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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고자 232일 고공농성 중인데…추석도 하늘에서 보내라는 세종호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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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고자 232일 고공농성 중인데…추석도 하늘에서 보내라는 세종호텔

3차 교섭…복직 거부하며 퇴장한 사측, 교섭장서 밤새 기다린 노측

고진수 세종호텔지부장이 해고자 복직을 요구하며 231일째 고공농성 중이던 지난 1일, 해결방안 논의를 위해 열린 교섭이 파행으로 치달았다. 오세인 세종호텔 대표이사가 노측의 복직 요구를 거부하고 교섭장을 나가면서다.

노측 교섭위원들은 교섭장소였던 서울고용지방노동청 안에 남아 오 대표에게 교섭 복귀를 촉구하며 다음날인 2일까지 꼬박 밤을 샜지만, 오 대표는 끝내 나타나지 않았다. 그 사이 사태 해결을 바라는 시민들도 서울노동청 밖에서 농성하며 오 대표 복귀를 촉구했다.

세종호텔 노사 교섭위원과 서울노동청 관계자들은 지난 1일 오후 2시 30분경 서울 중구 서울노동청에서 만나 해고자 6명의 복직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3차 교섭을 했다.

노측에서는 해고자인 허지희 세종호텔지부 사무국장, 세종호텔지부 상급단체인 서비스연맹 관광레저산업노동조합의 최대근 위원장, 김진억 민주노총 서울지역본부장 등 3명이, 사측에서는 오세인 세종호텔 대표 등이 참석했다. 서울노동청 관계자도 이 자리에 배석했다.

교섭 자리에서 노측은 해고자들의 복직을 요구했고, 사측은 복직 이외의 안을 논의하자고 맞선 것으로 알려졌다. 3시간여 간 노사가 평행선을 그린 끝에 오후 6시경 오 대표가 교섭장에서 퇴장했다.

추석 연휴가 시작되기까지 이틀 앞둔 상황. 이대로라면 고 지부장은 서울 중구 명동호텔 앞 10미터 높이 도로시설 구조물 위에서 최소 열흘여를 허송세월하게 될 수도 있다. 이에 노측 교섭단은 오 대표에게 교섭 복귀를 촉구하며 노동청 안에서 다음날인 2일 아침까지 밤을 샜다.

오 대표 퇴장 직후 낸 입장문에서 노측 교섭단은 사측이 복직이 아닌 안을 요구하자고 한 데 대해 "우리의 요구는 복직"이라며 "복직을 뺀다면 대체 사측과 무엇을 논의할 수 있단 말인가"라고 했다.

이어 "오 대표는 추석 전 해결의 기회를 걷어차고, 교섭을 파행으로 만들었다. 모든 책임은 오 대표에게 있다"며 "교섭장에서 기다릴 것이다. 오 대표는 당장 복직안을 논의하기 위해 이곳, 교섭장으로 다시 돌아오라"고 촉구했다.

노측 교섭단은 또 "대통령실, 노동부 장관, 국회의원들을 기다릴 것"이라며 "추석 전 해고자 복직 합의가 이뤄지도록 역할하라"고 요청했다.

앞서 김영훈 노동부 장관은 지난 7월 25일 고 지부장 농성장을 찾아 "노사 당사자 간 합의보다 나은 판결은 없다는 게 평생의 경험"이라며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이 뭔지 찾아보겠다"고 했다. 국회도 세종호텔을 소유한 대학원재단의 실세로 알려진 주명건 세종대 명예이사장을 올해 교육위원회 국정감사 증인으로 채택한 상황이다.

같은 시간 서울노동청 밖에서는 연대를 위해 찾아온 100여 명의 시민이 결의대회를 열며 노측 교섭단을 엄호했다. 2일 아침에도 전날 밤부터 노숙농성한 시민 중 30여 명이 서울노동청 앞에서 오 대표의 교섭 복귀와 복직 결단을 촉구하며 선전전을 했다.

같은 날 오전 11시 30분경 교섭단과 시민들은 서울노동청 앞에서 만나 다시 한 번 사측의 새고자 복직 결단을 촉구하는 내용의 결의대회를 연 뒤 농성을 해제했다.

앞서 세종호텔 사측은 2021년 12월 10일 코로나19로 인한 경영 악화를 이유로 고 지부장 등 세종호텔지부 조합원 12명을 포함 15명의 노동자를 해고했다. 호텔 경영은 코로나19가 끝나고 흑자로 돌아섰지만, 사측은 해고자들의 복직 요구에 응하지 않았다. 이후 부당해고 소송에서 대법원은 지난해 12월 사측의 손을 들어줬다.

이에 고 지부장은 지난 2월 13일 서울 중구 세종호텔 앞 도로시설 구조물 위 고공농성을 시작했고, 232일째 비좁은 고공에 매달려 복직을 촉구 중이다.

▲ 서울 중구 세종호텔 앞 도로시설물에서 해고자 복직을 촉구하며 농성 중인 고진수 세종호텔지부장.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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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용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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