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덴마크 입양인이 생이별한 어머니를 찾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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덴마크 입양인이 생이별한 어머니를 찾습니다

[인터뷰] 52년 만에 한국사회에 던지는 해외입양인의 절박한 외침

두 번째 생이별의 시작

그녀의 덴마크 이름은 나나(Nana Locke), 한국 이름은 김이화. 1972년 3월 29일, 대한민국에서 태어난 그녀는 생후 1개월이 되던 때 남광보육원에 들어간 뒤, 한국사회봉사회(Korea Social Service, 아래 KSS)를 통해 그해 8월 덴마크로 해외입양 되었다. 한국 정부와 사회는 지난 반세기 동안 해외입양의 구조적 문제를 외면해 왔고, 그런 외면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이 기사는 그 비극에 대한 고발이다. 지난 며칠간 친모 김지순 님을 애타게 찾고 있는 김이화 님과 인터뷰를 정리했다.

기자: 먼저 자기소개를 부탁한다.

김이화: 1972년 3월 29일 부산에서 태어나 생후 한 달 만에 남광원에 맡겨졌고, 그해 8월 덴마크로 입양됐다. 52년이 지난 지금, 생이별한 어머니 김지순 님을 찾고 있다. 덴마크 이름은 나나 록(Nana Locke)이지만, 이제는 한국 이름 김이화로 살고 있다.

▲김이화 씨. 오른쪽은 입양 당시 사진. ⓒ필자 제공

기자: 평생 고아라고 생각하고 살았는데, 지난 2012년에 친생부모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때 기분이 어땠나?

김이화: 충격이었다. 지난 2012년 한국사회복지회(KSS)를 통해 처음으로 출생의 진실을 알게 됐을 때, 평생 '고아'라고 믿고 살았던 내게 어머니가 계시고 아버지의 이름도 있다는 걸 알았다. 더 충격적인 건 최근에 알게 된 사실이다.

기자: 어떤 사실인가?

김이화: 덴마크에서 만난 사촌 김영미와의 대화에서 밝혀진 건데, 영미는 나보다 한 달 늦게 태어났지만 그녀 역시 할머니와 고모에 의해 어머니로부터 '강제로 분리'됐다고 했다. 영미 어머니가 일을 마치고 집에 돌아왔을 때 아이인 영미는 이미 사라진 후였다. 그래서 나 역시 똑같이 '도둑 맞았을'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한다.

기자: 한국사회복지회와 남광보육원 사이에 기록이 일치하지 않는다고 들었는데?

김이화: 그렇다. 한국사회복지회는 내가 남광보육원에 있었다고 명시하고 있는데, 남광보육원에서는 관련 정보를 찾을 수 없다고 한다. 모든 게 모순투성이다. 이런 식으로 기록이 엉망이니까 가족을 찾기 더 어렵다.

기자: 친생부모에 대해 알고 있는 정보는?

김이화: 어머니는 김지순, 1943년생으로 현재 살아계시면 81-82세다. 아버지는 김도일, 1930년생으로 1985년에 돌아가셨다. 할머니는 옥편증, 할아버지는 김현경 님이다. KSS에서 받은 정보로는 부모님이 결혼하지 않은 상태로 함께 살았다고 나와 있다.

기자: 사촌 김영미는 어떻게 찾게 됐나?

김이화: DNA 검사를 통해서다. 'MY HERITAGE'라는 사이트에서 DNA 검사로 전 세계 친척을 찾을 수 있는데, 그렇게 영미를 발견했다. 같은 해, 같은 시설, 같은 나라로 입양된 걸 알고 너무 놀랐다. 한 가족에서 두 명의 아기가 동시에 사라진 비극적인 상황이다.

기자: 그 사실을 알았을 때 어떤 기분이었나?

김이화: 놀랍기도 하고 슬프기도 했다. 정말 슬펐다. 그때부터 더욱 간절하게 생모를 찾기로 결심했다.

기자: 한국사회의 미혼모에 대한 시각을 어떻게 보나?

김이화: 한국은 첨단기술에서는 세계를 선도하지만, 인간의 공감과 이해, 그리고 모든 사람이 다르다는 것에 대한 수용에서는 여전히 구시대적이다. 미혼모와 혼외출생 아동을 업신여기는 한국사회가 부끄럽다. 이래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향후 진실화해위원회의 추가 활동을 통해 이런 잔혹한 방식으로 자국의 아이들을 버리는 일이 중단되길 바란다.

기자: 한국의 해외입양제도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김이화: 아이들과 어머니들을 노예로 만드는 제도다. 임신한 여성을 돌보지 않는 사회제도의 희생자들이다. 임신은 두 사람의 일인데 남자는 항상 자유롭게 도망간다. 이는 현대국가인 한국에 어울리지 않는 구식 사고방식이다. 해외입양은 중단돼야 한다.

