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국민의힘 탈당 후 '이재명 지지'를 선언한 김상욱 무소속 의원과 유세 현장에서 만나 "'가짜 보수정당'에서 진짜 보수 활동을 해보려 노력하다가 사실상 쫓겨난 김 의원"이라며 "(김 의원이) 합리적 보수의 정신을 우리 민주당 안에 실현해 볼 수 있도록 돕겠다"고 말했다.
이 후보는 16일 오전 전북 익산역 동부광장 유세에서 발언 중 유세장을 찾은 김 의원을 연단 위로 불러 인사를 나눈 뒤 이같이 말했다. 이 후보는 "김 의원이 민주당에 오셔서 합리적 보수의 가치를 잘 주장하고 실현해 가기를 바란다"며 "비상식은 좀 비상식의 영역으로 밀어내고, 상식의 영역 안에서 진짜 합리적 보수와 합리적 진보가 경쟁하는 정상적인 정치체제를 만들자"고 강조했다.
이 후보는 국민의힘을 겨냥해 "국민의힘은 안타깝게도 보수정당이라고 불려왔는데 실제로 그 내용을 보면 보수가 아니라 수구, 반동"이라며 "요즘 보니까 (국민의힘이) '우리 원래 보수 아니야, 우리 원래 수구야, 우리 이해집단이야' 이렇게 하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이어 "(국민의힘은) 지역을 기반으로 한 가짜 보수, 참칭 보수"라며 "이 참칭보수가 (이제까지는) 보수라고 불려왔다. 저는 이게 비정상이었다고 본다"고 했다.
이 후보는 특히 국민의힘이 12.12 군사반란에 참여한 신군부 핵심이자 5.18광주민주화운동 당시 유혈진압 책임자였던 정호용 전 국방부장관을 선대위 상임고문으로 위촉했다가 취소한 일을 가리켜 "5.18이 며칠 남았는데 정호용을 영입하나"라며 "광주 5.18 비상계엄으로 수없이 많은 사람을 살상했던 공수부대의 지휘관 정호용을 영입했다가 취소했다는데 이거 너무 황당한 것 아닌가"라고 언성을 높였다.
연단에 오른 김 의원은 "진영 얘기를 많이 하는 사람들 특징이 뭔지 아는가"라며 "일을 해서 국민들께 도움을 드려서 신뢰받고 지지받는 그게 귀찮고 하기 싫으니까 진영을 나눠서 진영에서 보호받으려고 하는 것"이라고 국민의힘을 겨냥했다. 김 의원은 이 후보를 향해선 "보수의 가치를 기준으로 했을 때도 가장 보수의 기능과 역할을 실천하신 분"이라며 지지 의사를 재차 밝혔다.
이 후보와 민주당은 이번 대선을 앞두고 이명박(MB) 정부 법제처장을 지낸 이석연 전 처장을 공동선대위원장으로 영입하고, 이 후보가 직접 홍준표 전 대구시장에 대해 "홍 전 시장께서 '차라리 민주당으로 갔더라면' 하는 마음을 저는 충분히 이해한다. 오죽하면 탈당과 동시에 정계은퇴를 했을까"라고 우호적 언급을 하는 등 기존 보수진영으로의 지지세 확장을 시도하고 있다. 앞서 홍 전 시장을 도왔던 전문가와 지지 단체가 이 후보 지지를 선언하는가 하면, 박근혜 정부 청와대에서 근무한 최상화 전 춘추관장도 전날 민주당에 입당했다.
민주당 친명계 핵심 의원들이 MB의 핵심 측근이자 죽마고우인 이재오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이사장과 최근 만찬 회동을 갖고 대선 및 이후 국면에서의 역할을 부탁했다는 소식이 알려지기도 했다. 보수진영에서 거론되던 '반(反)이재명 빅텐트'가 지지부진한 사이, 오히려 민주당이 역(逆)빅텐트를 친 모양새가 됐다.
민주당 선대위에서 전략 파트를 맡고 있는 강훈식 총괄부본부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계엄·내란을 일으킨 이 정부에 대한 심판이라는 원칙과 노선을 견지한다면 어떤 분이라도 함께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계엄과 내란의 극복을 위해 치러지는 선거인 만큼, 그런(내란) 세력과 함께할 수 없는 분이라면 어떤 분이라도 함께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전날 전남에 이어 이날 전북권 순회에 나선 이 후보는 과거 전북을 근거지로 일어난 동학농민운동의 '동학정신'을 언급하는 등 지역 민심에 적극 구애를 펼쳤다. 이 후보는 "'백성이 하늘처럼 존중받는, 사람이 곧 하늘인 세상을 만들자', '같이 다 잘사는 세상을 만들자' 하고 시작한 게 동학혁명"이라며 "동학혁명 정신이 결국 12.3 내란의 밤에 윤석열 일당이 저지른 비상계엄, 친위 군사 쿠데타를 제압했다"고 했다.
이 후보는 "군사정권이 분할지배 전략을 했다", "그래서 지금 산업기반이 사실은 동쪽으로 다 몰린 것"이라며 "전북이 (호남보다 더 한) 삼중의 소외감을 느끼고 있는 건 저도 잘 안다"고 지역 민심 달래기에 나섰다. 그는 "다 똑같은 국민들이고 똑같은 지역인데 특정 지역이 '나는 버림받았어', '나는 대접받지 못해', '나는 왜 이렇게 못 살아'라고 생각하게 만든 것 자체가 사실 국가정책에 심각한 문제가 있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성남시장·경기도지사 하면서도 수도권 규제완화에는 언제나 반대했다"며 "앞으로 국토균형발전 전략은 그냥 인심 쓰는 문제가 아니라 이 나라가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발전하기 위해서 반드시 해야할 일"이라고 말해 지역균형발전을 강조했다. 전북지역 발전의 구체적인 로드맵으로는 △지방거점국립대학교 집중 지원 △재생에너지 산업 인프라 육성 △전기생산지에 대한 전기요금 혜택 △문화산업의 중심지로 전북 설정 등을 제시했다.
이 후보는 재생에너지 관련 공약에 대해 설명하면서는 "RE100이라 하는데 모르는 분이 있었다"며 윤석열 전 대통령을 겨냥하기도 했다. 이 후보는 "RE100을 물었더니 (윤 전 대통령은) '아이 윌 비 백(I will be back, 난 돌아온다)' 하고 있는 것 같다", "아이 윌 비 백 절대 안 된다"고 윤 전 대통령을 겨냥했다. "우리 나라 재생에너지 비율이 9%다, 삼성전자 혼자 쓰기도 부족하다"며 "3년 동안 이 정권이 (재생에너지 산업을 위해) 뭘 했나"라고 윤석열 정부의 실정도 지적했다.
이 후보는 한편 지난 총선 공천 과정에서 불거진 당내 '사당화', '일극체제' 관련 비판에 대해서는 "맨날 편을 갈라 싸우고 당원 의사와 관계 없이 계파정치에 찢어지고 갈라지고 보수언론의 놀림감이 되던 그 민주당을, 이제는 당원이 중심이 돼서 국민을 중심에 둔 진정한 민주정당으로 수권정당으로 총선에서 압승한 이기는 정당으로 다시 만든 것"이라고 주장해 눈길을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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