하여 시행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시험적 기본소득제 성격을 띤 긴급재난지원금은 가계의 소득 보전과 소비 진작에 기여 하였다. 이와 같은 정부의 정책 기조와 일치하는 최저임금제는 생계 수준 이하의 저임금 상태로부터 임금노동자를 보호하는 본래 목적에 충실하게 운영되어야 한다.

만약 코로나19 확산 때문이 아니라 최저임금 인상 때문에 불안해진 일자리가 있다면 보완하기 위한 추가 지원을 하면 되는데 이미 일자리 안정자금 제도가 존재한다. 소득 보전과 소비 진작을 위한 정책을 실시하고도 임금노동자의 소득과 생활에 핵심적인 최저임금제의 실효성을 낮춘다면 이는 정책적 자기모순이라고도 할 수 있다. 최저임금은 자신과 부양 자녀의 생계 수준에 이를 때까지 올라야 한다. 보호받아야 할 취약계층을 희생시키는 정책은 보건 방역의 원칙도, 경제적 방역의 원칙도 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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