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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PU 26만 장 아시아와 나눈다면? 미·중 전쟁 속 'AI 슈퍼파워' 되는 길찾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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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PU 26만 장 아시아와 나눈다면? 미·중 전쟁 속 'AI 슈퍼파워' 되는 길찾기

[리얼 톡-심층인터뷰] 이병한 광주과학기술원 특임교수 ② <테크노-차이나 탐문>

트럼프 vs. 시진핑.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는 줄 알았는데 2024년 미국 대선에서 화려하게 부활한 트럼프와 연임 제한 헌법 규정까지 없애고 3연임 중인 시진핑. 절대 강자 두 사람이 6년 만에 지난 10월 30일 부산에서 정상회담을 가졌다. 더 여유로운 모습을 보인 것은 '관세전쟁'을 통해 선전포고를 했던 트럼프가 아니라 시진핑이었다.

"미.중 협상에서 유리한 쪽은 중국이다. 중국은 일사불란하지만 미국은 분란과 소란으로 시끄럽다. 내부에서부터 쩍 갈라져 있다. 공화당과 민주당이 준(準)내전 상황으로 치닫고 있는 데다가, 공화당 내부에서도 실리콘밸리의 기술 세력과 신전통주의 종교 세력의 갈등이 내연하고 있다…반면 중국은 당과 인민이 똘똘 뭉쳐 있다. 1979년 개혁개방 이후에 태어난 21세기의 창업가형 공산주의자들까지 합세하여 민족 중흥과 중화 부흥에 합심하고 있다."(<이병한의 테크노-차이나 탐문>, 36쪽)

이병한 광주과학기술원 특임교수는 <프레시안>과 인터뷰에서 "지금은 문명적인 전환기이며 기술 패권 경쟁이 이를 촉발하고 있다"며 "미국과 중국이 사실상 총력전 체제로 들어갔다"고 작금의 미중경쟁에 대해 설명했다.

당장은 미국이 앞서가고 있지만 "미국은 자기들이 만들어낸 대통령을 국민들이 뽑는다는 아주 신박한 제도가 총력전에서 딜레마가 되고 있다"고 이 교수는 지적했다. 당장 내년 11월 중간선거를 걱정해야 하는 트럼프에 비해 시진핑은 한결 여유로운 추격자 입장에 서 있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미국과의 패권 경쟁이 시진핑의 3연임에 중요한 역할을 했으며, 중국은 건국 100년인 2049년까지 G1이 되겠다는 목표로 타임테이블이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병한 광주과학기술원 특임교수 ⓒ프레시안(이명선)

'기술대혁명 통해 인민에 복무하겠다'는 21세기 '화려한 공산주의자'

이 교수는 전작 <아메리카 탐문>에서 트럼프와 손잡은 '테크노 쿠데타' 4인방(피터 틸, 일론 머스크, 알렉스 카프, J.D. 밴스)에 주목했다면, <테크노-차이나 탐문>에서는 '창업가형 공산주의자'들에 주목했다.

"20세기 공산주의자와 현재의 창업가 공산주의자는 뭐가 다르냐. 20세기에 문화대혁명을 했던 공산주의자들의 궁극적인 목표는 노동해방이었습니다. 자본가, 혹은 생산자들이 갖고 있는 것을 평등하게 나눠 쓰자는 아이디어죠. 반면 지금 2030 창업가 공산주의자들은 AI(인공지능), 로봇 휴머노이드를 통해 생산력을 폭발적으로 향상시켜서, 문화대혁명이 아니라 기술대혁명을 통해 인민을 위해 복무하는 사회를 만들겠다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영국 좌파 지식인이 쓴 <완전히 자동화된 화려한 공산주의>(아론 바스타니 저자, 김민수-윤종은 번역, 황소걸음 펴냄)라는 책에서도 이런 구상을 하면서 '럭셔리 코뮤니즘'이라는 표현을 썼습니다. 제가 중국에서 만나본 창업가형 공산주의자들은 이런 미래를 꿈꾸고 있어요."

