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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호의 우리말 바로 알기] 한글날에는 한국시를 낭송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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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호의 우리말 바로 알기] 한글날에는 한국시를 낭송해요

필자가 외국인들에게 한국어를 지도한 것이 상당히 오래 되었다. 아무도 한국어 교육에 관심이 없을 때 대학원에서 한국어 교육을 전공하였고, 박사학위를 받았다. 물론 당시에는 한국어 교육과 국어 교육의 개념이 별로 없던 시절이라 ‘외국어로서의 한국어 교육’에 관한 내용보다는 ‘국어문법’, ‘국어교육론’ 등의 강의와 함께 공부했던 기억이 난다. 박사과정에 진학하라는 권유를 받고 본격적으로 학문에 입문하였다. 그리고 대학에 와서 국어국문학과에서 강의하였다. 구조조정으로 인해 국어국문학과는 문을 닫고 드디어 한국어학과로 새출발하였다.

한국어 교육이 세간의 이목을 끌기 시작한 것은 2005년부터이다. 그 전에는 국어교육의 일환으로 판단하였으나, 외국어로서의 한국어는 가르치는 방법을 달리해야 한다는 생각에 학자들(주로 동문들을 중심으로)이 한국어교육과를 만들게 되었고, 한국어교사(한국어교원) 자격증 제도도 만들었다. 당시 수고했던 이들은 거의 필자처럼 퇴직하였다. 이제 후배들이 더욱 활발하게 연구를 하고, 학문의 발전에 정진하고 있다.

아직은 명예교수로 재직하고 있지만, 현직에 있을 때부터 지금까지 참 잘한 일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세계 한국어 시낭송대회’이다. 유학생들이 270여 명(퇴직하던 해 기준)이나 되는 관계로 이들에게 한국어 발음을 지도하는 방법으로 시낭송기법을 도입하였다. 시낭송 전문가인 피기춘 교수를 중심으로 강의 시간에 시낭송 기법을 지도하고 학기말이면 ‘시낭송대회’를 열어 유학생들에게 낭송 기회를 주고, 잘 하는 사람에게는 시낭송가 자격도 부여하였다. 많은 말을 하는 것보다 때로는 짧은 한 편의 시가 사람의 흉금을 울리는 법이다.

금년에도 어김없이 한글날이 다가왔다. 퇴직한 연유로 해서 이번에는 시낭송대회를 국회대회의실에서 진행하였다. 해마다 하던 일이지만 금년에는 더욱 의미가 있다. 학교를 벗어나서 전국시낭송대회를 열고 대상에게는 거금(?)의 상금도 수여하였다. 물론 외국인만 나오는 대회는 아니었다. 학교에서 총 3회를 실시하고, 국회에서 꽃뜰힐링전국시낭송대회 3회차를 지속하였다. 물론 1,2회 때는 국회대회의실이 넘칠 정도로 많이 왔지만,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는 관계로 금년에는 예선을 거쳐 20여 명만으로 국내•외 구분 없이 진행하였다. 당연히 외국인들이 불리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한국인들과 자웅을 겨루는 것도 의미있는 일이라 생각한다. 작년에는 일본인 여성이 안타깝게 떨어졌다. 참 열심히 연습하고 출전했는데, 일본인 특유의 발음(받침의 발음을 어려워한다.)으로 인해 점수를 깎아 먹었다.

시를 통해 한국어 발음을 공부하면 좋은 점이 많다. 평상시에는 아무 생각 없이 되는대로 발음하던 것을 운율에 맞게, 한국어 발음 체계에 맞게, 바른 소리를 내게 된다. 공부하면서 구개음화나 비음화 등의 규정도 자연스럽게 익힌다. 이번에 출전한 낭송가들에게는 필자가 직접 잘못된 발음을 모두 수정해서 알려주었다. ‘꽃뜰힐링시낭송원’이라는 단체가 있고, 그 안에 연구소와 연구원장이 있어서 열심히 발음에 대한 연구를 하고 있다. 그래서 표준발음에 입각한 시낭송으로 꾸준히 공부하고 있다. 외국인들과 장애인들도 참여하고, 시낭송과 수어를 병행하기도 하였다. 가끔 질문도 들어 온다. 한국인들도 중화현상이나 구개음화 등을 어려워한다.질문이 들어 오면 그 이유를 설명해 줘야 하는데, 학문적 바탕이 없으면 어렵다. 필자는 하나하나 예를 들어가면서 설명을 한다. 예를 들어 ‘꽃 한 송이’를 발음할 때 [꼬탄송이]라고 한다. ‘꽃’의 ‘발음이 [꼳]으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그런데 세 개의 단어로 되어 있지만 ’하나의 단위로 발음하기 때문에 ‘꼳 + 한 + 송이’에서 ‘ㄷ + ㅎ = ㅌ’으로 발음하고 그것을 묶어서 하나의 단위로 읽기 때문에 [꼬탄송이]라고 발음하는 것이다.

또 한 번은 ‘머위잎’에 관한 질문이 들어 왔다. 글자 그대로 본다면 [머위입]이라고 할 것 같지만 사실은 ‘머위 + ㅅ + 잎’의 형태로 된 단어다. 시인인 ‘머윗잎’이라고 썼어야 하는데, ‘머위잎’이라고 쓴 것이다. 이럴 경우에 참으로 설명이 어렵다. 시적 허용이라는 것이 있어서 [머위입]이라고 하지만 사실은 ‘머윗잎>머윋닙>머윈닙(중화현상과 ㄴ첨가현상)’으로 되는 과정을 밟아서 [머윈닙]이 바른 발음이다. 시를 낭송할 때는 시인의 작시(作詩) 의도를 감안하여 [머위입]이라고 읽지만, 정확한 발음도 알려줘야 한다.

요즘 시낭송 모임이 참으로 많이 생기고 있어 고무적이다. 음의 장단과 리듬까지 학습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므로 많은 사람(특히 외국인)들이 동참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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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규철

대전세종충청취재본부 김규철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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