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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권력자를 축복하는' 국가조찬기도회…이제 멈춰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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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권력자를 축복하는' 국가조찬기도회…이제 멈춰야 한다

양혁승 전 연세대학교 교수

1968년 시작된 국가조찬기도회는 혼란의 시대 속에서 “국가와 민족의 복음화, 세계 평화와 번영”을 위해 기도한다는 명분으로 출발했다. 당시 교계 지도자들은 이를 통해 기독교의 공공성을 드러내고, 정치 지도자들에게 성경적 가치를 환기시킬 수 있다고 기대했는지 모른다.

그러나 이 모임은 출범 초기부터 권력과의 밀착이라는 우려를 피하지 못했다. 박정희 정권 시절에도 권력 친화적 행사라는 비판이 제기되었고, 전두환 정권에 이르러서는 군사독재에 종교적 명분을 덧씌운다는 의심을 받았다.

최근의 보도와 지적들을 보아도 그러하다. 현 국가조찬기도회 이모 회장(서희건설 회장)은 김건희 씨에게 고가의 명품을 선물하며 사위의 인사 청탁을 했다는 사실이 보도되었다. 이같은 사건들은 국가조찬기도회가 권력 유착의 통로로 활용되고 있다는 인식을 강화시켰다.

또 2024년 국가조찬기도회에서 특별기도를 맡았던 기독군인회 회장 박모 당시 육군참모총장은 얼마 뒤 비상계엄 포고문에 비상계엄사령관으로 이름을 올려 양식 있는 시민들과 기독교인들을 놀라게 했다. 일련의 일들은 단순한 일탈이 아닌 구조적 문제로 보인다.

기도의 본질은 분명하다. 예수님은 “골방에 들어가 은밀한 중에 계신 아버지께 기도하라”(마태복음 6:6)고 하셨다. 기도는 하나님 앞에서의 진실한 고백이지, 권력자의 기독교 친화성을 과시하거나 교계 인사들의 존재감을 드러내기 위한 무대 위 퍼포먼스가 아니다.

사도들은 “우리가 사람을 두려워하랴, 하나님을 두려워하랴”(사도행전 4:19)라고 외쳤고, 예언자 아모스는 “정의를 물 같이, 공의를 마르지 않는 강같이 흐르게 하라”(아모스 5:24)고 촉구했다. 그러나 국가조찬기도회의 풍경에는 이러한 목소리가 사라졌다. 대신 권력자에게 불편하지 않은 축복의 수사가 넘쳐난다.

▲양혁승 전 연세대학교 교수ⓒ

국가조찬기도회는 하나님을 두려워하기보다 권력을 의식하는 기독교계 인사들의 모임으로 비춰진지 오래다. 대통령의 참석 여부가 그해 행사의 성패를 가늠하고, 기도회 주관자의 역량을 보여주는 기준처럼 되어 버렸다. 이는 예언자적 목소리를 잃은 기독교계의 초라한 자화상이다.

고급호텔 조찬과 참석자들 사이의 미소와 덕담은 교회의 진정성도 공적 위상도 드러내지 않는다. 오히려 신앙의 타락과 교회의 쇠락을 부각시키는 무대로 비춰지고, 기도회라는 이름은 복음을 드러내기보다 오히려 복음을 가리는 가림막이 되고 있다.

만약 국가를 위한 기도가 필요하다면, 그것은 권력자의 정치적 안위를 빌어주는 행사가 되어서는 안 된다. 하나님 앞에 공동체의 죄를 고백하고, 권력자들에게 정의와 회개를 촉구하는 자리여야 한다. 그러나 국가조찬기도회는 오히려 그 본질에 역행해 왔다.

이제는 멈춰야 한다. 생명력을 잃은 왜곡된 전통을 붙드는 대신 하나님 앞에 정직하게 서려는 회심의 길로 나아가야 한다. 그것이 교회의 신뢰를 되찾는 의미 있는 한 걸음이 될 것이며, 교회가 다시금 사회 앞에서 진정성을 회복하는 최소한의 결단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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