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스콘신주 민주당 주지사 후보 경선에서 한국계이자 민주사회주의자로 분류되는 프란체스카 홍 위스콘신주 하원의원이 근소한 차이로 패배했다. 조란 맘다니 뉴욕 시장의 당선이 촉발했던 미국 민주사회주의자 정치인들의 상승세가 일정 부분 주춤해질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11일(이하 현지시간) 위스콘신주에서 열린 민주당 주지사 후보 경선에서 98.2% 개표가 마무리된 현재 홍 후보는 39.4%의 지지를 얻어 밀워키 카운티 행정관 출신인 데이비드 크롤리 후보에 0.5% 차로 뒤지며 패배가 확정됐다고 미국 방송 NBC가 보도했다. 양 후보의 표차는 약 3000표 정도다.
홍 후보는 개표 내내 크롤리 후보에 밀리는 양상을 보였는데, 이는 선거 전 여론조사와는 다른 흐름이었다. 홍 후보에 비해 상대적으로 중도적 성향을 가지고 있다고 평가 받는 크롤리 후보는 개표 초반 위스콘신주에서 인구가 많은 카운티인 밀워키를 비롯해 워키쇼 카운티 등에서 상대적으로 많은 득표를 하면서 앞서 나갔다.
홍 후보의 경우 본인의 지역구가 위치한 데인 카운티에서 크롤리 후보를 1만 표 정도 차이로 따돌렸다. 또 브라운 카운티에서도 크롤리 후보를 근소하게 앞서면서 격차를 줄여나갔다.
개표가 78% 진행된 후반에 홍 후보는 처음으로 크롤리 후보와 득표율에서 40.1%로 동률을 기록했고 이후 개표가 83% 진행된 상황에서 크롤리 후보에 254표 앞섰다. 하지만 밀워키 카운티의 흑인 밀집 지역 개표가 시작되면서 크롤리 후보가 다시 앞서나갔고 결국 0.5%의 격차는 좁혀지지 않았다.
홍 후보가 경선 전 여론조사에서 크롤리 후보를 두 자리 수 이상으로 앞섰음에도 실제 투표에서 크롤리 후보에 패배할 수도 있다는 조짐은 투표율에서부터 나타났다.
미국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데인 카운티의 메디슨 시 투표율이 저조했다면서 이는 홍 후보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밀워키 카운티에서는 이날 오후 2시까지 2만 6739표의 부재자 투표가 접수됐는데 이 역시 예년보다 낮은 수치였던 것으로 나타났다.
민주사회주의자로 분류되는 홍 후보가 이른바 '본선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우려가 컸고, 이것이 결국 패배로 이어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 5일 미시간주 민주당 상원의원 경선에서 승리한 압둘 엘사예드 역시 민주사회주의자 그룹으로 간주되는데, 엘사예드 후보도 선거 전 여론조사에서는 당 주류의 지원을 받은 헤일리 스티븐스와 두 자리 수 이상의 차이를 보였으나 실제 경선에서는 1% 포인트 차로 승리하며 접전을 보였다.
홍 후보가 출마한 위스콘신주의 경우 민주당과 공화당이 각축을 벌이는 경합주 중 한 곳이기 때문에, 민주당 내에서도 진보적 색채가 강한 홍 후보가 본선에 나설 경우 공화당 후보에 패배할 수 있다며 우려하는 분위기가 있었다고 미 일간지 <워싱턴포스트>가 전했다.
<폴리티코>역시 "많은 민주당원들은 홍 후보가 위스콘신주의 핵심 격전지인 제3선거구를 포함해 다른 민주당 후보들에게까지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매체는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 및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 코르테즈 하원의원 등 전국적 명성이 있는 진보 진영의 정치인들이 다른 후보들에 대해서는 지지 활동을 벌였으나 위스콘신 주지사 경선에서는 나서지 않았다면서, 이 역시 홍 후보에게 불리한 요인이었다고 짚었다.
