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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세계소리축제'와 '전주국제춤페스티벌' 융합의 길을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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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세계소리축제'와 '전주국제춤페스티벌' 융합의 길을 꿈꾼다

[이춘구 칼럼]

문화예술의 고향 전주는 폭염, 극단호우 등 이상기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세계적인 공연을 이어가고 있다.

제24회 전주세계소리축제가 성공적으로 개최된데 이어 2025전주국제춤페스티벌이 다음 주 개막을 앞두고 있다. 지난 4월에는 26회 전주국제영화제가 성대하게 열렸다. 세계소리축제, 국제춤페스티벌, 국제영화제 등 3대 축제 그 자체만으로도 전주가 K-소리, K-dance, K-cinema, K-culture의 본향임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필자가 보기에는 주옥같은 축제들을 융합하고 하나로 꿰매면 더욱 더 많은 세계인들이 전주의 문화예술 공연을 즐길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여기에서는 개최 시기가 여름 방학 내지 휴가철과 겹치는 세계소리축제와 국제춤페스티벌을 융합하는 길을 찾아보려고 한다.

제24회 전주세계소리축제 이후 세계 무대 진출 도전

제24회 전주세계소리축제는 8월 13일부터 17일까지 한국소리문화의전당과 전북특별자치도 14개 시·군에서 펼쳐졌다. 전주세계소리축제는 판소리와 전통음악을 중심으로 월드뮤직과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아우르는 글로벌 음악축제이다. 전북특별자치도와 전주세계소리축제조직위원회는 2025년 8월 소리축제의 키워드를 ‘본향의 메아리(Echoes from the Homeland)’로 정했다.

이는 다른 나라의 예술 언어를 만나 새로운 장르를 만들기도 하는 음악의 디아스포라적 속성에 중심을 두는 것이라고 한다. 음악의 이주와 정체성 정립, 향수를 담은 음악 장르의 공유, 예술적 가치의 제고 등을 모색하려는 데 뜻을 두고 있는 것 같다.

전주세계소리축제는 학술대회를 비롯해 60여 개 프로그램으로 진행했다. 외국 공연진은 스페인 3개 팀, 일본 2개 팀, 그리고 프랑스와 폴란드, 브라질, 사이프러스 등이 1개 팀을 보냈다. [개막공연]으로는 국립창극단 신작 ‘심청’이 올랐으며, [폐막공연]으로는 안은미컴퍼니 ‘조상님께 바치는 댄스’를 올렸다. [스페인 포커스]에서는 떼아뜨로 레알의 플라멩코가 선을 보였다.

클래식 무용 발레가 60분 동안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모악당에서 관객들을 매료시켰다. 소리축제에서 댄스로 이어지는 것은 당연한 기획이라고 여겨진다. 따라서 세계소리축제와 국제춤페스티벌을 융합하는 길을 모색하는 작업의 당위성을 여기에서도 찾을 수 있다.

세계소리축제는 판소리 공연이 기본이다. 이번에도 [판소리 다섯바탕]을 여러 명창이 공연했다. 남상일 명창은 정광수제 수궁가를 열창했으며, 이난초 명창은 동편제 강도근바디 흥보가, 윤진철 명창은 보성소리 적벽가, 염경애 명창은 강산제 춘향가, 김주리 명창은 강산제 심청가를 불렀다. 세계소리축제조직위원회는 ‘명인들의 품격 있는 5인 5색 소리 한마당’이라고 했다. 그러나 특정 소리제에 치우친 감이 있어 균형을 잡아주는 게 필요할 것 같다.

전주 소리는 산조를 기본으로 한다. 산조는 즉흥성과 독창성이 돋보이는 운율이다. 그래서 조직위원회는 [산조의 밤]을 [판소리 다섯바탕]과 함께 브랜딩 공연으로 내세웠다. 2025년에는 이지영 명인의 이지영류 가야금산조와 이용구 명인의 천추산류 단소 산조를 무대에 올렸다. 단단한 내공과 공력을 가진 연주자의 악기별 산조를 깊이 있게 감상할 수 있는 기회가 됐을 것이다.

세계소리축제에서 특별히 눈길을 끄는 것은 [아시아월드뮤직어워드]의 거장 미야타 마유미의 쇼(笙) 연주였다. 쇼(shō)는 우리 고유 악기 생황과 닮은 관악기이다. 전문가들은 쇼를 생황의 역사적 친척이라고 부른다. 미야타 마유미는 도쿄 출신으로 대학에서 피아노를 공부했다. 하지만 일본 전통 궁중음악인 가가쿠(아악)와 쇼의 매력에 이끌려 20대 중반에 새로운 음악적 행보를 시작하게 된다. 이후 가가쿠를 비롯한 전통 기반의 작업은 물론이고, 존 케이지(John Cage), 토오루 타케미츠(Toru Takemitsu)를 비롯한 현대음악 작곡가들과 협업을 하는 등 너른 예술의 지평 위에서 자신만의 색채를 뚜렷이 꾸려왔다.

