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도 안 좋고, 나 하나 투표해봐야 무슨 소용있겠나 싶어서 그동안 투표소에 잘 안 나왔었어요. 그런데 이번에 여러 사건을 겪으면서 '이러다가는 나라가 정말 무너지겠다' 싶어 간절한 마음으로 대통령 뽑으러 왔어요. (…) 계엄부터 탄핵까지, 다시는 이런 일이 없었으면 좋겠고 누가 대통령이 되더라도 사익보다 국민을 생각하며 나라를 이끌면 좋겠어요."(60대 자영업자 박모 씨)
"다시는 탄핵하는 일 없도록 좋은 지도자가 나오길 바라는 마음이에요. 정부는 물론이고 입법부도 안에서도 갈등이 너무 심해 국정운영을 잘하지 못했다고 생각하거든요. 새 대통령은 시야를 넓혀 나라를 위한 큰 그림을 그릴 줄 아는 사람, 협치를 잘하는 사람이면 좋겠어요."(30대 직장인 강모 씨)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으로 치르는 제21대 대선, 윤 대통령이 머물렀던 용산 대통령실과 한남동 관저 인근 주민들은 나이와 성별, 직종을 불문하고 "다시는 계엄도 탄핵도 일어나지 않도록 제대로 된 사람을 뽑아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주민들은 그 어느 때보다 극단으로 갈라진 정치 때문에 국민들까지 분열하고 있다며, 새 정부에게 '화합의 정치'를 최우선 과제로 요구했다.
3일 오전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과 대통령 관저 인근 투표소에는 투표권을 행사하려는 주민들이 수십 명씩 줄을 이었다. 투표소 인근은 손등에 도장을 찍은 채 기념사진을 촬영하는 젊은이들로 가득했다. 오전 11시쯤 관저 인근 투표소는 인파가 붐벼 차량 통행과 주차가 어려울 지경이었다.
대통령의 몰락을 가장 가까이서 지켜본 주민들은 나이와 성별, 직종을 불문하고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가 잘못됐다고 입을 모았다.
80대 자영업자 진모 씨는 "서로 다툴 수는 있어도 대화로 풀어야지. 무력으로 해결하겠다는 태도는 잘못됐다"며 "힘센 사람이 약한 사람한테 타협을 신청해야 하는데 전 정부는 그걸 못했다. 대통령이라면 법과 질서를 지켜야 한다"고 했다. 익명을 요구한 20대 A 씨 또한 계엄 선포는 명백한 잘못이라며 "(윤 전 대통령이) 너무 급하게 당선됐다. 대통령을 할 능력까지는 안 됐던 것 같다"고 평가했다.

평소 정치에 관심 없던 이들도 이번 선거만큼은 한 표를 행사했다. 20대 취업준비생 전모 씨는 "정치에 크게 관심은 없지만 이번 사태를 보며 나라가 많이 무너지고 있다고 실감했다. 특히 청년 입장에서는 최근 일자리 구하기가 극도로 어려워져 더더욱 심각성을 느껴 투표 참여를 결심했다"고 했다. 60대 자영업자 박모 씨 또한 "그동안 나 하나 투표해봐야 무슨 소용있겠나 싶어 투표소에 잘 나오지 않았는데, 이번 사건들을 겪으면서는 '이러다가 정말 나라가 무너지겠다' 싶어 간절한 마음으로 대통령을 뽑으러 왔다"고 했다.
주민들은 오늘 탄생할 새 대통령과 정부, 정부와 발맞춰 국정을 운영할 국회에 '화합의 정치'를 주문했다. 30대 직장인 강모 씨는 "정부는 물론이고 입법부도 안에서도 갈등이 너무 심해 국정운영을 잘하지 못했다고 생각한다"며 "새 대통령은 시야를 넓혀 나라를 위한 큰 그림을 그릴 줄 아는 사람, 협치를 잘하는 사람이면 좋겠다"고 했다. 81세 김모 씨도 "화합과 타협이 가장 중요하다. 서로 미워해서 사고가 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청년 여성들은 새 정부에 일자리 문제를 해결해 임신·출산에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해달라고 요구했다. 취업 준비 중인 전 씨는 "최근 결혼을 생각하고 있는데 일자리가 너무 없는 상황이라 고민에 빠졌다"며 "임신하거나 출산한 여성도 일을 계속할 수 있도록 좋은 방안을 마련해주면 좋겠다"고 했다. 육아로 인해 직장을 그만둔 30대 신모 씨도 "경기가 너무 좋지 않아 일자리가 없어 걱정"이라며 일자리 창출을 강조했다.
이번 선거 투표율은 오후 1시 기준 62.1%로 잠정 집계됐다. 동시간대 20대 대선(61.3%)보다 0.8%포인트(p), 19대 대선(55.5%)보다 6.6%p 높은 수치다. 보궐선거인 이번 대선의 본투표는 이날 오후 8시까지 14시간 동안 진행된다. 본투표는 사전투표와 달리 주소지 관할 투표소에서만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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