민주당 소속의 토니 에버스 현 위스콘신주 주지사는 크롤리 후보를 공개적으로 지지했다.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에버스 주지사는 홍 후보가 최종 민주당 후보가 될 경우 공화당 주지사 후보인 톰 티파니 하원의원을 이길 수 없을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기존 부동층이 홍 후보가 아닌 크롤리 후보를 지지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NBC는 홍 후보의 득표율이 지난달 22~27일 마켓 대학교 로스쿨 여론조사에서 집계된 38% 지지율과 유사하다면서, 당시 34%가 아직 결정을 내리지 않았다고 밝혔고 크롤리 후보에 대한 지지율은 7%에 불과했다고 보도했다. 지지후보를 정하지 않은 유권자들이 홍 후보가 아닌 크롤리 후보를 더 많이 선택했다고 유추해볼 수 있는 대목이다.
방송은 "당시 여론조사에서 16%의 지지율을 기록했던 만델라 반스 전 부주지사는 지난달 30일 경선에서 하차했다. 크롤리 후보는 여론조사가 실시되기 불과 며칠 전, 에버스 주지사의 지지를 얻어 선거운동을 재개했다. 크롤리 후보는 주지사와 함께 선거 유세에 나섰다"고 전했다.
홍 후보의 과거 발언도 문제가 됐다. NBC는 주지사와 크롤리 후보가 공동 유세를 벌이는 동안 "홍 후보는 과거 발언과 정책 입장에 대해 집중적인 검증을 받았으며 그중 일부를 철회하기도 했다"고 보도했다.
홍 후보는 과거 경찰 예산 삭감 및 추수감사절이 "식민주의자들의 명절"이라고 주장한 과거 본인의 소셜 미디어 게시물에 대해 10일 메디슨에서 열린 선거운동에서 "트위터에서는 때때로 너무 과격한 생각을 올리게 되고, 때로는 잘못된 생각도 하게 된다. 저는 그때 제 감정을 그대로 세상에 내보냈던 것"이라고 해명했다고 <워싱턴포스트>가 보도했다.
홍 후보는 선거 결과가 아직 확정되지 않은 시점인 11일 오후 11시 30분 경 지지자들에게 "아직 최종 결과가 나오지 않았지만, 우리는 계속 싸울 준비가 되어 있고, 저는 자신이 있다"라고 말했다고 <폴리티코>가 전했다.
그는 지지자들에게 감사를 표하며 "여러분 모두가 열심히 싸워주신 것에 대해 진심으로 깊이 감사드린다"라며 "여러 세대, 당파, 인종을 아우르는 노동계급의 운동을 만들어낸 것이 자랑스럽다"라고 말했다.
그는 지지자들이 "우리가 승리할 것"이라고 외치자 "함께, 단결하여 승리할 것"이라며 "이번 경선에서 누가 이기든 우리는 서로를 위해 계속 싸울 것이다. 우리는 절망을 거부하고, 단결할 것"이라고 밝혔다.
1988년생인 홍 후보는 16세부터 레스토랑에서 일을 시작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이후 위스콘신대에 진학해 저널리즘을 전공하려 했으나 학업을 중단한 뒤 다시 레스토랑에서 일을 한 뒤 본인의 가게를 운영하기도 했다. 아시아계 최초로 위스콘신주에서 하원의원으로 당선된 뒤 주지사에 도전했다.
그는 이번 주지사 도전에서 "영구적인 생활비 부담 완화"를 공약으로 내세우며 모든 학생에게 무료 급식 제공, 보육비 지원, 최저임금 시간당 20달러로 인상 등을 약속했다.
홍 후보가 진보적인 정책으로 유권자들의 지지를 얻었지만 끝내 주지사 선거 당내 경선을 통과하지 못하면서 미국의 진보세력 전체에 적잖은 영향을 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폴리티코>는 "홍 후보가 승리할 경우 진보 진영이 격전지에서 큰 승리를 거뒀다는 점, 이에 2028년 대선에서 진보 후보의 길을 열어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는데, 이번 결과는 큰 타격이 됐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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