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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의 총성, 우리는 무엇을 할 것인가?

[내가 만드는 복지국가] '포스코 OUT', 실질적이고도 명확한 연대 방안

총성이 울리고, 미얀마 민주주의를 외치던 19세 소녀(미야 트웨 트웨 카잉)가 죽었다. 머리를 관통한 총상, 입가에 흐르는 핏물이 소녀의 마지막은 아니었다. 그녀의 죽음은 미얀마 시민의 민주화 의지를 일깨웠다. 총성이 울리고, 또 다시 19세 소녀(치알 신)가 죽었다. 모든 것이 잘 될 것이라고. 그녀가 입었던 티셔츠 문구는 세계인의 부끄러움을 일깨웠다. 총성이 울리고, 집 안에서 아빠 품에 안긴 7살 아이(킨 묘 칫)가 죽었다. 군부는 중화기를 들었다. 수백 명이 죽어가도 미얀마 시민들은 거리에 선다. 이 순간도 총성이 울린다. 우리는 무엇을 할 것인가?

2월 1일 미얀마 군부의 쿠데타로 아웅산 수치는 구금되고, 선출 권력은 한순간 몰락했다. 2015년 미얀마에 문민정부가 들어섰지만, 군부에 관리된 민주화는 한계가 명확했다. 미얀마 군부는 권력이 흔들리자 총을 들었고, 뒷배가 되어주고 있는 중국, 세력균형을 맞추려는 미국, 무능한 국제사회로 인해, 미얀마 군부의 국가 살인이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미얀마 시민은 사투를 벌이고 있다. 미얀마 시민이 원하는 것은 민주주의의 최소한이다. 권력은 시민을 해하지 말 것이며, 인민의 의지로 선출된 권력을 존중하라는 것이다.

'포스코 OUT', 실질적이고도 명확한 연대 방안

국제정치 역학에 의해 못 이기는 듯 군부의 살인을 방치하고 있는 UN과 국제사회의 개입을 기대하기 어렵다. 미얀마 현지 상황은 너무나도 다급하다. 공허한 국제사회의 성명보다 더 명확한 연대 방안이 있다. 미얀마 군부의 밥줄을 옥죄는 것이다. 미얀마 군부가 무소불위일 수 있는 것은 미얀마 군부와 끈끈한 관계를 유지하며 군부의 자금줄 역할을 하는 초국가적 기업이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한국의 포스코가 있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은 군부의 영향력 아래에 있는 미얀마 국영석유가스회사(MOGE)와 함께 미얀마 슈웨(Shwe)에서 가스전 개발 사업을 벌이고 있고, 군부에 막대한 이익을 안겨주고 있다. 사업수익 15%를 MOGE에 배당하는 데, 그 규모가 2천억 원을 넘어선다. 최근 국제사회의 여론을 인식하는 듯 포스코C&C는 미얀마 군부와 관계를 정리한다며, 발 빼려는 모양새를 취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판 사업 수익이 적어 사업을 정리하는 것에 가깝다. 핵심은 MOGE의 가스전 사업이다. MOGE에 대해서는 UN 미얀마 인권특별보고관이 나서 표적 제재를 이야기할 정도다.

포스코와 미얀마 군부의 유착관계는 이것이 전부가 아니다. 포스코는 2017년 미얀마 군부의 로힝야족 학살로 국제사회의 제재 움직임이 활발할 때, 미얀마 군부의 핵심 인사를 한국에 초대하고, 군부의 군함 구매까지 대행했다. 사실이 드러나자 연이은 거짓말로 상황을 면피하기 바쁘다. 수익을 위해서라면, 인권도 기업윤리도 국제규범도 괘념치 않은 것이다. 포스코는 미얀마 군부의 자금줄을 유지해주며, 자체로도 괴물이 되었다. 포스코가 군부와의 유착관계를 끊도록 하는 것이 미얀마 시민과의 실질적이고도 명확한 연대 방안인 이유다.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기업 옹호 논리

포스코의 이 같은 행태는 한국적 기업 옹호 논리에서 성장했다. 경제와 기업 논리면 민주주의도 인권도 유보되는 한국적 분위기가 기업의 부정의를 합리화했다. 시민사회가 브레이크 없이 질주하며 만행을 저지르는 미얀마 군부와 동력이 되어주는 포스코를 규탄하자 어김없이 기업 옹호 논리가 등장한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이 가스전 사업을 중단하면, 전력 생산이 중단돼 군부가 아니라 국민이 피해를 입게 될 것이며, 경제난으로 인해 종국적으로는 미얀마 서민이 피해를 입게 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그러나 거리에 나가기만 해도 저격수에 의해 피격되고, 집 안에서도 총탄에 맞아 죽어가는 미얀마의 현지 상황을 두고, 미얀마의 전력난을 언급하는 것은 부박한 친기업 논리일 뿐이다.

