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2030 기후 오디세이 : 차이와 반복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2030 기후 오디세이 : 차이와 반복

[초록發光] '잃어버린 3년' 탓 그만, 정부 내 '기후 악당' 여전… 광장 잇는 기후 정의 필요

9월 27일 광화문 동십자각 인근에서 "기후정의로 광장을 잇자"라는 기치를 걸고 기후정의행진이 열렸다. 연례행사로 자리 잡았지만, 지난 겨울 내란 종식으로 뜨겁게 타올랐던 광장 투쟁의 연장선에 있다는 점에서 이번 행진은 특별했다. 정권 교체와 내란 청산에 안주하지 않고 다양한 의제와 운동이 서로 교차하고 연결되는 연대의 공간을 지속하고자 하는 의도가 담겨 있기 때문이다.

국정기획위원회의 '국정운영 5개년 계획' 등을 통해 이재명 정부의 에너지·기후 정책 방향의 윤곽이 조금씩 잡히고 있다. 당면 과제는 11월 10일~21일 브라질 벨렝에서 개최되는 제30차 유엔기후변화당사국총회(UNFCCC COP30)에 제출할 2035년 온실가스 감축목표(NDC3.0) 수립이다. 이를 위해 환경부는 9월 19일부터 10월 14일까지 '2035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 대국민 공개논의 토론회'를 총 7회 실시한다. 논의 결과를 토대로 최종안을 마련하고,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 심의와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확정할 예정이다.

2035년 감축목표는 2024년 헌법재판소의 기후소송 판결과 분리할 수 없다. 탄소중립기본법에서 규정된 2030년 40% 감축목표(2030년 순 배출량÷2018년 총배출량, 1996 IPCC 지침 기준)에 대해서는 합헌이라 판단했지만, 2050년 탄소중립을 달성하는 과정에서 2031~2049년 사이의 감축목표와 감축경로의 부재에 대해서는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이에 따라 정부와 국회는 2026년 2월까지 장기감축 로드맵을 마련해 법 개정을 해야 한다. 2035년 감축목표는 2050년까지의 감축경로에 종속될 수밖에 없으므로, 유엔 제출과 법률 개정은 하나의 트랙으로 일원화돼야 한다. 다행히 환경부도 2050년 장기감축 경로와 2035년 감축목표를 종합하여 토론할 계획이다.

9월 19일, 총괄 토론회에서 환경부가 밝힌 NDC3.0은 네 가지 시나리오(2035년 순 배출량÷2018년 순 배출량, 2006 IPCC 지침 기준)로 제시됐다. 각 시나리오가 분기하는 지점은 감축의 미분(선)과 적분(면)에 있다.

첫째, 48% 감축경로는 산업계 요구를 반영한 것으로 2050년에 가까울수록 감축량이 많아지는 위로 볼록한 모양을 보인다. 2050년 탄소중립에 도달하더라도, 네 시나리오 중 배출 면적이 가장 넓게 나타난다. 2024~2035년 예상감축량은 265.1백만톤(온실가스환산)으로 가장 적다.

둘째, 53% 감축안은 선형경로를 보이는데, 2050년까지 매년 일정하게 감축하는 모습에 가깝다. 일반적으로 복수의 감축 시나리오 작업에서 기준선으로 활용되곤 한다. 2024~2035년 예상감축량은 302.5백만톤(온실가스환산)이다.

셋째, 61% 감축안은 지구 온도 상승을 1.5도로 제한하도록 IPCC(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가 권고하는 목표의 근사치로, 아래로 살짝 오목한 감축경로를 띈다. 감축목표와 감축경로를 설정할 때 최소한의 옵션으로 검토할 수 있는 시나리오에 해당한다. 2024~2035년 예상감축량은 364.6백만톤(온실가스환산)이다.

