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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사회의 목소리가 있어야 정의로운 전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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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사회의 목소리가 있어야 정의로운 전환

[초록發光] 태국의 탈석탄 계획에서 보는 에너지전환 과제

지구 평균 기온 상승을 1.5도 이내로 억제하자는 파리협정의 목표는 이제 단순한 선언이 아니라, 각국의 정책 방향을 결정짓는 기준이 되고 있다. 태국은 2050년 탄소중립, 2065년 순배출 제로(net-zero)를 국가 목표로 선언하며 이러한 국제 흐름에 합류했다. 이 목표 달성의 핵심 지역 중 하나가 바로 태국 북부 람빵주에 위치한 매머(Mae Moh)다. 이곳은 태국 내 유일한 석탄 광산이 자리하고 있으며, 태국전력청(EGAT)이 운영하는 2455메가와트(MW) 규모의 석탄화력발전소가 있다. 매머 발전소는 생산 전력의 50%를 북부 지역에, 중부와 동북부에 각각 30%, 20%를 공급하고 있으며, 국내 석탄 생산의 대부분을 담당해 왔다. 태국전력청은 광산과 발전소를 2051년까지 단계적으로 폐쇄할 계획이다.

태국전력청은 '매머 그린모델 로드맵(Mae Moh Green Model Roadmap)'과 '매머 스마트시티 계획(Mae Moh Smart City Plan)'을 통해 태양광과 배터리, 직업훈련, 지역사회 발전을 아우르는 전환 청사진을 제시하고 있다. 이는 국가 차원의 탈석탄 전략을 지역 수준에서 구체화한 사례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계획이 환경과 기후 대응에만 초점을 맞출 경우, 전환이 초래할 수 있는 사회경제적 영향을 간과하게 된다.

탈석탄 전환은 단순히 에너지원만 교체하는 문제가 아니라, 노동자와 지역 주민의 삶, 지역 경제 구조, 문화적 정체성까지 포함하는 복합적인 변화이다. 그렇기 때문에 파리기후협정이라는 국제적 기후 목표뿐 아니라, 전환 과정에서의 공정성과 포용성을 강조하는 국제노동기구(ILO)의 정의로운 전환 가이드라인 역시 함께 고려되어야 한다. 전환의 목표뿐 아니라 그 방식과 과정이 공정하고 참여적이어야 하며, 이는 기술적 전환이 아닌 사회적 선택의 문제임을 시사한다.

태국, 국가 차원의 탈석탄·에너지전환 계획과 그 한계

태국의 전력 시스템은 여전히 화석연료에 대한 높은 의존도를 보이고 있다. 2022년 기준 전력 설비용량의 65.4%(30.9기가와트(GW)가 천연가스, 9.8%(4.6GW)가 석탄이며, 재생에너지(수력발전 포함)는 21.8%(10.3GW)에 불과하다. 태국전력청은 Triple S 전략(재생에너지 확대, CCUS 기술 도입, 시민참여 유도)을 통해 탄소중립을 실현하겠다는 목표를 내세우고 있지만, 전환 시점은 여전히 늦고, 목표 수준도 낮은 편이다.

태국은 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한 다양한 전략을 갖고 있으나, 전력계통의 중앙집중적 구조와 경직된 규제 프레임워크, 그리드코드의 한계, 초기 투자 부담 등의 장벽이 여전히 존재한다. 태국의 송전 시스템은 중앙 집중형 구조로 설계돼 있어, 분산형 재생에너지원이 계통에 편입되기 어렵고, 민간 소규모 발전사업자의 진입 장벽도 높다. 태국의 전력개발계획(Power Development Plan, PDP)과 대체에너지개발계획(Alternative Energy Development Plan, AEDP)은 재생에너지 비중을 2036년까지 32%로 설정하고 있으나, 이는 온실가스 감축 목표에 비해 부족한 수치로 평가된다. 특히 해당 계획에는 대형 수력발전과 폐기물 에너지화가 재생에너지 항목에 포함되어 있어, 지속가능성과 환경성 논란이 되고 있다.

▲태국 매머 석탄광산. ⓒEGAT

매머 지역 사례: 정의로운 전환의 시험대

매머 지역은 국가의 탈석탄 로드맵이 실행되는 핵심 현장이자, 정의로운 전환 원칙이 실현 가능한지를 가늠하는 시험대라 할 수 있다. 매머 지역에서는 태국전력청을 포함한 석탄산업 관련 기업에 약 9000명의 노동자가 고용되어 있고, 석탄산업이 람빵 지역 총생산(GRDP)의 18.1%를 차지할 만큼 지역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크다.

태국전력청은 이 지역의 석탄광산과 발전소를 2051년까지 단계적으로 폐쇄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으나, 2026년까지 신규 석탄화력발전소 2기(660MW) 건설을 승인하는 등 모순된 행보를 보이고 있다. 게다가 이 모델은 아직 시스템 차원의 이행계획, 재정지원, 제도 기반이 미비하며, 주요 이해당사자들의 실질적 참여가 부족하다는 한계를 안고 있다. 1970년대 국가의 경제성장과 산업화를 위해 석탄 광산과 발전소 건설이 본격적으로 추진될 때에도, 1990년대 아황산가스 과다 배출 사고가 발생했을 당시에도, 그리고 지금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탈석탄 로드맵이 제시되고 있는 현재까지 지역사회의 의견은 충분히 반영되고 있지 않다.

중요한 것은 전환의 방식이다. 정부와 태국전력청 중심의 하향식 모델을 벗어나 지역공동체, 노동자, 시민사회의 실질적 참여를 보장하는 거버넌스 개편이 필요하다. 정의로운 전환은 단순히 기술적 선택이 아니라 정치적 결단의 문제이며, 그 결단은 전환의 이익과 부담을 누구와 어떻게 나눌 것인가에 대한 사회적 합의에서 출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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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는 노동자, 농민 등 사회적 약자와 가난한 나라를 보호하는 에너지 정의, 기후 정의의 원칙에 입각해 기후 변화와 에너지 위기에 대응하는 '정의로운 전환'을 추구하는 독립 싱크탱크입니다. '초록發光'은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와 <프레시안>이 공동으로 기획한 연재로, 한국 사회의 현재를 '녹색의 시선'으로 읽으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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