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양국이 관세를 비롯한 무역 협상에서 일정한 접점을 찾아가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또 다시 한국이 3500억 달러를 선불로 지불했다며 사실과 다른 주장을 내놨다.
15일(이하 현지시간)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난 트럼프 대통령은 "일본과 한국 모두 (무역 협상에) 서명했다. 한국은 3500억 달러를 선불로, 일본은 6500억 달러를 지불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한국은 아직 미국과 무역 협정에 서명하지 않았다. 또 한일 양국 모두 미국에 대한 투자금 전부를 선불로 지불하지는 않은 상황이며, 일본은 6500억 달러가 아닌 5500억 달러에 합의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 발언은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이 한국과 무역 협정 체결이 임박했다고 밝힌 이후에 나왔다. 베선트 장관은 이날 미국 방송 CNBC와 인터뷰에서 "한국과의 무역 협정 체결이 임박했다"며 "문제는 세부 사항에 있지만, 우리는 세부 사항을 다듬고 있다"고 말했다.
베선트 장관은 이번주 워싱턴에서 개최되는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WB) 연차총회 계기에 별도로 한국 당국자들과 만날 것이라면서 "이견이 해소될 수 있다고 확신한다. 현재 논의 중이며, 향후 10일 안에 어떤 결과가 나올 것으로 예상한다"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 측이 요구하는 무제한 한미 통화스와프에 대해 긍정적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베선트 장관은 재무부가 한국에 대한 통화스와프 기구 설치를 지지할 것인지에 대해 연방준비제도가 결정할 일이지만 아직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에 놀랐다며 "제가 연준 의장이라면 한국은 이미 통화스와프 기구를 갖추고 있을 것이고, 싱가포르도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말했다.
한미 간 무역 협상과 관련해 이날 <로이터>통신은 "미국과 한국 관계자들은 10월 말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개최되는 시기에 맞춰 무역 협정을 마무리하기를 원하고 있다"라며 에이펙 정상회의 이전에 협상이 마무리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베선트 장관과 회담을 위해 미국에 방문한 상황이다. 그는 15일 워싱턴DC 인근 덜레스 공항에서 기자들과 만나 협상이 빠른 속도로 조율하는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밝혔다.
구 장관은 본인은 베선트 장관을 만나고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과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을 만나 총력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미 간 무역 협상은 미국의 3500억 달러 현금 지급 요구로 인해 좀처럼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지난 13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한 조현 외교부 장관이 "미측에서 지금 새로운 대안을 들고 나왔다. 내용을 검토하고 있는 단계"라고 말하면서 양측 간 협상 타결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졌다.
조 장관은 미국이 3500억 달러를 현금으로 한 번에 투자하라는 입장에서는 후퇴한 것이냐는 더불어민주당 윤후덕 의원의 질문에 "그렇다"고 답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 대통령실은 이날 공지를 통해 "우리 측에서 금융패키지 관련 9월에 수정안을 제시한 바 있으며, 이에 대해 일정 부분 미측의 반응이 있었다"며 "다만 협상 중이기 때문에 현 단계에서 구체적인 말씀을 드리지 못함을 양해바란다"는 입장을 내놨다.
이어 김용범 정책실장은 15일 유튜브 '삼프로TV'와 인터뷰에서 "미국 나름대로 제안을 내놨다. 의미있는 진전이라고 본다"며 "미국이 한국이 말하는 상황을 이해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김 실장은 "한때 미국 쪽에서 한참 동안 가타부타 말이 없었는데 다행히 이번에 김정관 장관이 갔을 때 미국 쪽에서 의미 있는 코멘트를 했고, 우리 입장에서 상당히 의미 있는 대안을 제시했다"며 "그 의견을 모아서 실무협의를 했고, 이번 주에 장관급이 건너가서 또 논의해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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