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김건희 용상' 논란과 관련해 당시 경회루에 동석했던 황성훈 전 대통령실 문화체육비서관을 질타하고, 윤석열 전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전 코바나콘텐츠 대표의 국립고궁박물관 수장고 방문 등 '문화재 사유화' 의혹을 집중 추궁했다. 윤 전 대통령 부부의 명성황후 침전 방문과 관련해선 '주술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민주당 이기헌 의원은 29일 국회 문체위의 문화체육관광부 등 국정감사에서 황 전 비서관에게 "근정전 어좌에 김건희가 올랐던 것이 확인이 됐는데, 어좌에 올라갈 때 황 비서관이 같이 있었지 않나" 물었다. 김 전 대표의 경복궁 방문 당시 동석한 황 전 비서관에게 '용상 착석' 의혹의 책임을 추궁한 것.
황 전 비서관은 "근정전에 들어갈 때는 (저도) 있었는데 어좌에 앉으시는 장면은 제가 보지 못했다"며 "제가 미리 나온 걸로 기억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 의원이 "담당 비서관이 근정전에 들어간 대통령 부인을 놔두고 밖에 나왔다? 이게 이해가 되는가" 따져 물었지만 황 전 비서관은 "그게 사실"이라고 입장을 고수했다.
이 의원은 김 전 대표의 '용상 착석'을 "문화재법 위반이고 직권남용일 수 있는 범죄행위"라고 규정하며 "대통령을 보필해야 되는 문화체육비서관이 어좌에 올려가는 김건희를 제어하지 않았다. 있을 수 있는 일인가", "올라가시면 안 된다고 했어야 되는 것 아닌가"라고 황 전 비서관을 거듭 비판했다.
황 전 비서관이 "먼저 나왔기 때문에 정확한 상황을 인지 못 했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같은 답을 반복하자, 이 의원은 "지금 경회루 사진만 있어서 그렇게 얘기하는 것 같은데 (용상 착석 당시의) 사진이 없다고 생각하나"라고 황 전 비서관을 압박하기도 했다.
당시 사진이 확인돼 황 전 비서관의 증언이 틀린 것으로 확인될 경우 위증죄로 처벌받을 수 있다는 지적이지만, 황 전 비서관은 다시 "그렇게 기억을 하고 있기 때문에 그렇게 말씀드린 것"이라고 맞섰다.
황 전 비서관은 김 전 대표의 용상 착석 행위 자체에 대해선 "적절하지 못했던 행동"이라면서도 '적절하지 못한 게 아니라 불법 아닌가' 묻는 취지 질문에는 "위법 여부는 제가 정확히 모르겠다"고 했다.
황 전 비서관의 이 같은 답변이 이어지자, 민주당 소속 김교흥 문체위원장이 이를 직접 지적하기도 했다. 김 위원장이 이 의원 질의 중 황 전 비서관에게 "대통령 부인은 그 안에 있는데 그 당시 비서관이 밖에 나올 수 있나" 묻자 황 전 비서관이 "많은 분들이 왔다갔다 많이 했었다"며 "(영부인이) 오래 계시니까 그냥 제가 먼저 나왔을 수도 있고 정확하게 사유는 기억나지 않는다"고 한 것을 문제삼은 것.
김 위원장은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고 있다"며 "(김건희의 경복궁 방문) 이거 사적 놀음 아닌가", "(수행 비서관이) 사람들이 왔다갔다 하고 그래서 본인도 나왔다는 것이면 그게 놀러 간 것 아닌가"라며 "사적 놀음에 공적으로 여러분이 간 것이다. '사람들 왔다갔다해서 본인도 나왔다'는 게 말이 안 되잖나. 지금 여기 있는 국회의원들이 그 얘기 믿을 수 있다고 생각하나"라고 질타했다. 황 전 비서관은 'UAE 국빈 방문에 맞춰 기획된 행사'라는 기존 답변만 반복했다.
'근정전 어좌' 의혹에 이어 김 전 대표가 '인정전 어좌'에도 앉았었다는 새로운 의혹도 제기됐다. 민주당 양문석 의원은 질의에서 "제보를 받은 내용"이라며 "2023년 2월 김건희 씨가 창덕궁을 방문했을 당시 구두를 신은 채로 인정전 어좌에 앉았다", "당시 2월이 겨울이어서 김 씨가 슬리퍼로 갈아신지 않고 구두를 신은 채 어좌에 앉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당시 고궁 해설사가 김건희 씨 방문 당시 해설한 해설 일지에 'VIP'라고 적혀 있다"며 "VIP는 대통령에게만 쓰는 표현 아니냐, 김건희가 대통령이냐", "왕이 되고 싶었던 것이냐"고도 했다. 다만 황 전 비서관은 이 의혹에 대해선 "그날 함께 가지 않아 모르는 일"이라고 했고, 양 의원도 구체적인 증거를 제시하진 않았다.
윤 전 대통령 부부의 국립고궁박물관 '수장고' 출입 논란도 도마에 올랐다. 이 의원은 이날 출석한 정용재 국립고궁박물관장에게 2023년 3월 5일 윤 전 대통령 부부의 고궁박물관 방문 사실을 물었고, 정 관장은 "(초청받지 않은 채) 갑자기 방문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방문 사실을 확인했다. 그는 윤 전 대통령 부부 방문일 3일 전 김 전 대표가 홀로 박물관을 방문해 제2수장고 등 통제구역을 관람한 데 대해서도 "맞다"고 시인했다.