넷째, 65% 감축안은 플랜1.5 등 기후위기비상행동이 제안한 것으로 지구적 탄소예산(잔여 배출허용량)을 바탕으로 한국의 배출 책임과 대응 역량 등을 고려한 수준이다. 온실가스 감축에서 이상적인 사이클로이드 곡선에 가깝다고 볼 수 있는데, 48% 감축경로와 반대로 배출 면적이 가장 좁게 나타난다. 2024~2035년 예상감축량은 392.3백만톤(온실가스환산)로 가장 많다.

"탈탄소 녹색 문명으로 전환"하려면 어느 시나리오가 바람직할까? 문명사적 과업이 우리에게 달려 있다. 사실 이런 정량적 시나리오를 둘러싼 논쟁사는 이명박 정부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자칫하면 풍부한 내러티브와 미래 전망, 전환 전략이라는 정성적 시나리오에 대한 논의는 실종되고, 결국 사지선다로 귀결된다. 무엇보다 정의로운 전환의 형식과 내용이 시나리오 작성과 토론 과정에 촘촘하게 스며들어야 주입식 공론화의 한계를 벗어날 수 있다. 동시에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와 변화의 흐름을 읽어낼 수 있게 된다. '기후시민의회'의 법제화나 상설화도, 이런 토대 위에서야 비로소 제 역할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올해를 관통한 산불, 폭우, 폭염이라는 기후재난은 감축목표의 추상성을 구체화한다. 최근 법원의 판결도 적극적으로 해석할 필요가 있다. 한전KPS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근로자 지위 확인(전력산업 내 불법파견) 소송 승소(1심, 8월 28일), 새만금 국제공항 개발사업 기본계획 취소 판결(1심, 9월 11일). 그러나 정부 부처와 공기업 모두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라는 사법 투쟁을 이어갈 태세이다. 어쩌면 기후위기는 상상력의 위기이기도 하다. 우리에게 긴요한 것은 당장 해야 할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을 따져보는 지혜가 아닐까.

지난 8월 21일, 기후위기비상행동은 윤석열 정부가 발표한 제1차 탄소중립기본계획(2023년 수립)의 산업 부문 감축목표가 기존 14.5%에서 11.4%로 축소된 통계적 근거와 수립 절차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즉 '대기업 온실가스 배출 면죄부'에 대해 감사원의 공익감사를 촉구했다. 그리고 9월 17일, 탈핵시민행동은 체코 원전 수주 과정에서 한국수력원자력과 한국전력공사가 웨스팅하우스와 체결한 '무제한 불공정 비밀협정'에 대해 마찬가지로 공익감사를 촉구했다. 이런 와중에 설계수명 40년을 다하고 2023년 운영 정지된 고리 2호기의 계속운전 여부를 심의하는 원자력위원회는 어떤 결정을 내릴까. 동해 심해 가스전 개발사업인 '대왕고래 프로젝트'의 실패는 또 무엇을 의미하는가. 윤석열 정권의 치적 쌓기가 불러온 정치적 참사로 끝나지 않을 것 같다. 한국석유공사가 나머지 유망 광구에 대한 해외투자 유치를 진행하고 있어 기후 지체(climate delay)를 넘어 기후 방해(climate obstruction)마저 계승할 의지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명박 정부에서 최근까지 차이 속에서 반복되는 연속성은 언제까지 계속될까. 2035년과 그 이후의 시간대에 함몰되면 '2030 기후 오디세이'를 헤쳐 나갈 동력을 잃게 될지 모른다. 이재명 정부의 임기 마지막 해 2030년의 감축목표는 달성할 수 있을까? 불가능은 아니더라도 대단히 불확실하다. 확실한 게 있다면, 2030년 없이는 2035년이 없다는 전망이다. 잃어버린 3년만 탓해서는 곤란하다. 5년의 퍼포먼스가 중요하고, 바로 지금 여기에서 폼이 오른 모습이 필요하다.

