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성장을 국정 우선순위에 놓은 이재명 대통령이 13일 재계 총수들과 취임 후 첫 만남을 갖고 정부 차원의 지원과 협력을 약속했다. 다만 이 대통령은 "기업의 구성원들 사이의 내부 문제, 노동 문제나 중소기업 문제나 공정한 경제 생태계를 구성하는 것도 꽤 중요한 일"이라며 견제구를 던졌다.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경제 6단체장 및 5대 그룹(삼성·SK·현대차·LG·롯데) 총수들과 가진 간담회에서, 이 대통령은 "이미 대한민국 경제 상황이 과거처럼 부당 경쟁 또는 일종의 특혜, 일종의 착취, 이런 방식으로는 더이상 지속 성장이 불가능하다, 이미 다 그 상태는 벗어났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러면서 "아직도 여전히 불신들이 좀 있다. 그 불신들을 조금 완화해 주면 좋겠다"고 했다.
이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이 속도를 붙이고 있는 상법 개정안과 노란봉투법 등에 불편한 기류를 보이는 재계와 접촉면을 늘리면서도, 공정경제를 훼손하는 기업의 행태를 좌시하지 않겠다는 경고 메시지를 함께 보낸 것으로 풀이된다.
이 대통령은 기업 친화적 정책 추진도 약속했다. 이 대통령은 "치안 문제나 안보 문제는 당연히 정부가 기본적으로 해야 될 일이고, 그 외에 제일 중요한 것이 국민들의 먹고사는 문제"라며 "그 핵심이 바로 경제이고 경제의 핵심은 바로 기업"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우리 기업인들과 기업들이 경제 성장·발전에 기여할 수 있도록, 자기 사업을 잘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협조하는 게 제일 중요한 일"이라고 했다.
이 대통령은 또 "기업들이 지금 국제 경쟁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이런 어려움을 최소화하고, 외교·안보 활동을 통해서 기업들의 경제 영토, 활동 영역을 확대해 드리는 것도 저희가 주력하려 한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해외 통상 상황과 관련해서 우리가 해야 될 일들을 지정해 주면 저희가 거기에 잘 맞춰서 최선을 다하도록 하겠다"고 했다.
이어 이 대통령은 "국가 경제에 도움이 되는 것이라면 최선을 다할 생각"이라며 "특히 규제 합리화 문제, 여러분 표현으로는 규제 철폐 또는 완화가 될 텐데, 규제 합리화 문제 역시 저희도 주력하려고 한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거듭 "불필요한, 행정 편의를 위한 규제들은 과감하게 정리할 생각"이라고 했다.
이 대통령은 다만 "필요한 규제들이라면, 공정한 시장 조성을 위한 규제 이런 것은 당연히 필요하지 않겠냐"며 "생명, 안전을 지키는 규제, 이런 것들이야 당연히 강화해야 될 것"이라며 참석자들의 의견을 구하기도 했다.
이어 이 대통령은 "아직 정부를 구성하는 중인데, 가능하면 산업·경제 영역은 현장 여러분의 의견을 많이 들으려고 노력 중"이라며 "인사 추천도 꽤 여러 분한테 부탁드렸고, 가능하면 그 의견을 존중하려고 하니 그러한 의견들을 개인적으로라도 많이 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이 대통령 취임 후 첫 만남인 이날 간담회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겸 대한상의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참석했다.
대한상의 회장을 맡고 있는 최태원 회장을 비롯해 류진 한국경제인협회 회장,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윤진식 한국무역협회 회장,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 회장, 최진식 한국중견기업연합회 회장도 참석했다.
이 대통령의 모두발언에 이어 최태원 회장은 "현재 국내외 여건은 그렇게 녹록하지는 않다"면서 미국의 상호관세 부과 등을 언급하며 "무엇을 결정할 수 없는 불안한 시간이 계속 흐르고 불안정한 형태가 돼서 기업인들이 사업을 결정하거나 투자를 하는 데 상당히 어려움에 처해 있다"고 했다.
또 대한상의 차원에서 미국과 일본 등을 방문한 일을 거론하고 "대통령이 강조하신 국익 중심의 실용 외교하고도 맞닿아 있다"면서 "앞으로도 정부의 정책 기조에 발맞춰서 기업 현장의 목소리를 잘 전달해 드리도록 하겠다"고 했다. 아울러 "앞으로도 기업의 목소리에 꾸준히 귀 기울여 주시기를 부탁한다"고 덧붙였다.
이재용 회장도 "이 대통령이 표방한 실용적 시장주의를 위해 삼성뿐만 아니라 여기 참석한 기업들, 우리나라 모든 기업들이 힘이 되겠다"고 했다.
이 회장은 또 "(지금의 경제 상황이) IMF 위기에 버금가는 시기라고 한다"면서 "이번 경제 위기도 대통령의 리더십을 중심으로 민관이 힘을 합친다면 반드시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삼성은 예정된 국내 투자와 고용을 차질 없이 이행해 어려운 경제상황을 헤쳐나가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이 회장은 또 "이 대통령이 당선되고 나서 대통령 자서전을 읽어봤다"며 새 정부 출범에 각별한 관심을 표하기도 했다.
오전 10시에 시작한 간담회는 참석자들과 도시락 오찬을 하며 12시20분까지 이어졌다고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이 브리핑을 통해 전했다. 강 대변인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간담회 비공개 부분에서 통상 문제 해결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고 한다.
이 대통령은 "자국우선주의와 보호무역주의의 확산, 글로벌 공급망 분절 등 글로벌 통상질서의 대전환기를 겪고 있고, 최근 진행되고 있는 글로벌 관세전쟁이 우리 산업 경쟁력과 수출 기반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그렇기에 이번 정부는 국익이 최우선이라는 원칙 아래 실용적이고 유연한 통상정책을 통해 위기 극복에 총력 대응해 나가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특히 최대 통상 현안인 미국 관세 조치에 대해 "지난 6일 트럼프 대통령 통화 시 '양국이 모두 만족할 수 있는 합의를 조속히 도출'하기로 한 만큼 실무협의를 한층 가속화하겠다"고 말했다.
참석자들은 최근 코스피 상승에 대해 언급하며 새 정부의 경제 정책에 대한 기대감을 전하고, 미국의 통상 압박은 개별 기업 노력만으로는 헤쳐나가기 어려운 과제인 만큼 민관이 합동으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건의했다고 강 대변인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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