뿐만 아니라 미얀마는 1인당 국민소득이 1,000달러를 겨우 넘는 가난한 나라다. 미얀마는 2010년대부터 7%에 육박하는 고도성장을 이루었지만, 여전히 높은 빈곤율을 유지한다. 미얀마의 경제 성장이 군부 이권 챙기기로 전락한 이유다. 성장률 지표라는 숫자에 매여, 현장의 실상을 바라보지 못하는 한국 사회의 친기업 논리는 으레 그러하듯이 마땅히 지켜야 할 기업 윤리를 요구하는 데, 부작용을 언급한다. 경제에 미칠 부정적 영향을 언급하며 공포감을 자극한다. 나아가 기업 윤리를 지켜서는 사업하기 어렵다며 무용론을 펼친다. 그러나 일본 맥주 생산기업 기린 홀딩스 등 기업들은 발 빠르게 미얀마 군부와의 관계를 정리하고 있다. 기업 경영에 ESG(Environmental, Social and Governance)가 중요한 부분으로 부각되기 때문이다. 포스코를 두둔하는 논리의 이면에는 인권을 유린하는 군부와 계속 사업하고 싶다는 욕망만 적나라하게 드러날 뿐이다.

ⓒ미얀마 민주주의를 지지하는 한국시민사회모임(101개 시민사회단체 연대)

미얀마 민주주의는 한국의 민주주의다

한국 사회를 관통하는 친기업 논리가 미얀마 시민의 민주화 열망을 파괴하고 있다. 포스코는 친기업 논리 뒤에 숨어 국제적 비판 여론의 소나기가 지나기를 기대해서는 안 된다. 한국 정부 또한 기업에 응당한 요구를 해야만 한다. 문재인 정부는 지난 3월 12일 미얀마 사태에 대한 한국 정부의 대응 조치를 발표하며, 미얀마와 국방 및 치안 분야 교류 및 물자 군용수출을 중단하겠다고 발표했다. 반가운 행보다. 그러나 실효성은 알 수 없다. 미얀마 군부와 관계 맺는 한국 기업에 대한 조치가 결여되어 있다. 국가 정의가 기업 논리 아래 복속해 있는 한국 사회의 단면이다. 미얀마 슈웨(Shwe) 가스전 사업에 지분 8.5%를 보유하고 있는 한국가스공사와 포스코의 지분 11.75%를 가지고 있는 최대 주주 국민연금은 왜 미얀마 시민의 고통 앞에서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는 것인가?

민주주의와 정의가 기업의 이윤 추구보다 우선할 때 복지국가로의 이행도 사회 진보도 가능하다. 미얀마 민주주의는 한국 민주주의의 질을 결정한다. 미얀마 군부의 생명줄인 포스코에 응당한 기업 윤리를 요구하지 못하면, 한국 민주주의가 병든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절차적 민주주의는 최소한이다. 인민의 의사 아래 선출 권력을 복속시키는 최소한을 위해 미얀마 시민들은 사투를 벌이고 있다. 그들과 연대하는 방법은 한국 민주주의가 기업 논리보다 우선한다는 사실을 알리는 것이다.

미얀마 군부는 지난 3월 27일 하루 114명의 시민을 살해했다. 현재 희생자는 700명을 넘었다. 경제도 중요하다. 그러나 생명과 인권만큼은 아니다. 수전 손택이 <타인의 고통>에서 언급하듯이 전쟁과 같은 비극적인 현실의 문제가 사망자 수로 단순히 수량화 되고, 지속적으로 생산되는 참혹한 이미지 또한 어느 순간 익숙해지게 되면, 우리의 연대가 연민에서 멈출 수 있다. 국가 살해의 위협 앞에 선 미얀마 시민의 공포와 절박함이 감춰지는 것이다. 연민을 넘어서는 연대가 우리의 과제다. 한국의 시민들이 연대할 것이다. 한국 정부와 포스코는 당장 미얀마 민주화를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하라.

※ '포스코 OUT' 온라인 서명하기 ☞ http://bit.ly/poscostop

ⓒ미얀마 민주주의를 지지하는 한국시민사회모임(101개 시민사회단체 연대)

*내가만드는복지국가는 의제별 연대 활동을 통해 풀뿌리 시민의 복지 주체 형성을 도모하는 복지단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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