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단체가 안창호 국가인권위원장을 상대로 '성소수자 혐오 표현' 진정 사건 처리 개입 의혹과 관련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고발하는 한편, 그의 반인권 언행 등에 대해선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국가인권위원회 바로잡기 공동행동 소속 시민단체들은 4일 서울 중구 인권위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더이상 차별과 혐오를 조장하는 자에게 국가인권위원회를 맡길 수 없다"며 안 위원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단체들은 안 위원장이 자신의 권한을 넘어서서 성소수자 혐오 표현에 대한 인권위 내 소위원회의 안건 상정을 막아 인권위 업무를 저지했다고 주장했다.
이주호 전 교육부장관과 국민의힘 조정훈 의원이 지난 2024년 국회 국정감사에서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 표현을 했다는 이유로 진정이 제기되자, 담당 조사관은 지난 5월 이 사안에 대해 조사 보고서를 제출했다. 그러나 소위원회 상정이 계속 미뤄졌고, 확인 결과 안 위원장의 지시에 의한 것으로 밝혀졌다고 공동행동 측은 밝혔다.
인권위법에 따르면, 인권위원 또는 직원에게 업무를 강요하거나 저지하는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는다. 이에 공동행동 측은 안 위원장을 직권남용, 인권옹호 업무방해 혐의로 공수처에 고발했다고 했다.
공동행동 측은 또 최근 인권위 노조가 안창호 인권위원장의 반인권적 언행 등에 대한 내부 제보를 접수한 내용을 바탕으로 인권위 진정도 제기했다고 밝혔다.
전국공무원노조 국가인권위원회지부는 지난달 29일 오후부터 안 위원장의 반인권적 언행 등에 대한 사내 제보를 접수하고 있다.
공동행동 측은 안 위원장이 대체복무제도가 이미 시행 중임에도 양심적 병역 거부자에 대한 혐오 발언을 하고 특히 양심적 병역 거부와 관련해 특정 종교를 부정적으로 말해 종교적 다원성을 해쳤으며, 일부 직원에게 "동성애자 아니죠?"와 같은 업무와 무관한 성적 지향에 대한 질문을 해 차별 행위를 했다며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고 밝혔다.
공동행동 측은 "인권을 외치는 기구가 혐오를 부추기고, 차별을 묵인하는 현실을 더는 방치해서는 안 된다"며 "20년 넘게 인권위가 쌓아온 신뢰를 훼손하지 말고 지금 당장 사퇴하라"고 안 위원장에게 요구했다.
"安, 여성이 승진 못하는 것은 무능해서 그렇다 말해…여성 비하 심각"
문정호 인권위지부장은 이날 문화방송(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안 위원장이 평소 여성 비하 발언을 일삼았다는 내부 제보 내용을 전했다.
문 지부장은 "(안 위원장이) 여성이 승진을 못하는 것은 유리천장 때문이 아니라 무능해서 그렇다"는 등의 발언을 했다며 " 여성 비하 발언은 좀 심각하다"고 전했다.
문 지부장은 지난 29일 제보를 받기 시작한 후로 안 위원장의 반인권적 언행에 대한 제보가 40여 건 들어왔다고 밝혔다.
문 지부장은 제보를 받는 배경에 대해 "처음에는 이러한 내용들이 들리진 않았고 일부 극소수 사람들에게만 한 것으로 이해가 됐다. 그런데 제가 노조지부장을 하고 있다 보니까 '오늘 식사 자리에서 어떤 말들이 있었다', '여성 비하 발언이 있었다' 등등의 다양한 제보 내용들이 들어오기 시작했다"며 "그게 빈도수가 너무 잦아지다 보니까 여기에 대해서 노조가 가만히 있으면 안 되겠다, 일단 어떠한 내용들이 있는지 제보를 받아야 되겠다라고 시작하게 됐다"고 밝혔다.
그는 "카테고리를 (분류)해보면 비상계엄 이후에 위원회가 어떻게 대응을 했었는지에 대한 제보 내용들, 그다음에 내란 관련"이라며 "그다음에 성희롱적인 내용들, 여성에 대한 인식, 성소수자 관련된 내용들"이라고 했다.
지난달 31일 인권위 온라인 게시판에는 안 위원장이 지난해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를 비판하는 성명서 초안에서 '위헌' 표현을 삭제하라고 지시했다는 내부 폭로가 나오기도 했다.(☞관련기사 : "안창호, 비상계엄 비판 성명서 '위헌' 표현 삭제 지시 논란")
문 지부장은 안 위원장이 내란 관련한 대응뿐만 아니라 여성, 성소수자 관련한 인식이 심각한 수준이라고 짚으며 "여성들이 전통적으로 집안일이나 돌봄에 특화돼서 능력을 개발하지 못해서 능력이 없어서 승진을 못한 거다, 이런 식으로 발언을 하셨다(는 제보가 들어왔다)"고 전했다.
이어 "(여성이 승진할 경우) 제대로 인정을 받아서 승진한 게 아니라 그 사람이 승진을 안 하면 밑에 직원들이 승진을 못하기 때문에 일부러 승진을 시킨 것이라는 맥락"이라며 "여성에 대한 전반적인 위원장의 시각을 그대로 보여주는 제보 내용이라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다"고 했다.
문 지부장은 "사석에서 했던 경우가 많이 있는데 점심시간에 여성 직원들과 식사하는 과정에서 나온 발언이거나 아니면 특정 인권 이슈에 대해서 보고하는 과정에서 관련된 발언이 많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지난달 29일 제보를 받기 시작한 직후부터 이와 같은 제보가 쏟아지자, 안 위원장은 다음날인 30일 게시판에 '알려드립니다'라는 공지글을 올리고 "의도와 달리 논란이 되었다"며 "평소 직원들에 대한 격려나 친근감의 표현은 있었으나, 부적절한 언행은 없었다"고 해명했다.
문 지부장은 최근 야당 추천 인권위원 후보에 오른 지영준 변호사 지명 과정에서 안 위원장이 직접 통화했다는 언론 보도를 언급하며 "국회에서 선출하게 되는 절차인데 그것을 개인적으로 위원장이 관여했다라고 하면 그건 밝혀져야 될 사안인 것 같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어 안 위원장을 비롯한 몇몇 인권위원들의 반인권적 행태가 계속되고 있는 만큼 후보 임명 과정에서 적격성 심사 요건이 강화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현재는 대통령, 국회, 대법원장이 선출하거나 임명하게끔 돼 있는데 각 기관들이 하는 공모방식이라든가 절차가 각각 다양하다. 그래서 이 부분들을 통합적으로 관리해야 될 필요성이 있지 않을까 싶다"며 "예를 들어서 국가인권위원회로 (후보추천위원회를) 일원화를 시킨다거나 국회에서 실질적으로 공개적으로 토론하거나 추천된 후보에 대해서 인권적이거나 국제인권 기준에 부합하는지 이런 것을 따져볼 수 있는 투명하게 토론을 해서 적격성 심사를 판단할 수 있는 그런 절차가 마련되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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