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취임 첫날 야당 대표들과의 오찬 자리를 가지는 등 '통합' 행보를 보였지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대법관 수를 기존 14명에서 30명으로 단계적 증원하는 내용의 법원조직법 개정안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제1소위원회에서 단독 의결하는 등 쟁점법안을 강행 처리했다.
법사위는 4일 오후 소위에서 법관을 현행 14명에서 30명으로 늘리는 법원조직법 개정안 김용민 의원 안과 100명으로 늘리는 장경태 의원 안을 병합해 심사했다.
민주당과 국민의힘은 법관을 2년간 30명으로 단계적으로 증원하는 김용민 안을 두고 논의를 진행했고, 논의 결과 민주당이 '4년간 4명 씩 16명을 증원'해 법관 수를 30명으로 늘리는 대안 안을 제시해 표결에 부쳤다. 국민의힘이 해당 안에 반발하며 전원 표결에 불참했지만, 민주당은 단독으로 표결을 진행해 해당 안을 통과시켰다.
민주당 소속 박범계 국회 법사위 1소위원장은 이날 소위 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해당 안에 대해 "김용민 의원안인 대법관 30명 증원안을 공포 후 1년 유예한 뒤 4년 동안 매해 4명씩 증원하는 방안"이라고 설명했다.
박 위원장은 야당의 반대에도 불구 민주당이 해당 안을 강행 처리한 데 대해선 "과거 19대·20대·21대 국회에서도 언제나 사법개혁 특위가 있었고 그때마다 대법관 수 증원문제는 늘 논의됐다. 입법적 결단만 없었을 따름"이라며 "(대법관 증원은) 충분히 숙의된 문제"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 법안은) 증원의 속도도 매해 1년 정도 유예하고 (있다.) 그 사이 여러가지 하급적 법령정비는 필요하다"며 "4명씩 충원하는 방식이 지극히 합리적이라고 판단을 내렸다"고 부연했다.
민주당은 당초 이날 중 법사위 전체회의까지 열어 다음날 본회의 상정을 추진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결국 이날 법사위 전체회의는 열리지 않았다.
앞서 김용태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이 대통령 및 타 야당 대표들과의 오찬 직후 법원조직법·공직선거법·형사소송법 등 쟁점법안과 관련해 "(민주당이) 분명히 내일 본회의에서 처리하려고 하는 법안"이라며 "심각한 우려를 갖고 있는 상황"이라고 비판하자, 민주당은 "민주당은 내일 이들 법안의 처리를 추진하지 않는다"(노종면 원내대변인)고 선을 그었는데, 세 법안 중 법원조직법의 경우 5일 본회의 처리가 현실화된 셈이다.
김 위원장은 이날 오찬 자리에서 이 대통령을 향해서도 "내일 여당이 본회의에서 하려는 공직선거법·법원조직법·형사소송법 개정안 처리는 매우 심각히 우려 되고 있다"며 "통합이란 건 진영 간의 깊은 골을 메우기 위해 서로 우려하는 바를 권력자가 하지 않는 게 중요한 것"이라고 날을 세운 바 있다.
국민의힘 법사위원들은 이날 법안소위 통과 직후 해당 법안에 대해 "(민주당이) 밀실에서 법안을 자기 마음대로 쪼갰다"며 "이 모습이 바로 5년간 앞으로 보여줄 민주당의 의회독재 모습"(유상범 의원)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5시 15분 재차 가진 반대 기자회견에서도 "(이 법안은) 사법부를 완전히 장악하고자 바로 다음 날 급작스럽게 발의된 보복성 악법"이라고 주장했다.
민주당 내에서도 논란이 있는 법안을 속도전 식으로 밀어붙이는 것은, 유권자 여론 동향에 신경써야 할 여당 입장에서 부담스럽다는 의견도 조심스레 나오고 있다. 권칠승 의원은 이날 한국방송(KBS) 라디오에서 "쟁점 법안들에 대해서는 좀 더 여야 간 의견을 모으는 템포 조절 등이 좀 필요하다"며 "(법원조직법을) 마냥 미룰 수가 없는 어려움이 있지만, 일단 원내에서 이런저런 상황을 점검해서 정리해야 될 문제"라고 했다.
권 의원은 "여당일 때와 야당일 때는 뭐 기본적으로 저는 달라질 것"이라며 "국정을 책임지는 입장에서는 좀 밀어붙여야 할 때도 있고 또 의견을 모아야 할 때도 있다. 여당으로서의 원내 전략은 야당일 때하고는 조금 다를 수밖에 없다"고도 했다. 대선 선대위 정책본부장을 지낸 김성환 의원도 같은 방송 인터뷰에서 "최대한 대화하고 타협하고, 더 중요한 것은 국민적 공감을 얻기 위한 노력 "이라며 "이를 기반으로 의회 내의 민주적 절차들을 잘 거쳐야 한다"고 원론적으로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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