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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도 '미래'도 외면하는 민주당의 에너지 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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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도 '미래'도 외면하는 민주당의 에너지 정책

[초록發光] 산업이 아닌 삶을 위한 에너지 정책으로

인공지능을 향한 질문

"엄마 AI가 뭐야?" 4살 어린이의 질문이었다. 윤석열의 내란 범죄로 지난 3개월간 뉴스를 계속 틀어놨더니, 어린이는 "민주가 뭐야?", "계엄은 뭐야?", "대통령이 뭐야?"라며 폭풍 질문을 쏟아냈다. AI도 텔레비전을 통해서 익숙해진 단어일 것이다. 무어라 대답할지 고민하다가 "인공지능이야"라고 건조하게 답했다. 그러자 곧바로 되돌아오는 질문. "인공지능이 뭐야?" 아이가 가장 가까이 본 인공지능을 떠올렸다. "춤추는 로봇이야. 지난번 과학관에서 봤지?." 옳은 대답이라기보다는, 그저 가장 적당한 말로 얼버무렸을 뿐이다. 어린이에게 인공지능은 시리(Siri; 아이폰 인공지능 음성 서비스)처럼 좋아하는 노래를 틀어주는 존재, 춤을 추는 로봇처럼 즐거움을 주는 존재일지 모른다. 고백하자면 나도 챗지피티(ChatGPT)와 일을 함께 하고 있다. 초록발광의 필자인 권승문 박사는 'AI도 기후악당'이라고 했는데 나는 그 기후악당과 함께 일하고 있는 셈이다. (☞관련기사 : [초록發光] 전기 먹고 온실가스 내뿜는 AI, 얼마나 필요할까?)

권승문 박사의 칼럼에 따르면 "구글에서 일반 검색을 할 때 건당 평균 전기소비량은 0.3Wh(와트시)이지만 오픈AI의 챗GPT로 검색하면 약 10배인 2.9Wh가 사용된다."고 한다. 기후악당 인공지능에게 기후정의와 관련한 각종 자료를 찾아줄 것을 요구하는 이 불편한 현실은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이미 검색플랫폼보다 더 속도도 빠르고 검색수준을 넘어 많은 의견까지 보태 주니 일의 능률이 높아지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하지만 어떤 에너지를 기반으로 할 것인지, 어떤 세상을 위해, 누구를 위해 활용할 것인지, 어떻게 통제하고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하는지, 인공지능을 향한 질문은 계속돼야 할 것이다.

반복되는 참사, 안전사회의 가치는 왜 실종되었나

봄꽃 만개한 4월이 되면 아프다. 모두가 그런 건 아니지만, 어떤 이들에게 세상은 세월호 이전과 이후로 나뉘었다. 11년 전 참사는 이 사회의 안전망이 얼마나 허약한지 드러냈고, 발전소, 노동 현장, 시민의 삶 곳곳의 안전에 대한 점검과 개선을 요구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11년이 지난 지금은 어떤가. 이태원 참사, 오송 지하차도 참사, 공사현장과 노동 현장의 산업재해 참사, 제주항공기 참사, 산불재난과 대형 싱크홀 참사까지… 참사는 반복되고, 재난안전시스템은 여전히 무너져 있다. "시스템 자체가 참사 수준"이라는 비유는 더 이상 과장이 아니다. 정권은 바뀌는데 진상조사는 제대로 되지 않고, 참사 희생자와 유가족들은 진상조사와 재발방지를 요구하며 거리에 있다. '안전사회'는 가장 중요한 사회의 가치이지만, 경제성장과 개발정책에 늘 뒤로 밀린다.

기후정책 VS 개발정책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은 지구의 날이다. 환경부는 4월 21일부터 25일까지를 '기후변화주간'으로 운영하며 기후위기 인식제고와 기후행동 참여를 유도하겠다고 발표했다. 온실가스를 대량 배출하는 산업에 대한 규제나 환경과 생태를 파괴하는 국가정책에 대해서는 아무 반성 없이 국민들의 인식을 제고와 행동 참여를 유도하겠다니 '환경파괴부'라는 조롱을 면할 길이 도무지 보이지 않는다.

지구의 날을 맞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도 기후 공약을 발표했다. 이 후보는 "온실가스 감축으로 '기후 악당국가'라는 오명을 벗겠다"며 2040 석탄발전소의 폐쇄, 전기차 보급 확대, 국가 차원의 탈플라스틱 로드맵, 탄소감축 실천 인센티브 제공, 자발적으로 만드는 순환경제 지원 공약을 발표했다. 하지만 정말 '기후악당' 국가라는 오명을 벗고 싶다면, 먼저 가덕도 신공항을 비롯해 대구·경북, 새만금, 울릉도, 청주 등 전국에서 추진 중인 공항 확장·건설 계획부터 백지화해야 하지 않을까. 2040 석탄화력발전소 폐쇄와 함께 신규로 가동 중인 삼척석탄화력발전소를 중단하고 발전소 폐쇄로 인한 노동자들의 정의로운 전환 계획을 수립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 온실가스 감축에 대한 단순한 접근이 아니라, 반환경적이고 부정의한 핵발전소의 폐쇄와 정의로운 에너지전환을 위한 시스템을 고민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 (지구의 날을 맞아 국민의힘이 발표한 메시지나 공약은 찾아 볼 수 없었다.)

AI, 재난 참사, 지구의 날, 세 가지 장면은 서로 전혀 다른 주제처럼 보이지만,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의 모순을 그대로 보여준다. 기술은 진보하지만 안전은 보장되지 않고, 기후위기는 명백하지만 정책은 안이하다. 이 상황에서 반드시 던져야 할 질문이 남는다. "우리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 조기 대선을 앞둔 지금 이 질문은 더욱 절실하다.