기자: 한국사회복지회에 대한 생각은?

김이화: 한국사회복지회(KSS)는 평생 나에게 정보를 숨겨왔다. 사람을 대하는 역겨운 방식이다. 수년 동안 정보요청을 했지만 돌아오는 건 매번 벽과도 같은 대응이었다. 아직 살아 계실지도 모를 친어머니의 정보를 절대 주지 않더라. 내가 찾을 권리가 있는데도 말이다. 그래서 내게 가장 큰 장애물은 한국사회봉사회다.

기자: 덴마크 양부모님들은 어떤 분들인가?

김이화: 양부모님들은 항상 내 뿌리 찾기를 지지해주셨다. 어떤 면에서는 사촌을 통해 가족의 일부를 찾았지만, 생모를 만나고 싶은 마음이 크다.

기자: 19세 된 아들이 있다고 들었는데, 한국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김이화: 아들도 한국을 방문하고 싶어 한다. 내 이야기를 모두 알고 있고, 실제로 다시 찾기 시작하라고 용기를 준 것도 아들이었다. 어머니가 된 후 정체성에 대한 갈증이 더욱 커졌다.

기자: 과거에는 한국방문을 꺼렸다고 했는데?

김이화: 젊었을 때는 미혼모가 한국사회에서 환영받지 못한다는 걸 알고 있어서 한국방문을 원하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부모로서, 그리고 아들의 바람 때문에 언젠가 꼭 가보고 싶다.

기자: 구체적으로 어머니를 찾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나?

김이화: 뿌리의집과 함께 많이 노력했지만 아직 소식이 없다. 이 인터뷰를 통해 부산지역의 도움을 받고 싶다. KSS가 내 파일의 모든 정보를 공개하기를 요구하고 있고, 필요하다면 경찰이나 한국 정부기관의 도움도 받을 생각이다.

기자: 해외입양인들에게 필요한 지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김이화: 해외입양인들이 친부모에 대한 정보를 알 권리가 보장되어야 한다. 그리고 친부모도 자녀를 만날 수 있는 선택권이 있어야 한다. 정서적, 법적, 사회적으로 진짜 도움이 필요하다. 많은 해외입양인들이 자신이 누구인지 알고 싶어 한다. 그런데 정보가 봉인되어 있다. 그게 너무 가슴 아프다.

기자: 한국을 한 번도 방문한 적이 없나?

김이화: 한 번도 가본 적이 없다. 생모를 찾으면 꼭 한국을 방문할 계획이다. 81세가 되신 어머니와의 만남이 매우 특별하고 감정적일 것 같다. 빨리 만날 수 있기를 바란다.

기자: 지금까지 이 모든 과정에서 가장 큰 힘이 된 건 무엇인가?

김이화: 희망이다.

기자: 마지막으로 어머니 김지순님께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김이화: 엄마, 나 여기 있어요. 1972년 3월 29일에 태어난 당신의 딸이 여기 있습니다. 잘 지내고 있다는 걸 꼭 말씀드리고 싶어요. 이미 어머니를 용서했어요. 만약 내 해외입양 사실을 알고 계셨다면, 정말 힘드셨을 거예요. 만약 모르고 계셨다면, 저는 반드시 한국에 가서 어머니를 꼭 만나고 싶어요. 그리고 꼭 전하고 싶습니다. 엄마는 이제 평생 안심하고 편히 주무셔도 됩니다. 저는 괜찮습니다. 52년이 지났지만 아직 늦지 않았어요.

▲김이화 씨 조부모의 젊었을 때 사진(위)와 조부의 젊었을 때 사진(아래) ⓒ필자 제공

한국 사회가 마주해야 할 진실

김이화 씨의 이야기는 개인의 비극을 넘어선다. 이는 한국이 '경제성장'이라는 명분하에 얼마나 많은 자국민을 포기했는지를 보여주는 증언이다. 반세기가 지난 지금도 한국의 해외입양제도는 여전히 작동하고 있고, 미혼모에 대한 사회적 편견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한국사회는 더 이상 자국의 아이들을 버리는 일을 멈춰야 하고, 이미 흩어진 가족들이 다시 만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도와야 한다는 것이다. 52년 전, 한 달된 아기였던 김이화 씨는 이제 52세의 어른이 되어 한국사회에 묻고 있다. 언제까지 우리는 이런 비극을 외면할 것인가?

*김지순(1943년생), 김도일(1930년생, 1985년 사망), 옥편증, 김현경과 관련된 정보를 알고 계신 분이 있다면 뿌리의집(전화: 02-3210-2451)에 연락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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