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국가인권기구연합(GANHRI, 간리) 승인소위원회가 한국 국가인권위원회 등급을 A로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윤석열 방어권 보장', '인권위원들의 차별·혐오 조장' 등을 이유로 시민사회가 낸 특별심사 요청에 대한 결과다. 시민사회는 "간리가 안창호 인권위원장의 변명을 그대로 수용해 납득하기 어려운 결과를 냈다"고 비판했다.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다산인권센터 등 36개 단체가 모인 '국가인권위원회 바로잡기 공동행동'은 7일 성명을 내고 "이번 간리 결정에 대해 심각한 유감을 표하며 안창호 위원장의 사퇴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전날 인권위는 간리 승인소위원회로부터 'A등급' 유지와 함께 '인권위가 국가인권기구의 지위에 관한 유엔 인권 기준인 '파리 원칙'에 맞는 효과성과 독립성을 갖추도록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취지의 특별심사 보고서를 받았다고 밝힌 바 있다.
앞서 공동행동 등 시민사회단체 204곳은 "윤석열 정부가 임명한 인권위원들이 혐오와 차별을 조장하고 정치적으로 편향된 결정을 내리고 있다"며 지난해 10월 간리에 인권위 특별심사를 요청했다. 지난 2월에도 인권위가 비상계엄 사태로 침해당한 시민의 인권은 언급하지 않으면서 권력자(윤 전 대통령)을 옹호하는 안건은 상정하고 있다는 호소문을 보냈다.
공동행동은 "이번 승인소위 결정은 안 위원장의 자가당착적 변명을 그대로 수용한 것"이라며 "안 위원장은 파리 원칙의 정신이 무엇인지도 모르면서 '파리 원칙을 모범적으로 준수했다'고 뻔뻔하게" 답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안 위원장은) 심지어 비상계엄 선포가 있고 8일이나 지나 여론에 밀려 '비상계엄이 인권침해'라고 선언하지도 못하는 비겁한 성명을 발표했으면서도 마치 비상계엄에 반대한 것처럼 보이는 답변까지 했다"며 "'위헌·위법한 비상계엄 선포로 인한 시민 인권침해는 외면하고 내란수괴 윤석열과 내란 주범 군 장성들을 위한 진정 조사와 결정을 했다'는 것은 답변에 담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이 교활한 답변들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여 A등급 유지 결정을 내린 승인소위, 나아가 이런 결과가 나오도록 최선을 다해 안 위원장을 보필하며 부화뇌동하고 있는 인권위 일부 직원에 대해서도 개탄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다만 공동행동은 간리의 인권위 권고 사항을 주목해야 한다고 짚었다. △성소수자·이민자·난민·종교 등에 관한 구조적 인권침해를 국제기준에 맞는 방식으로 다룰 것 △헌정 위기 및 대통령 탄핵과 관련 높은 수준의 경계와 독립성을 유지하고 인권, 민주주의 원칙, 법치주의를 보호할 것 △직원 보호 조치를 강화하고 위원과 직원 간 갈등을 신뢰성과 임무 수행 능력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해결할 것 등이다.
공동행동은 "승인소위가 지적한 문제는 안 위원장이 그간 성소수자 인권을 침해하고 인권위의 독립성을 훼손한 행보와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분명한 것은 승인소위 특별심사 등급 유지 결정이 안 위원장의 반인권적이고 몰상식한 행보에 대한 면죄부가 될 수 없다는 것"이라며 안 위원장의 즉각 사퇴를 촉구했다.
한편 118개국 국가인권기구 연합체인 간리는 5년마다 각국 인권기구에 A 또는 B등급을 부여한다. 현재 A등급은 한국 인권위를 포함한 91곳, B등급은 27곳이다. 한국 인권위는 현병철 위원장 시절인 2014∼2016년 '등급보류'를 받은 시기를 제외하면 줄곧 A등급을 유지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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