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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우 음모론자' 모스탄이 주한 미대사로 온다? 트럼프 노림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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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우 음모론자' 모스탄이 주한 미대사로 온다? 트럼프 노림수는?

[기고] 모스탄과 애니챈, 한국과 미국 극우의 심상치 않은 연대

지난 며칠, 가뜩이나 조용한 날 없는 내란 피의자 윤석열과 한국 극우 주변이 모스탄(Morse Tan 한국명: 단현명) 덕에 다시 한 번, 소란해졌다. 모스탄이 서울에 나타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그는 윤석열의 쿠데타 시도가 실패한 이래, 곧잘 친윤 극우집회와 대형교회 예배에 등장해, 윤석열을 옹호하고, 한국의 선거시스템을 부정하는 발언과 연설로 극우 결집에 이바지해왔다.

지난 며칠 사이, 6월 대선 이후 잠시 잠잠했던 극우들이 아연히 다시 등장했다. 이런 일들을 일회적 일화로 치부하거나, 어설픈 극우의 소동 쯤으로 보는 것은 위험한 일이다. 모스탄은 일개 개인이 아니라, 한국과 미국의 극우를 연결하는 중요한 매개이기 때문이다.

여의도

한국과 미국의 보수주의자의 교류는 한국현대사와 그 궤도를 같이하고 있다. 크게 보자면 한국전 이후 군부와 교회를 중심으로 맺어진 이들의 인연이 결정적으로 넒고 깊어지는 시점은 박정희의 유신 2년차 1973년이다. 당시 한국 대중과 교회는 이념적 기로에 서있었다. 간단히 말해, 대중은 경제 발전 속, 각자도생식 개인적 성공을 추구하느냐, 사회연대적 발전을 선택하느냐, 교회는 교회대로, 개인적 성공을 부추켜 성장하느냐, 연대를 추구하며 종교적 소명을 실천하느냐의 갈림길에 서있었다.

이 방향을 개인 성공과 교회 성장으로 틀어버린 계기가 1973년 부활절, 미국 복음주의자 빌리 그레이엄(Billy Graham)의 나흘간의 여의도 집회였다. 대부분 옥외 집회가 금지된 유신 시절, 그레이엄과 그의 한국 추종자들은 수십만의 인파를 모았고, 방송국은 집회를 생중계하고 재방송을 연달아 송출했고, 관변 언론 <서울신문>은 논설까지 써가며 선전해줬다. 마지막 날 빌리 그레이엄은 예나 지금이나 비행금지 구역인 여의도에서 헬리콥터에 몸을 실어, 승천하듯이 집회장을 떠났다. 모두 박정희 정권의 적극적 지원이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구경거리도 없고, 몸도 마음도 힘들기만한 시절, "열심히 노력하면 잘 살 수 있다"는 그레이엄의 개인주의적 설교의 파급은 컸다. 당시 그레이엄의 통역으로 단숨에 유명해진 목사 김장환의 간증대로, 그레이엄의 행사 이후, 한국에서 대형교회가 등장하기 시작했다. 역으로 당시 등장하기 시작한 노동사역은 탄압받거나, 외면 받았다.

그후 한국 대형교회야말로 "경제적 성취가 축복"이라는 번영복음(Prosperity Gospel)이 세계 최초의 성공사례처럼 여겨졌다.

이렇게 비대해진 한국교회의 요즘 사정이 녹녹하지 않다. 기실 한국교회의 성장 한계는 한국 대형소매산업의 한계점과 그닥 차이가 없다. 인구는 노령화, 정체되고, 시장은 축소되는 상황이다. 근래 대형교회들이 차별금지법에 격하게 반대하고, 극우의 논리를 설파하는 데는 이런 위기감이 그 배경이다. 그들의 번영복음이 극우화되어, 미국의 극우세력과 연대하려는 움직임이 모스 탄과 그의 동료들에 의해 드러나고 있는 셈이다.

