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차 추경을 통해 최대 40만 원 규모의 민생회복지원금을 차등 지급하고, 지역화폐 발행을 위해 5천억 원 이상의 국비를 추가 편성, ‘선별적 지역 소비 유도’로 방향을 전환해 재정 건전성과 실효성,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겠다는 취지다.
이는 당초 제안된 ‘보편적 현금 지급’ 방식과 확연히 대비된다. 정부는 소득 상위 계층은 제외하고, 하위 계층은 더 두텁게 지원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고 있다. 다소 논쟁의 여지가 있지만, 현실적 재정 여건과 효과성을 고려할 때 차등 지급은 선택이 아닌 필수의 대상이다.
특히 주목해야 할 지점은 ‘어떻게’ 지급하느냐의 문제다. 단순 현금 지급과 지역화폐 지급은 명백한 차이를 만들어낸다. 지역화폐는 사용 기한과 사용처가 제한되어 있어 자금이 지역 내에서 소비되도록 유도한다. 이는 소상공인과 전통시장 상인에게 직접적 매출 효과를 가져다주며, 소비 진작과 내수 회복에 실질적인 도움이 된다. 이번 2차 추경에 포함된 지역화폐 지원 사실은 정부 역시 이 정책 수단의 가치를 재평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정책 방향이 실질적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지자체의 역할도 중요하다. 안타깝게도 최근 안동시의 사례는 지방정부의 정책 집행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역설적으로 보여준다.
지난 3월 안동을 덮친 대형 산불은 지역 경제에 막대한 피해를 입혔다. 산불 재난의 여파로 외부의 인식마저 ‘안동 전역이 불탔다’는 식으로 왜곡되면서 관광객 유입도 끊기고 지역 상권은 이중고를 겪고 있다. 이 상황에서 경상북도는 피해지역 주민들에게 1인당 30만원씩의 재난지원금을 지급하기로 결정했고, 그 방식은 기초지자체에 위임되었다.
그러나 안동시는 이 지원금을 지역화폐가 아닌 현금으로 일괄 지급했다. 이는 행정의 편의성을 우선한 결정으로 보이지만, 지역경제에 미치는 긍정적 파급 효과를 스스로 차단한 처사이기도 하다. 필자가 지역화폐 지급을 공개적으로 제안했음에도 불구하고, 담당 부서는 ‘시간이 걸린다’는 이유로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고, 결국 곧 바로 온라인 현금 지급 신청 공지가 나갔다. 이는 단순한 행정 결정이 아니다. 지역 경제 회복이라는 본질적 과제를 외면한 행정 태도이며, 정치적 선입견이 개입되었다는 합리적 의심도 피할 수 없다.
만약 이 30만원이 안동사랑상품권 등 지역화폐로 지급되었더라면, 시민들은 지역 상점에서 자연스럽게 소비했을 것이고, 이는 곧 지역 자영업자들에게 직접적인 매출 증가로 이어졌을 것이다. 단기적 소비 유도와 장기적 경제 순환 효과를 동시에 기대할 수 있는 지역화폐의 효용성이 왜 무시되었는지 안타깝기만 하다.
정부는 민생과 지역경제를 살리기 위한 예산 편성에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하지만 그 예산이 실질적인 효과를 내기 위해서는 지방정부의 의지와 철학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정책의 최종 소비자는 국민이며, 그중 다수가 바로 지역 주민이다. 중앙정부가 방향을 잡았다면, 지방정부는 그것을 실제 효과로 연결하는 실천의 책임을 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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