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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비판 방송사 허가 취소 위협…언론 재갈 물리기 노골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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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비판 방송사 허가 취소 위협…언론 재갈 물리기 노골화

트럼프 "방송 97%가 내게 비판적·면허 박탈 고려"…시민단체 "트럼프, 누가 말하고 쓰고 농담할 수 있는지까지 정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8일(이하 현지시간) 자신에 대해 부정적으로 보도하는 방송사에 대한 허가를 취소할 수 있다고 위협했다. 우파 활동가 찰리 커크 사망을 계기로 규제 기관 위협으로 방송 프로그램 중단 등 표현의 자유가 억압되고 있는 가운데 노골적인 언론 탄압 의도를 내비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영국 국빈방문 뒤 미국 워싱턴DC로 돌아오는 길에 전용기(에어포스원) 내부에서 취재진과 만나 "어딘가에서 (방송) 네트워크 97%가 내게 반대했고 97%가 내게 부정적이었다는 글을 읽은 적 있다. 하지만 나는 쉽게 승리했다"며 "아마도 그들의 면허를 박탈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대부분 방송사 프로그램이 자신에게 "나쁜 보도"만 하고 "그들이 하는 건 트럼프를 때리는 것 뿐"이라며 면허 취소가 "브렌든 카(연방통신위원장)에게 달렸다"고 위협했다.

이 발언은 전날 진행자의 커크 사망 관련 발언을 빌미로 미 ABC 방송 프로그램 하나가 중단된 데 이은 것이다. 17일 ABC는 카 위원장의 규제 압박 뒤 간판 토크쇼 '지미 키멀 라이브'에 대한 무기한 방송 중단 결정을 내린 바 있다.

해당 프로그램의 진행자 키멀은 지난 15일 방송에서 "마가(MAGA·트럼프 강성 지지층) 세력이 찰리 커크를 살해한 이 아이를 자신들 중 하나가 아닌 다른 존재로 규정하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하고 그로부터 정치적 이득을 취하려고 모든 일을 다 하며 우린 새로운 저점에 도달했다"고 말했다.

카 위원장은 17일 이를 문제 삼아 ABC가 키멀에 대한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규제에 직면할 수 있다고 위협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8일 영국에서 취재진에 관련해 키멀이 "찰리 커크라는 위대한 신사에 대해 끔찍한 말을 했다"며 "이를 표현의 자유라고 부르든 말든, 그(키멀)는 재능 부족으로 해고됐다"고 주장했다. 방송은 중단됐지만 키멀은 해고되진 않았다.

카 위원장은 18일 미 폭스뉴스에 ABC에 대한 압력은 "마지막이 아닐 것"이고 "결과가 계속해서 나올 것"이라며 방송사에 대한 추가 단속을 시사했다.

커크 사망에 대해 정부 입맛에 맞지 않는 발언을 한 뒤 자리를 잃은 방송인은 키멀 뿐만이 아니다. 지난 11일 미 MSNBC의 정치평론가 매튜 다우드가 관련 발언으로 인해 해고됐다. 다우드는 커크 사망에 대해 "끔찍한 말을 내뱉으면서 끔찍한 행동이 일어나지 않을 것을 기대할 수 없다"고 논평한 바 있다.

지난 10일 미 유타주 유타밸리대 행사 중 총에 맞아 숨진 커크는 다양성 프로그램, 트랜스젠더 권리 등에 반대하는 주장을 펴며 지속적으로 성소수자, 인종, 여성 차별 및 혐오 발언을 해 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5일 <뉴욕타임스>(NYT)에 대해 150억 달러(약 21조 원) 규모 명예훼손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소송 배경으론 이 신문이 "급진좌파 민주당의 대변자" 역할을 하고 있으며 장기간 자신에 대한 거짓과 중상모략 보도를 해 왔다는 주장을 제기했다. 이 소송은 뉴욕타임스가 지난주 억만장자 성범죄자 제프리 앱스타인에게 트럼프 대통령이 예전에 보냈던 외설적 편지를 보도한 뒤 제기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ABC, 미 CBS 방송에 대해 제기한 소송에 대해서도 거액의 합의금을 받아낸 것을 거론하며 이 신문을 압박했다.

커크 사망을 계기로 트럼프 정부가 언론 탄압을 노골화하고 있는 데 대해 비판이 쏟아졌다. 버락 오바마 미 전 대통령은 18일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수년간 '캔슬 컬처(cancel culture)'에 대해 불평해 온 현 행정부는 자신이 싫어하는 기자나 평론가에 재갈을 물리거나 이들을 해고하지 않으면 언론사에 규제를 가하겠다고 주기적으로 위협하며 이(캔슬 컬처)를 새롭고 위험한 수준으로 끌어 올렸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게 바로 수정헌법 1조(표현의 자유)가 막고자 했던 정부의 강압 행위"이며 "언론사는 굴복하기보다 맞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캔슬 컬처란 받아들이기 어려운 견해를 표명한 개인, 특히 유명인이나 기업에 대해 소셜미디어 등을 통해 집단적 거부를 표시하고 연설 거부, 불매 등으로 실질적 압력을 가하는 현상을 뜻한다.

크리스토퍼 앤더스 미국시민자유연맹(ACLU) 민주주의·기술국장은 은 17일 성명을 통해 "이는 매카시즘을 넘어섰다. 트럼프 당국자들은 그들이 싫어하는 생각을 막기 위해 권력을 남용 중이고 누가 말하고 쓸 수 있고 심지어 농담할 수 있는지까지 결정하고 있다"며 "트럼프 정부 행태와 ABC의 굴복은 수정헌법 1조에 명시된 우리의 자유에 대한 심각한 위협을 보여준다"고 비판했다.

트럼프 정부 압박에 백기를 든 ABC 및 이 방송사 소유주 디즈니에 대한 항의 시위도 열렸다. 영국 일간 <가디언>, <AP> 통신을 보면 18일 미 캘리포니아주 버뱅크의 디즈니 본사 인근에서 '지미 키멀 라이브' 방영 중단에 항의하는 200~300명 규모 시위가 벌어졌다. 헐리우드 작가 조합이 주도한 이 시위에서 참여자들은 "표현의 자유를 지키자"는 팻말을 들고 키멀 복귀를 요구했다.

미 매체 <버라이어티>에 따르면 같은 날 뉴욕 ABC 본사 밖에서도 100명 규모의 항의 시위가 열려 참여자들이 "키멀은 남고 트럼프는 떠나야 한다", "ABC, 용기를 내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 18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헐리우드의 엘캐피탄엔터테인먼트센터 앞에서 미 ABC 방송이 토크쇼 '지미키멀 라이브' 방송을 중단한 데 대한 항의 시위가 벌어졌다.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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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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