호놀루루

내가 처음으로 교회 중심의 한미 극우연대에 주목한 계기는 2023년 8월이었다. 2년전 이제 국내에서도 제법 알려진 애니챈(Anni Chan 한국명: 김명혜)가 하와이 지역 유력지 호놀루루 스타 애드버타이저(Honolulu Star Advertiser) 반단 광고를 실어, 하와이 거주 한인계 평화운동가를 겨냥했다. 챈의 의견광고는 공개적 협박장과 다름 없었다. 싱글맘인 평화운동가가 사는 지역을 명기했기 때문이다.

챈의 무도한 전횡은 부동산투자로 축적한 엄청난 부와 보수 기독교의 신앙에서 기인했다. 이미 그녀의 영향력은 하와이는 물론, 미국 본토에서도 대단했다. 한국 관련, 보수세력 관련, 그녀의 돈과 영향력이 끼치지 않은 곳이 드물었다. 실증주의적 리버럴 한국학의 본산으로 여겨지던, 하와이대학의 한국학 교수들도 그녀 앞에서는 을이었다. 챈은 한국학 프로그램의 큰손 기부자이기 때문이다.

챈이 한국 정계와 교회에 체계적으로 개입하기 시작한 것은 2019년, 한국 보수 정치 컨퍼런스(KCPAC)을 출범했을 때부터이다. 시작부터 KCPAC은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GA) 운동의 중심, CPAC(Conservative Political Action Conference)의 이념과 조직방법을 한국에 접목시키기 시작했다.챈은 막강한 자금력과 명성으로, 한국과 미국의 보수 인사를 KCPAC과 CPAC으로 결집시켰다.

드러난 것만 봐도 한국에서는 사랑제일교회 전광훈과 세이브코리아의 손현보, 전 국무총리 황교안, 그리고 전 국회의원 민경욱까지, 미국에서는 최근 논란을 일으킨 모스탄, 극우 커멘테이터 고든챙, 한국계 하원의원 미셸 스틸, 영 킴, 그리고 미국보수협회 회장이자 MAGA 지도자 매트 슈랩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하다.

챈이 한미를 이렇게 아우르는 네트워크를 만드는데 엄청난 금액을 소요한 것은 자명해 보이나, 그 전체 규모를 쉽게 알 수 있는 방법은 매우 제한적이다. KCPAC은 그 규모와 영향과 무관하게, 일종의 임의 단체이다. 따라서 비영리단체나 사단법인의 공시의무에서 벗어나 있다. 또한 한국과 미국에서 활발히 활동하나, 두 나라의 법 테두리에서 벗어나 있다.

한국 극우와 MAGA

윤석열 탄핵 이후, 극우의 결집은 많은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한국 밖에서 사태를 관망하는 나에게 가장 놀라운 점은 한국 극우 시위대와 미국 MAGA 시위대의 유사성이었다. 구호, 피켓, 조직방법 모두 MAGA 운동의 영향을 받은 게 분명했다. 한국 언론에 스쳐가듯 비쳤던 극우 시위대의 교육 장면에서 미국 시위식 구호 "Fight, Fight, Fight" (투쟁, 투쟁, 투쟁)을 영어로 연호했을 때는 그저 아연할 수 밖에 없었다.

무엇보다 한국 극우들은 MAGA의 가짜뉴스 선동방식과 내용을 그대로 도입했다. 수많은 이들이 희생해가며 쟁취한 한국의 자유공정 선거를 스스로의 의사와 의도에 맞지 않는다고 부정선거로 몰아가고, 중국을 무조건 적대시하고, 부정선거의 배후로 몰아가는 것 모두 MAGA의 복제판이다.

이들의 가짜뉴스 배포 선동 방식도 주목해야 한다. 한국에서 부정선거 가짜뉴스와 중국 개입의 선동은 미국의 영향력있는 MAGA인 고든챙이나 매트 슈랩 혹은 모스탄이 소셜미디어나, 언론 기고 등을 통해 재생산된다. 이렇게 재가공된 가짜뉴스는 한국으로 역수입되어 미국의 저명 인사들의 발언으로 치장되어 재확산된다.