2025년 세계소리축제 객석 점유율은 83.1%로 지난해보다 소폭 상승했다. 특히 2026년 4월, 뉴욕 공연을 확정하고, 북미와 아시아 권역 개최 논의도 본격화하고 있어 외연 확장에도 성과를 낼 것으로 기대된다.

IMG 아티스트 미국 총괄 프로듀서인 진리는 국내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한국의 젊은 소리꾼들이) 한국에만 머물러선 안 되고, 해외로 나아가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북미 소리축제'가 열리고, 북미 전역의 파트너들과 함께한다면 정말 멋진 축제가 될 것이라고 믿는다"는 기대감을 드러냈다.

전주국제춤페스티벌의 치열한 세계화 노력

진리 프로듀서의 제언대로 전주 세계소리축제가 성공하려면 한국 소리와 춤을 융합해서 세계무대에 진출하는 게 전략적 대안이 될 수 있다. 그래서 전주국제춤페스티벌과의 융합 방안을 강구하는 게 시급하다.

2025국제춤페스티벌(JIDF2025)은 ‘Gaze; 서로를 바라보다’를 주제로 내걸고 8월 28일부터 30일까지 치명자산성지 평화의 전당 유항검홀에서 열린다. 사단법인 금파춤보존회가 주최하고, 애미킴 이사장이 예술총감독과 총연출을 맡는다. 2025JIDF는 제20회 풍남춤 樂 페스티벌, 제8회 전주국제춤페스티벌, 사색무로 진행된다.

풍남춤 樂 페스티벌(29일)은 국제안무가전과 국제무용대전으로 진행된다. 지금까지 이탈리아와 루마니아, 중국, 일본 등 세계적 무용가들이 참여했다. 국내의 젊은 안무가와 무용수들이 국제적 안목을 기르며, 예술표현 공간과 시야를 세계로 넓힐 수 있는 춤 무대를 마련하는 데 뜻을 두고 있다. 또한 전주를 국제적인 문화예술의 중심지로서 위상을 드높이는 목적도 지향하고 있다. 전주세계소리축제 ‧ 전주국제영화제와 더불어 전주의 3대 축제로 자리매김해 우리 춤의 세계화를 도모하고, 새로운 한류문화, K-culture로도약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국제안무가전은 급변하는 세계 춤 예술계의 흐름에 발맞추어 해외 각국의 안무가들이 참여할 수 있는 춤의 장이다. 공모를 통해 선발된 해외 안무가들의 작품과 국내 춤 예술가들의 작품을 한 자리에서 선을 보인다. 이를 통해 독특한 개성과 예술성을 확인하고 국내외의 유망한 젊은 무용인들 간에 협력할 수 있는 기회를 넓히고자 한다.

국제무용대전은 민족문화의 발전적 계승을 지향한다. 이 시대의 세계화에 발맞추어 춤을 좋아하는 청소년, 무용 동호인, 남녀노소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열린 무대이다. 세계인이 함께 하는 무용 동호인들의 놀이마당으로서 전북자치도 전주의 대표 문화축제, 국제적인 융·복합 공연문화 축제로 성장시켜 나가고자 한다.

전주국제춤페스티벌(30일)은 2025년 제8회를 맞아 국제 춤 축제를 넘어 다양한 예술 장르와 함께 공연을 진행하며 교류하려고 한다. 2025년 Gaze(바라보다)를 시작으로 2026년은 Experience(느끼다), 2027년 Bliss(희열)이라는 주제를 내걸 예정이다. 춤을 통한 장르의 융합 및 국내외 문화 예술인의 축제의 장을 만들어 전북자치도를 대표하는 공연예술제로 품격을 높이는 데 그 목적이 있다.

2025년 Gaze : 서로를 바라보다 공연 콘셉트는 서로를 알지 못하는 존재가 서로를 처음 만났을 때 서로를 바라보는 시선은 두려움과 호기심으로 바라보고 서로의 존재에 대한 두려움과 호기심이 서로를 이해하기 시작하면서 서로를 알아가게 되는 과정을 표현한다.

‘사색무(四色舞): 인생을 그리다’(28일)는 아마튜어 춤꾼들의 무대이다. 춤을 통해 세대 간의 소통과 공감을 이끌며, 예술을 통한 전인적 성장과 사회적 책임감 함양을 기하고자 한다. 노장청 인생의 단계를 몸으로 체험하며 자신을 발견하고, 삶의 조화와 아름다움을 공연으로 구현하며, 춤을 통한 문화 체험과 전통의 계승을 지향하는 데 그 뜻이 있다.

작품 콘셉트는 과거를 뒤로 하고 새로운 출발을 위한 역설적인 선언문으로 인생의 시작과 끝 그리고 그 사이의 순환을 말한다. 각 세대의 인생 단계를 색으로 표현하고, 이를 한국 춤과 현대적 해석의 결합으로 무대를 전개한다. 흑홍청황(黑紅靑黃) 각 색은 학생, 청년, 중년, 노년이라는 인생의 특정 시기를 상징하며, 춤 사위와 음악을 통해 희로애락과 성장, 소멸의 과정을 감각적으로 전한다.

