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성매매 검사가 인권보호관 맡고 성범죄 사건 맡아도 문제 없다는 법무부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성매매 검사가 인권보호관 맡고 성범죄 사건 맡아도 문제 없다는 법무부

인권보호관 규정에 성비위 검사 배척 규정 없어…경찰·법관 있는 기피 제도도 반대

오피스텔에서 성매매를 하다 적발돼 벌금형 및 징계를 받은 검사가 고등검찰 인권보호관직을 수행하면서 성범죄 사건을 맡아온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성비위 검사에게 재판을 맡겨야 하는 성범죄 피해자들이 불안을 호소하고 있지만, 법무부는 인권보호관 임명에 문제가 없으며 기피 제도 수립도 반대한다는 입장이다.

30일 법무부가 더불어민주당 이수진 의원실에 제출한 답변서를 보면, 지난해 6월 법무부는 당시 울산지검 중요경제범죄조사단 소속이었던 A 검사를 부산고검에 배치해 지난달까지 공판 및 인권보호관 업무를 수행하게 했다.

인권보호관을 맡은 검사는 △인권 관련 제도의 개선 △인권 개선에 필요한 실태 및 통계 조사 △인권교육 △심야조사의 허가와 이 규칙에 위배되는 사항에 대한 시정 등 인권보호와 관련된 업무를 담당한다. 대검찰청에서는 인권정책관이, 고검·지검 및 차장검사가 있는 지청에서는 법조경력 10년 이상의 검사가, 차장검사가 없는 지청에는 지청장이 맡는다.

문제는 A 검사가 과거 성매매로 벌금형 및 징계를 받은 성비위 검사라는 점이다. A 검사는 지난 2020년 1월 광주지검 순천지청 소속 부부장급 검사 신분으로 서울 마포구 한 오피스텔에서 성매매를 하다 적발돼 그해 5월 벌금 200만 원의 벌금형을 받았으며, 법무부는 A 검사에게 정직 3개월의 징계 처분을 내렸다. 체포 당시 A 검사는 자신의 신분을 밝히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성비위로 처벌받고도 A 검사는 아무 제재 없이 인권보호관으로 재직하면서 성범죄 사건 등의 공판 절차를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A 검사의 성매매 전적 및 징계 사실을 알게 된 일부 성범죄 피해자들은 자신의 사건이 성범죄자에게 맡겨져 제대로 다뤄지지 않을까 두려움에 떨기도 했다.

지난해 A 검사가 2심 공판을 담당한 준강간 피해자 B 씨는 <프레시안>에 "성범죄자가 성범죄 공판 검사라고 하니 사건을 공정하게 잘 다뤄줄지 매 순간 너무나 불안하고 의심스러웠다"며 "성범죄 피해자의 재판에 성범죄 검사를 배정한 것은 명백한 국가의 2차 가해"라고 성토했다. 만취 상태에서 이틀 간 성폭력 피해를 입었던 그는 2심 재판부가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하자 A 검사를 찾아가 상고를 호소했으나 거절당했으며, A 검사는 이 과정에서 "(성폭력) 사건 다음 날 왜 바로 신고하지 않았느냐"며 피해자답지 못했다는 취지의 발언까지 했다고 한다.

▲만취 상태에서 이틀 간 성폭력 피해를 입었던 B 씨는 2심 재판부가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하자 A 검사를 찾아가 상고를 호소했으나 거절당했으며, A 검사는 이 과정에서 "(성폭력) 사건 다음 날 왜 바로 신고하지 않았느냐"며 피해자답지 못했다는 취지의 발언까지 했다고 한다. ⓒB 씨 제공

이처럼 성비위 검사가 성범죄 사건을 맡을 경우 피해자가 공정한 수사·재판을 우려하거나 심리적으로 위축될 수 있으나, 검사 또는 상급자가 직접 재배당을 요청하지 않는 한 이런 상황을 기피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경찰과 법관의 경우 사건을 불공정하게 다룰 우려가 있으면 피해자 또는 검사 측에서 기피 신청을 접수할 수 있으며, 경찰청이 성비위 가해로 징계 처분을 받은 경찰은 여성청소년과 등의 부서에서 근무하지 못하는 규정을 두고 있는 것과 정반대다.

법무부는 성비위 검사가 인권보호관을 맡는 것에 규정상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법무부는 성비위로 인한 징계 전력이 있어도 인권보호관 임명이 가능한지 묻는 질문에 "인권보호관은 법조경력 10년 이상의 검사를 임명하도록 정하고 있다"고만 답했다. 인권보호관 지정을 규정하는 인권보호수사규칙 제69조는 범죄 전적 등으로 인한 배척 사유를 두고 있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수사 기피 제도에 있어서도 법무부는 반대 입장을 취하고 있다. 법무부는 지난해 12월 불공평한 수사를 했거나 할 염려가 있을 경우 피의자 또는 피해자가 기피를 신청할 수 있도록 하는 형사소송법 개정안(더불어민주당 이성윤 의원 대표발의)에 대해 "신속하고 효율적인 증거수집으로 인한 실체적 진실 발견이 중요한 수사절차에 대해서까지 이를 확대 적용함은 제도 취지에 맞지 않는다"며 "법관의 경우와 달리 합리적 제도 운용을 통해 해결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이를 두고 기피 제도가 아니더라도 법무부 차원에서 범죄 전력과 배치되는 업무를 맡지 않도록 인사 규정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젠더폭력 범죄를 전문으로 다루는 박수진 변호사(법무법인 혜석)는 <프레시안>에 "높은 윤리적 도덕성을 요구하는 인권보호관과 범죄 피해자의 대리인으로서 형사처벌을 공소 유지하는 공판 업무는 그 특성상 고도의 젠더감수성을 필요로 한다"며 "검사의 인적 사항을 가지고 있는 법무부가 범죄 전력과 배치되는 업무에서 배제하거나 일정 기간 인사발령을 내지 않는 식의 관리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박상혁

프레시안 박상혁 기자입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