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에 33만4000명을 최정점으로 내리막길을 걸어온 전북특별자치도 익산시의 인구가 최근 4개월째 '전입초과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사망이 출생을 웃도는 '자연감소' 상황에서도 수도권과 충청권 등 타 시·도 출신의 익산시 전입이 눈에 띠는 등 인구절벽의 위기를 극복해 나가는 모습이다.
6일 익산시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말 주민등록상 인구는 총 26만8001명으로 4개월 전인 같은 해 8월말(26만7704명)에 비해 297명 증가했다.

300명이 근접하는 숫자는 언뜻 많아 보이지 않을 수 있지만 비수도권 지자체마다 취업과 학업을 위해 수도권으로 보따리를 따는 비수도권 지자체 현실을 감안할 때 '대단한 성과'라 하지 않을 수 없다는 주변의 분석이다.
MZ세대와 4050세대의 향(向)수도권 현상이 심화하면서 지역 내 상주인구는 물론 주민등록 인구까지 급격히 감소하는 비수도권의 인구절벽과 지역소멸이 대세를 이루는 상황에서 30만명도 안 되는 기초단체가 인구를 늘려가는 것은 극히 이례적인 까닭이다.
익산시 인구 증가는 만성적인 '전출초과 현상'을 극복하고 작년 9월부터 전입자가 전출자를 웃도는 전입초과로 급선회하는 등 '반전의 모멘텀'을 마련한 후 그 추세가 4개월째 이어지고 있다.
작년 9월의 경우 전입자가 3559명을 기록해 전출자(3515명)보다 약간 앞서는 등 수년 만에 '골든 크로스'가 발생한 것을 시작으로 꾸준히 전입자가 매월 3900명에서 최대 4700명을 기록하며 반등의 동력을 확보했다.
지난해 12월의 경우 전입자는 3885명에 달한 반면 익산에서 주소지를 다른 지역으로 옮긴 전출자는 3794명에 만족하는 등 전입과 전출의 격차가 최근 십 수년 사이에 처음으로 100명을 넘어서는 진기록을 달성하기도 했다.
특히 수도권에서 고향으로 되돌아오는 수구초심 중장년층의 'U턴 현상'이 눈에 띄는 가운데 충청권 등 인근 권역에서 익산으로 거주지를 옮기는 이른바 '타 시·도 전입자'도 최근 4개월 동안 600명에서 800명 수준을 고수하고 있어 관심을 끈다.

익산시의 인구증가가 심각한 '자연감소'를 꾸준한 '사회적 증가'로 커버하고 반전 기회를 잡았다는 점에서 '기초단체 인구 정책의 개가'라는 평가를 받는 이유이다.
익산시는 그동안 모든 정책의 최우선 순위에 '인구정책'을 배치해왔다.
골목상권에 훈짐을 불어넣어 돈이 돌게 하는 지역화폐인 '다이로운 정책'을 강화해온 것이나 전국 기초단체로는 이례적으로 성공했다는 평을 받는 '민간공원 특례사업' 추진도 인구 유출을 막고 '되돌아 오는 익산, 살기좋은 도시'를 만들기 위한 정책적 결단으로 해석된다.
여기다 유소년과 MZ세대, 4050세대, 60세 이상 등 '세대별 맞춤형 정책'을 세심하게 배려해 시민들의 큰 호응을 이끌어내는 등 정주여건 개선과 세분화된 정책적 접근 노력을 기울였다.
'인구'라는 공동 목표를 가진 각종 정책이 하나로 엮이며 '점진적 증가'의 성과로 이어졌다.
예컨대 △초등생 돌봄시책 확대 추진 △청년층과 신혼부부를 위한 별도의 주거 안정책 강화 △대규모 아파트단지 조성·입주에 따른 선순환 효과 △식품과 바이오 등 특화산업 육성과 관련기업 유치 등이 병행 추진된 결과 수개월째 '전입초과 행진'을 가능하게 만들었다는 해석이다.