AI산업을 위해 핵발전 포함해 에너지믹스하자는 민주당의 에너지정책 후퇴

최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가 AI 산업의 전력 수요를 감당하기 위해 '에너지 믹스' 정책을 추진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정책에는 핵발전소의 수명 연장과 신규 투자가 포함되어 있어, 사실상 핵발전의 유지·확대를 공식화한 셈이다. 조기 대선을 앞두고 민주당의 유력 후보가 이재명 후보로 굳어지는 분위기 속에서 그의 입장이 당론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매우 높다. 이대로라면 민주당은 윤석열 정부의 핵 중심 정책과 사실상 같은 길을 걷는 셈이다.

이미 지난 3월, 민주당 미래경제성장전략위원장인 이언주 의원은 <시사저널>과의 인터뷰에서 "우리 당은 이미 탈원전 기조에서 벗어난 지 오래다. 무엇보다 우리는 한 번도 탈원전이라는 얘기를 한 적이 없다. 사실상 문재인 정부 때도 탈원전 기조는 제대로 시행되지 않았다. 당시 원전을 폐쇄한다고 하면서 각종 논란이 일어나는 바람에 이슈만 집중됐을 뿐이지 탈원전 기조와 관련한 가시적 결과물은 없었다. 단순 정치적 레토릭 측면이 강했다"고 말한 바 있다.

김대중 정부 이후 윤석열 정부까지 에너지 정책 흐름을 보면 크게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김대중 정부 이후 윤석열 정부까지 에너지 정책. ⓒ강언주

문재인 정부 시절 처음으로 '탈원전'이 에너지정책으로 설정되었다. 하지만 윤석열은 이를 정면으로 뒤엎고 '탈탈원전' 정책을 거의 유일한 에너지정책으로 밀어붙였다. 윤석열이 임기 내내 '원전 최강국', '원전이 민생'을 외치는 동안(그는 계엄선포 후 대국민 담화에서도 원전생태계 복원을 언급할 만큼 원전에 진심이었다) 민주당은 이에 대한 아주 적극적인 비판을 하지 못했다. 이언주 의원의 말처럼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이 각종 논란만 일으키고 가시적인 성과를 만들어 내지 못했기 때문이었을까? 지시민의 안전, 생명과 직결된 핵발전의 문제를, 지금과 미래를 위한 정의로운 전환의 문제를 그저 정치적 레토릭이라고 여긴 것일까?

이재명 후보는 2022년 대선후보 시절,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과 일정한 거리를 두며 '감(減)원전' 입장을 밝혔다. 신규 핵발전소는 추가 건설하지 않고, 기존 핵발전소는 설계수명에 맞춰 운영하자는 입장이었다. 당시 그는 한 대학교에서 강연에서 "우리는 원전을 엄청나게 싸다고 생각하지만 엄청나게 위험하다. 수만 년 우리 후손한테 관리 비용 위험 부담을 떠넘긴다. 이제는 분산형 에너지 생산 시스템으로 가야 한다. 위험하고 실질적으로는 결코 싸지 않은 이 원전은 서서히 순차적으로 폐쇄해 나가면서 신재생 에너지로 전환해 나가면 된다"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사회의 변화에 따라 정책이 수정 보완되고 변할 수 있다는 것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왜 한 입으로 두 말을 하는 것인지,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렸다는 것인지 하는 뻔한 말을 하고자 하는 것도 아니다. 다만 현재 민주당이 가지는 에너지 정책에 대한 입장이 어떤 가치와 철학을 기반으로 하는 것인지는 분명히 따져야 할 부분이다.

산업이 아닌 삶을 위한 에너지 정책으로

에너지는 특정 산업이나 기업의 전유물이 아니다. 에너지는 시민의 일상과 공공서비스, 그리고 사회적 약자의 생존을 지탱하는 필수적 기반이다. 그럼에도 지금까지 에너지 정책은 오직 산업 중심의 논리에 따라 설계되고 결정되어 왔다. 'AI 산업을 위한 에너지믹스'와 같은 접근은 결국, 기술과 성장을 명분 삼아 안전, 생태, 정의의 가치를 뒤로 미루겠다는 선택과 같다. 우리는 지금, 사회적 안전망의 붕괴, 기후위기와 불평등, 생태 파괴가 동시에 진행되는 시대를 살고 있다. 이러한 시기일수록 에너지 정책은 산업 성장의 도구가 아니라, 삶의 지속 가능성, 불평등 해소, 에너지 정의와 기후정의의 관점으로 설계되어야 한다. 에너지는 산업의 성장 동력이 아니라, 삶의 기반이며 공동체의 안전망이기 때문이다. 어떤 산업에 얼마의 전력이 더 필요하다는 계산이 아니라 우리가 어떤 사회를 지향할 것인지에 대한 정치적 상상력과 윤리적 결단이 필요하다. '어떻게 더 많이 만들 것인가'보다, '누구를 위해, 어떤 가치를 중심으로 공급할 것인가'를 물어야 한다. 기술과 산업을 위한 에너지 정책이 아닌, 사람과 생명, 공동체를 위한 에너지 전환을 선택해야 한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경선 후보가 24일 오전 전북 새만금33센터를 방문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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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는 노동자, 농민 등 사회적 약자와 가난한 나라를 보호하는 에너지 정의, 기후 정의의 원칙에 입각해 기후 변화와 에너지 위기에 대응하는 '정의로운 전환'을 추구하는 독립 싱크탱크입니다. '초록發光'은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와 <프레시안>이 공동으로 기획한 연재로, 한국 사회의 현재를 '녹색의 시선'으로 읽으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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