워싱턴

지난 12월 미국보수협회 매트 슈랩은 윤석열이 탄핵된 지, 이틀이 채 지나지 않은 상황에서 윤석열을 용산에서 만났다. 슈랩은 당시 아시아지역의 "조직 점검"을 위해 일본과 한국을 방문 중이었다고 한다.

윤석열과 한국에서 적잖은 주목을 받았지만, 결국 한줄 뉴스로 처리된 윤석열과 MAGA 중요 인물의 만남 내용이 비로서 알려진 것은 올해 2월 CPAC 연례 총회에서였다. 매트 슈랩은 트럼프의 오른팔 스티브 배넌이 참가한 한 포럼에서 윤석열과의 대화 내용을 밝혔다.

슈랩은 "한국 선거는 도대체 누가 운영하는 것이냐"고 윤석열에게 물으니, 윤석열은 "나도 모른다. 아마도 중국의 화웨이인 것 같다"라고 대답했다. 말인즉슨 선관위 중국산 서버를 통해 중국이 선거를 조작했다고 일국의 대통령이었던 사람이 미국 보수 꼴통에게 내질렀다는 것이다. 곧이어 민경욱 전 의원은 배넌에게 한국을 구해달라고 애원했다.

같은 행사장, KCPAC 주최 세션에서 고든 챙은 한국의 경찰관 중 중국인이 있다는 한국 극우의 허위주장을 반복하고, 한국 우익 시위대를 "자유투사"라고 칭송했다. 이러한 그를 트럼프는 행사 마무리 연설 중, 따로 불러 세워 격려했다.

서울과 워싱턴

아직 공식 확인된 바는 없지만, 현재 공석인 주한 미국대사 후보가 모스탄, 고든챙, 그리고 미셀 스틸로 압축된 것으로 보인다. 특히 모스탄은 미국에서부터 스스로가 대사 최종 후보라고 여러 차례 공언했다. 과연 이들 가운데, 혹은 이들과 유사하게 대한민국 정부를 부정선거 당선된 친중 허수아비라고 치부하는 이가 대사로 부임해 온다면, 이재명 정부는 아그레망(신임장)조차 주지 않고, 돌려 보낼 수 있을까? 그런 일은 가능해 보이지 않는다.

사실 트럼프가 이들의 한국 부정선거 주장에 동조한다고는 보기 힘들다. 관심도 없을 것이다. 그러나 트럼프는 이들과 이들의 주장을 한껏 이용하며, 대미통상과 안보 문제를 재정립해야 하는 한국 정부를 압박하려는 의도는 분명히 엿볼 수 있다. 예컨데 트럼프는 지난주 쿠데타 주역인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전 대통령에 대한 "마녀사냥식 재판"의 중단을 요구하며, 브라질에 대한 관세를 50%로 인상했다.

트럼프는 언제나 특유의 예측 불가능성과 혼란 조성을 무기로 그의 뜻과 목표를 달성해 왔다. 국방성과 백악관, 국무성과 주한 미대사관이 의도적 엇박자로 혼란을 조성하고, 정책 예측을 어렵게 한다면, 기존의 대미 전략은 효과도 없고, 이재명 정부가 곤란한 처지에 놓일 듯 한다.

한 마디로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이 그렇게 많아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지금 필요한 것은 한미 시민사회의 연대일 것 같다. 한미의 극우세력이 돈과 영향력으로 세력을 확대한다면, 한미의 시민사회도 공동행동으로 이에 맞서야 한다.

▲부정선거 음모론으로 논란을 빚어온 모스 탄(한국명 단현명) 전 미국 국제형사사법대사(리버티대 교수)가 15일 서울대 정문 앞에서 간담회를 열고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를 옹호하고 있다. ⓒ연합뉴스

(위의 글은 작년12월에서 금년 6월까지 미국의 사회주의 간행물 <자코뱅>(Jacobin)에 기고한 글들 중 해당부분을 추려 다시 정리한 것임을 밝힙니다. 필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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