일각에서는 20대와 30대의 인구가 늘어나는 등 젊은층 전입자가 크게 늘고 있는 점이 향후 익산시 인구변화와 산업구조 전환의 새로운 동력이 될 것이란 긍정적인 관측을 내놓고 있다.
비수도권의 저출산 고령화 현상이 심각한 상황에서 청년층 인구 유입은 지역사회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저출산 문제도 해소해 나갈 수 있는 '결정적 기반'이 될 수 있어 기대감은 커지고 있다.
하지만 향후 풀어가야 할 과제도 상존한다.
일단 대규모 아파트 단지 조성에 따라 전북의 인근 시·군에서 일시적으로 전입인구가 늘어나는 '풍선효과'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보다 입체적이고 다양한 인구정책을 펼쳐야 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예컨대 익산시에 주거지를 두고 인근 지역으로 출퇴근하는 젊은 인력을 붙잡아 두기 위해 주거환경 개선과 편의시설 강화, 문화·교육투자 확대 등이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할 것이라는 조언이다.
익산시 마동에서 전북 혁신도시로 출퇴근하는 L씨(40)는 "자동차 전용도로가 아주 잘 정비돼 있어 20분이면 출퇴근이 가능하다"며 "도농 복합도시인 익산시만의 장점을 잘 살리면 기초단체 인구 해결의 새 이정표를 쓸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충청권 등 타 시·도 인구를 흡입하기 위해 교육투자를 지속적으로 늘려가는 방안도 적극 검토해 볼만 하다.
이밖에 KTX 운행횟수 상향 등 익산역과 수도권 각 지역과의 접근성을 강화하고 특화기업을 끌어오는 등 수도권 인구를 빨아들이는 정책도 병행해야 할 것이라는 주문이다.
익산시로 전입하는 타 시·도 출신의 약 70% 가량이 수도권과 충청권, 이른바 '수·충권 전입자'라는 점에서 익산역 역세권 개발 밑그림 확대와 익산~세종간 도로 확충 등에 적극 나설 볼만 하다.

서울에서 최근 본사를 익산시로 옮겼다는 중소기업 대표 K씨는 "국내 철도교통의 중심지인 익산역의 이점을 최대한 살릴 경우 수도권 인구를 끌어오는 강력한 자석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며 "수도권의 2030세대들 중 상당수는 일과 휴식의 워라벨 차원에서 지방 출퇴근도 크게 부담을 느끼지 않는다"고 말했다.
익산에 호의적인 관광객·방문객을 대상으로 주소지를 아예 옮기는 전입인구로 전환·연결하는 방안도 적극적으로 고민해 볼 시점이다.
익산시의 지난해 관광객 수는 전년의 300만명보다 67% 증가한 500만명으로 집계되는 등 급증추세를 나타내고 있다. 이들 관광객 중 여러 차례 익산을 찾은 사람의 경우 일단 익산시에 호감을 갖고 있어 '잠재적 전입자'로 분류할 수 있다.
익산시는 올해 1000만 관광객 유치를 목표로 여행객의 호응을 얻는 콘텐츠 중심의 체류형 관광 상품을 강화해 나간다는 방침이지만 관광객 확장에 그치지 말고 인구유치로 연결하는 방안을 염두에 둘만 하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익산을 두 차례 방문했다는 경기도 안산 출신의 S씨(63)는 "수도권 거주자 중에는 철도교통이 편리한 익산에 호감을 가진 사람들이 주변에 많이 있다"며 "관광객을 대상으로 익산의 정주여건을 홍보하는 등 중노년층을 타깃 삼아 제2의 고향운동을 펼치는 방법도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내비게이션에 '음식' 찍고 익산으로 몰려오는 '2030세대'도 타깃 대상이다.
변정우 경희대 명예교수는 지난해 11월 '익산관광 발전 포럼'에 참석해 '데이터로 보는 익산 관광' 자료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최근 1년 동안의 익산지역 내 관광소비 비율을 보면 식음료업이 41.1%로 최다를 기록했고 쇼핑업 28.2%, 여가서비스업 27.6% 등으로 나타났다.

또 연령별 방문객을 보면 20대 방문객이 전체의 17%를 차지하는 등 50대(21%)를 제외한 전 연령층에서 가장 많은 것으로 분석됐다.
'식도락 여행'을 하는 젊은층의 경우 수도권과의 거리감을 줄여주고 문화·관광·교육 등 각 분야 지원책을 강화할 경우 주소지 이전의 촉매제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변정우 교수는 당시 포럼에서 "익산시를 방문하는 젊은 층이 타 지역보다 많은 것으로 나타나 매우 긍정적"이라며 "먼 지역에서도 익산을 찾는 방문객도 많아 음식과 숙박 등 소비 구매율을 높이는 데 아주 큰 효과가 있다"고 분석했다.
변 교수의 분석을 토대로 할 때 2030세대 유치를 위한 중단기적 전략을 잘만 짤 경우 '식도락 여행'에 그치지 않고 '항구적 정주'로 이어질 수 있는 해법 마련이 불가능한 일은 아닐 것으로 예상된다.
음식의 도시 익산시는 철도교통의 중심지라는 복합 장점을 갖고 있다. 여기다 다른 기초단체가 엄두도 내기 힘든 인구절벽 극복의 정책적 가능성도 경험하고 있다. 이제 남은 과제는 달리는 말이 자극을 더해주는 주마가편의 혁신적 인구정책을 발굴하고 실행하는 과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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