광장의 힘으로 당선된 정권이 초심을 잃지 않으려면, 다시 광장과 보조를 맞춰야 한다. (잠정적인) 기후시민들 역시 차이를 밝힐 준비를 해야 한다. 그 시작으로 927 기후정의행진의 18대 요구사항에 대해 동그라미(○), 세모(△), 엑스(×)로 자신의 입장을, 모두의 비전을 표시하면 좋겠다. 동그라미가 많아야 한다는 강박을 버리자. 시간이 지남에 따라 바뀔 수도 있다. 그리고 핵심 주장을 비켜가지 않도록 하는 논쟁 대화는 그다음에 하면 된다.

1. 국제적 책임과 지역 간, 세대 간 기후정의에 부합하는 2035년 온실가스 감축목표(NDC)와 전환 계획 수립하라(2018년 총배출량 대비 67% 이상 감축).

2. 기후정의에 입각한 개헌 실시하고, 기후헌법 소원 판결에 따라 탄소중립기본법 전면개정하고 2050년까지의 장기 감축경로 마련하라.

3. 노후 핵발전소 수명연장, SMR 개발과 신규 핵발전소 건설 중단하라.

4. 일방적인 송전탑, 양수발전 건설 중단하고, 에너지 수요 감축과 신속한 탈석탄 탈화석연료 계획 수립하라.

5. 임박한 석탄발전소 폐쇄에 따른 지역사회와 노동자의 정의로운 전환 계획 마련하라.

6. 민주주의와 에너지 공공성을 훼손하는 재생에너지 민영화 중단하고, 공공재생에너지로 신속하고 정의롭게 전환하라.

7. 에너지와 자원을 과소비하는 AI, 반도체 산업 육성과 일방적인 데이터센터와 반도체특별법 추진 중단하고, 지역 간 정의와 노동권, 사회·생태적 한계를 고려한 규제와 산업정책을 마련하라.

8. 신공항과 4대강 사업, 국립공원 케이블카, 신규 댐 건설 등 생태계를 파괴하는 무분별한 개발사업 철회하라.

9. 당사자가 참여하는 기후재난 대책 마련하고, 안전하게 살 수 있는 노동권, 주거권, 건강권, 재생산권 등 기본권 보장하라.

10. 기후위기 속 존엄한 삶을 위해 여성과 소수자, 장애인 차별 철폐하고 공공의료, 공공돌봄, 장애인 활동 지원 및 탈시설 보장하고 돌봄 중심 사회로 전환하라.

11. 이스라엘 정부는 가자 집단학살 중단하고, 한국 정부는 석유공사의 가자 가스전 사업, 방위산업 육성, 무기 수출을 전면 중단하라.

12. 철강, 석유화학 등 온실가스 고배출 산업에 정의로운 전환 계획 마련하고 일회용품 등의 대량 생산과 폐기 시스템을 멈추고, 대기업과 금융기관에 대한 기후 규제를 강화하라.

13. 친환경농업 면적 30% 달성, 실효성 있는 농민 지원(농업 재해보험 개선, 직불금 예산 증액, 기본소득 실현 등), 먹거리 기본권과 식량주권을 보장하라.

14. 공장식 축산업을 포함해, 자본과 인간의 유흥을 위해 비인간 동물을 상품화하고 수탈하는 생명 착취 산업 시스템을 종식하라.

15. 철도, 지하철, 버스 공공성 강화하고, 공공교통과 보행권, 자전거 탈 권리 확대로 모두의 이동권 보장하라.

16. 입시경쟁 교육을 폐지하고 생태 전환 교육을 강화하며, 기후정의와 공공성에 기반하여 교육 과정과 학교 운영의 대전환에 착수하라.

17. 배출 책임과 기후정의에 따른 조세 개혁, 증세로 전환의 재원을 마련하라.

18. 한국 정부와 기업은 국제적 기후책임을 다하고, 기후위기 피해국과 민중에 대한 생태부채를 배상하라.

※ 참고 링크 : 927 기후정의행진 https://action4climatejustice.kr/

▲9월 27일 오후 3시 서울 광화문 동십자각에서 기후 정의에 입각한 사회 체제 전환을 주장하는 '927 기후 정의 행진' 집회가 열렸다. ⓒ927기후정의행진조직위원회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이정필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