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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 노동자·소비자 길들여 갈라치기…모든 정보 갖고도 '죽음 없는 노동' 논의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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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 노동자·소비자 길들여 갈라치기…모든 정보 갖고도 '죽음 없는 노동' 논의 빠졌다"

쿠팡노동자·소비자·연구자 "고강도 야간노동을 '혁신'처럼 말해…시스템 설계한 쿠팡이 바꿔야"

쿠팡이 심야배송으로 막대한 이익을 얻으면서도 고강도 야간노동으로 인한 사망을 막자는 논의에서는 빠져있다는 현장노동자들의 지적이 나왔다. 노동자와 소비자 모두 죽음 없는 서비스를 바라고 있지만, 쿠팡은 이들을 자사 시스템에 길들인 뒤 서로 싸우도록 만드는 식으로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쿠팡노동자의건강과인권을위한대책위원회, 택배노동자과로사대책위원회,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는 14일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 느티나무홀에서 집담회를 열고 "잇따른 야간노동자 과로사 문제를 해결하려면 모든 정보를 가지고 있는 쿠팡이 나서 시스템을 바꿔야 한다"고 촉구했다.

현장 증언에 나선 한선범 전국택배노동조합 정책국장은 "최근 안성에서 사망한 쿠팡 택배노동자는 7일 일하고 하루 쉬는 근무형태였고, 대구에서 사망한 택배노동자는 주 60시간 넘게 일한 것으로 확인됐다"며 "쿠팡 택배노동자들은 주 5일만 일해도 야간할증을 포함하면 노동시간이 60시간을 넘는다. 이는 과로사 판정기준을 초과하는 수치"라고 지적했다.

한 국장은 "쿠팡의 다회전 배송 구조는 장시간 노동을 낳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야간은 물론 주간에 사망한 택배노동자 대부분이 쿠팡 소속"이라며 "완벽하지는 않더라도 사회적 논의를 위해 0~5시 새벽배송 제한 등의 방안을 제안했는데, 쿠팡은 '이러면 영업 못 한다' 외에 아무런 대안을 내놓고 있지 않다"고 했다.

물류센터 노동자도 심야노동으로 고통받기는 마찬가지다. 쿠팡 물류센터에서 근무하다 노조 활동을 했다는 이유로 해고된 정성용 씨는 "야간조의 경우 18시부터 다음날 4시까지 근무하며 5차례 출고 마감을 해야 한다. 2차례 마감하는 주간조에 비해 훨씬 높은 노동강도"라며 "식사 시간을 제외하면 6시간 동안 1초도 쉬지 못하고 일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또 정 씨는 "야간노동의 건강 문제가 중요하게 다뤄지고 있는데, 정작 쿠팡물류센터 건강관리팀은 야간에 일을 하지 않는다"며 "현장에서 일하다 다친 야간노동자들은 직접 119를 불러 응급실에 가거나 견디는 일밖에 할 수 없다"고 호소했다.

1년 반 동안 쿠팡에서 야간 물류 소분 작업을 한 조혜진 씨도 "공정 마감을 위해 무슨 큰일이라도 난 듯이 전쟁통 분위기를 형성한다"며 "안전수칙은 하나도 지켜지지 않고 사람끼리 혹은 구조물과 부딪히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증언했다.

이어 "캠프에 고정적으로 참여하는 인력을 확보하기 위해 단체채팅방을 만들고 2주씩 스케줄을 짜면서도 고용은 일용직으로 한다"며 "때문에 연차도 병가도 없어 아파도 일당을 놓치지 않기 위해 참고 출근해야 했다"고 했다.

▲쿠팡노동자의건강과인권을위한대책위원회, 택배노동자과로사대책위원회,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는 14일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 느티나무홀에서 집담회를 열고 "잇따른 야간노동자 과로사 문제를 해결하려면 모든 정보를 가지고 있는 쿠팡이 나서 시스템을 바꿔야 한다"고 촉구했다.ⓒ프레시안(박상혁)

심야노동이 노동자의 건강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것은 여러 연구를 통해 입증됐다. 유청희 한국노동안전보고연구소 연구원은 "주야 맞교대나 3교대 근무자에 비해 야간 고정 노동자들이 심혈관질환의 위험이 될 수 있는 이상지질혈증에서 가장 좋지 않은 결과가 나왔다. 또 위장 질환, 수면 부족, 체력 저하 등의 건강 문제도 더 많이 겪고 있다"라며 "야간노동 자체로도 건강에 좋지 않은데 쿠팡 심야배송 노동자들은 더 높은 노동강도로 사망한 사례까지 확인되고 있다"고 짚었다.

쿠팡이 책임을 피하는 동안 심야배송 제한 논쟁은 노동자와 소비자 간 갈등으로 불거졌다. 남궁수진 정치하는엄마들 활동가는 "심야배송이 정말 꼭 필요한 사람의 비중은 크지 않은데 쿠팡이 여러 서비스를 함께 제공하면서 소비자들을 심야배송에 길들여지게 만들었다"라며 "소비자이자 노동자로서 누군가의 생명을 대가로 서비스를 사용하고 싶지 않다. 이 논의에 쿠팡과 기업들이 빠져있다는 것에 정말 큰 분노를 느낀다"고 성토했다.

현장노동자들은 심야노동 체계를 설계하고 모든 정보를 파악하고 있는 쿠팡이 직접 나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한 국장은 "시스템을 설계한 것도, 현황을 파악하고 있는 것도, 제도를 바꿀 수 있는 것도 쿠팡"이라며 "쿠팡이 야간노동의 위험성을 해소할 수 있는 의학적 검토를 고려해 해결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정 씨도 "심야노동이 피할 수 없고 반드시 있어야 하는 노동처럼 말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결국 쿠팡이 더 많은 이윤을 벌기 위해서, 노동자의 건강권 보장을 할 필요 없고 해주기도 싫어서 심야노동을 계속하는 것"이라며 "더 많은 고용과 충분한 휴게시간 제공, 임금인상 등 쿠팡이 부담하는 비용을 늘려 심야노동을 줄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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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혁

프레시안 박상혁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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