전주국제춤페스티벌은 우리 춤 세계화의 중심

BTS 등 K-pop 스타들의 활동에서 보듯이 우리 춤은 세계 춤의 중심으로 성장하고 있다. 전주국제춤페스티벌은 이 같은 우리 춤의 예술적 사고들에 다양한 상상과 교감을 전주를 대표하는 문화자원인 전통과 버무려 세계 각지의 춤과 소통하고자 한다. 더 나아가 창조적인 춤 혁신을 나누는 평화의 춤 축제로 발전해 나갈 것이다. 또한 틀에 박힌 예술적 굴레를 벗어버리고 춤의 전통성과 창조성, 개성과 보편성, 지역성과 세계성을 아우르며 몸의 질서를 새롭게 규정하고 조명하기 위한 사명을 수행하는 전진기지가 될 것이다.

전주국제춤페스티벌을 이끌고 있는 주제 중의 하나는 한국 춤의 세계화이다. 한국 춤의 세계화는 다시 전통을 기반으로 하는 새로운 경향으로 우리 춤이 형상화되는 면모를 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세계 춤 또한 전통과 무관할 수 없다. 그래서 전통의 수용과 현대적 변용이라는 고민의 틀에서 ‘춤 사유’가 존재한다. 전통의 계승은 그 실체를 답습하는 행위가 아니라 문화의 배후에 도사리고 있는 정신이나 기질을 대물림하는 것이라고 한다. 춤 축제에서 전통이 어떻게 계승되고 있는지를 살펴봄으로써 전통의 개념이 쇠퇴해가는 것이 아니라 다른 양상으로 그 맥을 이어가고 있음을 밝힐 수 있을 것이다.

전주국제춤페스티벌은 국제적인 네트워크 구축, 예술가 및 기획자 간의 진정성 있는 교류, 유수의 춤 예술작품의 공연, 춤의 대중 친화적 접근 시도 등 새로운 경향, 흐름을 수용하고 확장하는 축제의 장이다. 이를 통해 창의적인 춤 예술 플랫폼이 되기를 바란다. 이러한 희망을 꿋꿋하게 실현할 때 비로소 우리가 지금 존재하는 이유가 되고 미래의 춤을 위한 밑거름이 될 것이다. 한국춤, 현대춤, 발레 그리고 지구촌에 존재하는 수 많은 민족춤의 전통적인 춤 정신과 현대적인 춤 미학의 테크놀로지를 결합하고 이에 오리엔탈리즘의 현대적 해석을 덧붙인다. 이로써 동서를 아우르는 공통분모의 미학이 탄생되는 곳이 전북자치도 전주이기를 바란다.

이춘구 칼럼니스트(前 KBS 모스크바 특파원)ⓒ

전주세계소리축제와 전주국제춤페스티벌 융합의 길

전주세계소리축제와 전주국제춤페스티벌을 융합하는 것은 먼저 타당성에 대한 분석이 전제돼야 한다. 선험적으로 보면 소리와 춤은 인간 영혼의 동시적 발로이기 때문에 원칙적으로 융합해서 공연이 이뤄져야 한다.

1,400여 년 전 고구려 춤이 수나라와 당나라에서 크게 유행하고 한류를 일으킨 것은 소리와 춤이 융합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다음으로 융합 축제시기를 함께 여름방학 내지 휴가기간으로 검토하는 게 필요할 것 같다. 시행주체 면에서도 세계소리축제조직위원회는 전북자치도의 지원을 받기 때문에 재정과 운영 면에서 상황이 나은 편이다.

국제춤페스티벌은 금파춤 보존회가 주최하고 있다. 이런 점에서 시행 주체와 조직, 재정 등 면에서 원천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여기서 전주세계소리축제와 전주국제춤페스티벌의 융합을 검토하는 것은 전북의 소리와 춤이 세계적 보편성을 갖고 공감할 부분이 많기 때문이다.

전북자치도와 세계소리축제조직위원회, 전주시 등은 소리와 춤을 전주의 대표 문화자원으로 여기고 이를 진흥하는 개선 대책을 종합적으로 마련해주기를 바란다. K-culture, K-소리, K-dance의 본향으로서 전주의 역사문화자원을 AI시대에 걸맞게 활용하는 Brain Storming 전략이 요구된다.

이 같은 노력은 2036년 하계올림픽을 전주로 유치하는 데 큰 도움을 줄 것이다. 해인사 벽화에 그려진 주악비천도를 보고 영감을 얻는다. 천상에 흐르는 주악에 맞춰 천녀가 천무를 춘다. 세계소리축제와 국제춤페스티벌을 융합하는 정책을 세울 수 있다면 더할 나위가 없을 것이다.

전북의 소리와 춤은 세계인의 사랑을 받을 것이다. 전북의 소리와 춤을 배우려는 세계인의 발걸음이 전주로 이어지는 모습이 눈 앞에 펼쳐지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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