일반인에게 공개되지 않는 고궁박물관 수장고에 출입할 시엔 출입 사유를 명시한 출입명부를 작성해야 하지만, 김 전 대표의 경우 방문 당일 출입명부에 이름이 적히지 않아 논란이 된 바 있다. 정 관장은 이에 대해선 "전임 관장과 담당 직원들을 통해서 조사를 해 본 결과 당시 상황에서 경황이 없어서 누락했다고 보고를 받았다"고 했다. 그는 이 의원이 '김건희 방문 사실을 누구로부터 통보받았는지' 추궁하자 "정확하게 파악이 안 되고 있다"고도 했다.
이 의원은 "결국 본인 스스로 '아무것도 아닌 사람'이라고 했던 김건희가 사전 절차도 무시하고 문을 열었다. 국립고궁박물관은 '문 열라'는 한마디 지시에 규정을 다 무시하고 문을 열어 준 꼴"이라고 박물관 측을 비판했다.
앞서 김 전 대표는 윤석열 전 대통령 재임 당시인 2023년 9월 영부인 신분으로 경복궁에 방문, 출입이 제한된 근정전 내부로 들어가 동석한 이배용 당시 국가교육위원장의 권유를 받고 용상(어좌)에 착석한 것으로 확인돼 논란이 일었다. 이번 국감 과정에선 김 전 대표가 역시 출입통제 구역인 국립고궁박물관 수장고까지 비공개 방문하고, 명성황후 침전인 곤녕합에에 윤 전 대통령과 함께 10분간 머물렀다는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이 의원은 이날 문화방송(MBC) 라디오 인터뷰에서도 김 전 대표의 용상 착석과 관련 "김건희가 문화 권력자로서의 자기 역할을 자임한 것이 아닌가", "궁과 능, 그리고 문화유산 등을 자기가 독점적으로 소유하거나 아니면 독점적으로 향유하려고 했던 그런 권력욕이 있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라고 의혹을 제기했다.
김 전 대표가 윤 전 대통령 퇴임 이후에도 '국가문화유산을 가지고 사업을 하려고 했다'는 취지의 의혹이다. 이 의원은 박근혜 전 대통령 당시 '미르재단' 비리 의혹을 들어 "(박 전 대통령과 최순실 씨가) 미르재단을 만들고 퇴임 이후를 대비했고, 체육계에 어떤 영향력을 행사하려고 했던 그런 역사가 기록돼 있다"며 "김건희도 그런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 한다"고 주장했다.
이 의원은 특히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당시 명성황후 침전인 곤녕합에 단둘이 들어가 10분 정도 머무르다 나온 사실이 최근 밝혀진 것을 두고는 "10분 동안 무엇을 했는지, 사실 여러 가지 호사가들에 의해서 얘기되지만 저는 약간 주술적 행위가 있지 않았을까라는 생각도 해본다"며 이른바 '주술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 의원은 "아시다시피 그 방이 주술을 하거나 아니면 무속을 가지신 분들의 입장에서 보면 굉장히 흉한 자리"라며 "그곳에 문을 닫고 대통령과 부인이 있었다는 것은 거기에 대한 역사적인 그리고 흉한 곳에서 무언가를 주술을 했거나 기복을 했거나 이런 행위가 있지 않았을까", "10분 동안 문을 닫고 그 흉한 곳에서 뭔가 주술행위를 하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라고 주장했다.
같은 당 민형배 의원도 이날 국감에서 "김건희의 문화유산 침탈 행위가 빈번하게 있었다"며 "특히 (20대) 대통령 선거가 끝나고 1년쯤 되던 해에 이게 집중돼 있다. 중간에 비상계엄 절차를 편리하게 바꿨다는 그런 보도가 있었고 (김 전 대표는) 그러고 난 다음에 어좌에 올랐다"고 추가적인 의혹을 제기했다.
민 의원은 "(일련의 과정들에 대해) 이게 다 지금 주술적인 뭔가하고 연결돼 있다고 그런다"며, 황 전 비서관과 더불어 정용석 국립박물관문화재단 사장을 겨냥해 "혹시 그런 느낌 못 받으셨나", "주변에 소문 많이 있었잖나. 그때 당시에 들은 소문 없었나"라고 추궁했다. 정 사장은 2023년 당시 대통령실 문화체육비서관실 선임행정관으로 경회루 방문에 동행했고, 대표적인 '김건희 라인'으로 알려진 인물이다.
민 의원은 "두 분이 (대통령실에) 있을 때 하필이면 (김 전 대표의 문화재 사적 방문) 이게 집중적으로 일어났다"며 "정말 아무 얘기도 들은 적이 없는가" 거듭 추궁했지만 황 전 비서관과 정 사장이 별도의 대답 없이 침묵했다.
두 사람은 민 의원이 '김건희가 당시 용상에 올라 여러 포즈로 사진을 찍었다'는 의혹을 제기한 데에도 "못 봤다"고만 했다. 민 의원은 "지금 그 사진이 담긴 USB가 통째로 어디에 가 있다고 한다. 행방을 아시나"라고도 물었지만 두 사람은 역시 "모른다"고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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