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곡성에서 수해복구 작업중 사망한 굴착기 기사의 유족들이 곡성군의 무책임한 대응에 반발하며 장례절차를 미루고 있다.
사망 사흘째인 14일 유족 측은 "곡성군 발주공사에서 사람이 죽었는데, 군은 아무런 보상책도 제시하고 있지 않다"면서 "오늘 예정된 발인을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유족 대표를 맡고 있는 숨진 굴착기 기사 A씨의 처남 이대곤씨(41)는 <프레시안>과 통화에서 "사람이 국가적 재난에 수해 복구 현장에 투입됐다가 사망했는데 소극행정으로 일관하는 곡성군에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사고 이후 군청 관계자 누구도 찾아오지 않다가, 어젯밤 8시가 되어서야 곡성군수와 군청 안전건설과장, 겸면 면장이 방문했다"며 군의 늑장대응을 비판했다.
이씨는 "군청 측이 '계약관계가 명확하지 않아 군에서 해줄 수 있는 게 없다'는 말만 반복하며 책임을 회피하는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유족 측은 특히 조상래 곡성군수의 태도에 깊은 실망감을 표했다.
이씨는 "진심어린 위로나 사과는 없었고, 행정적으로 최선을 다하겠다는 의례적인 말뿐이었다"며 "오히려 우리가 먼저 '서울시도 시민이 다치면 보상하는데 여기는 없느냐'고 묻자 그제야 '한도 천만 원짜리 보험이 있다'고 마지못해 알려줬다"고 분개했다.
또한 "군수가 이번 사건에 대해 제대로 인지조차 못하고 있었고, 어느 기관에서 조사를 나왔는지 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유족의 질문에 명확한 답변이나 대책을 제시하기 보다는 "더 챙겨보겠다"는 원론적인 말만 남겼다고 전했다.
이씨는 "이번 사건을 중요하게 여기는지도 안 느껴졌고 해결의지도 없는 모습이었다"며 "군수에게 제대로 된 보고가 이루어지지 않았고, 군 전체가 이 사안을 안일하게 보고 있다는 증거"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유족 측이 가장 강력하게 요구하는 것은 산재 인정과 근본적인 재발방지 대책 마련이다.
이씨는 "이런 사고에 이런 식으로 대처한다면 재발할 수밖에 없다"며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똑같은 비극이 반복되지 않도록 재난산재사망 관련 매뉴얼과 조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향후 유족은 이후에도 별다른 진전이 없을 경우 공론화와 함께 변호사·손해사정인 선임을 통한 법적 대응을 병행해 나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곡성군은 해당 사고 이후 현재 모든 수해 복구공사를 중단한 상태다. 군청이 밝힌 가장 큰 걸림돌은 사고 당사자와의 관계가 '고용관계'가 아닌 '개인사업자'와의 계약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점이다.
곡성군 관계자는 "이 경우 민사 사고로 분류돼 군에서 조치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고용노동부와 행안부 조사가 진행 중이니 그 결과에 따라 민형사상 책임을 지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개인보험 등을 스스로 대비했어야 하는 부분이 있는데, 안타까운 상황에서 법을 따지자는 것은 아니지만 기본적인 사실관계는 그렇다"고 덧붙였다.
또한 군청 관계자는 유족의 격앙된 감정은 충분히 이해한다면서도 해결을 위한 공동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그는 "'유족들이 동종업계에 계셔 공무원들보다 더 잘 알 수도 있는데, 무조건 군에 대책을 내놓으라고만 하면 막막하다"며 "공무원이 신도 아니고 평소 하던 업무도 아닌데 없는 방법을 만들어 낼 수는 없지 않겠느냐"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군은 현재 최우선 순위가 고인의 장례를 잘 치르는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그는 "재발방지책 마련도 물론 중요하지만 그건 나중 일"이라며 "일단은 고인께서 편히 가실 수 있도록 돕는 것에 집중하고 싶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일단 방법을 찾아보겠다. 유족분들을 장례식장에 연휴동안 계속 계시게 할 수는 없지 않느냐"고 해결의지를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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