"오늘날 중국 테크 기업들의 창업자 대부분은 1979년 개혁개방 이후에 태어난 젊은 세대다. 딥시크의 량원펑(梁文鋒, 1985년생)과 유니트리의 왕싱싱(1990년생)을 비롯해, 저가 쇼핑의 상징이 된 테무(Temu)의 황정(黃崢, 1980년생), 틱톡(TikToc)을 개발한 바이트댄스(ByteDance)의 장이밍(張一鳴, 1983년생), 세계 최고의 드론 기업 DJI의 왕타오(汪滔, 1980년생), AI 반도체 스타트업 캠브리콘(Cambricon)의 천톈스(陳天石, 1985년생)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이야말로 21세기를 주름잡고 있는 "화려한 공산주의자"의 상징과도 같은 인물들이다." (<이병한의 테크노-차이나 탐문> 서문 중에서)

중국, 그린에너지 분야에선 이미 미국 제쳐...우주공학과 AI도 주목해야

이 교수는 책에서 다룬 디지털, 우주기술, 생명공학, 그린에너지 등 4개 분야 중 그린 에너지 분야에선 이미 중국이 미국을 선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린에너지 쪽은 이미 압도적인 선진국이죠. 태양광은 전 세계를 이미 석권했다고 봐야 되고 풍력도 중국이 1등이고 미국이 2등인데, 격차가 10배 이상입니다. 신재생에너지 분야에서는 압도적인 슈퍼파워 국가로 이미 바뀌었습니다."

이 교수는 또 우주공학과 AI 분야에서도 중국의 기술 발전을 눈여겨봐야 한다고 말했다.

"우주산업과 관련해 우린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X'는 알지만 그 못지않은 프로젝트를 중국이 국가적 차원에서 하고 있다는 건 잘 모릅니다. 중국은 이미 우주정거장을 단독으로 갖고 있는 유일한 국가이며, 달의 뒷면을 처음 간 나라이기도 합니다. 중국은 대항해시대에 서양에 뒤쳐져서 100년, 200년의 굴욕을 겪었다는 생각에 우주로 가는 대항해의 시대에는 앞에서 치고 나가려고 합니다."

"AI를 활용해 무엇을 할 것이냐를 보면, 미국은 팔런티어 등을 통해 국방, 방산 이런 쪽으로 활용하는데, 나머지 제조업은 공장이 없어요. 빼어난 AI 기술로 실질적으로 생산력 향상을 폭발적으로 일으키기가 쉽지 않은 것 같아요. 그런데 중국은 미국보다 현재 생성형 AI 서비스의 질이 떨어진다고는 해도 이걸 붙여서 생산력 향상에 활용할 공장이 너무너무 많은 거죠. AI를 통한 종합 국력의 향상에 어디가 더 유리한가라고 보면 저는 중국이 될 수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혐중'? 한국은 중국을 너무 모른다…GPU 26만 장 아시아와 나눈다면?

안타깝게도 한국은 중국을 너무나 모른다. 우리의 '중국 인식'은 여전히 과거의 냉전적 인식에 갇혀 있을 뿐아니라 극우 성향의 전임 대통령 때문에 '반중'을 넘어 '혐중' 정서로 흘러 혐중시위까지 가시화됐다. 이 교수는 국내 정치에 매몰되지 않고 실사구시의 태도를 갖고 변화하는 세계 질서를 따라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테크노-차이나'의 현재를 정확하게 알아야 미래를 전망해 볼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은 중국와 함께 AI와 제조업 기반을 가진 유이한 나라입니다. 유럽과 일본은 디지털 전환에 뒤쳐졌고, 미국은 제조업 기반이 없습니다. 중국 못지 않은 미래형 생산혁명을 실험해 볼 수 있는 건 한국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젠슨 황 엔디비아 CEO가 삼성, 현대차 CEO들과) 치맥 먹으면서 잘해보자고 서울에 온 거 잖아요. 카프도 지난 10월에 성수동에 와서 '내 첫사랑이 한국인이었다'고 그러면서 잘 보이려는 거잖아요."

이 교수는 이런 세계적 변화의 흐름에 능동적인 대응을 모색하다보면 한국에게 주어진 선택지처럼 보여지는 미국과 중국 어느 한쪽이 아니라 100여개 중간지대 나라들에게 제3의 선택지를 제공하는 선도국가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AI 3강, 이런 얘기 많이 하잖아요. 그런데 1,2등과 한참 떨어지는 3등은 의미가 없는 거 같습니다. 삼국지에 상대적으로 우리가 힘이 모자랄 때 천하삼분지계를 먼저 해야 한다고 나옵니다. 연합전선을 구축해서 한축이 돼야 한다. 가령 엠비디아가 GPU 26만 장을 한국에 준다고 그랬잖아요. 그걸 우리나라 정부와 기업만 쓰는 건 약간 좀 아쉬운 전략인 거 같아요. 제가 아는 선에서도 동남아나 중앙아시아나 이런 데도 뛰어난 개발자들이 많거든요. 이들도 GPU가 없어서 새로운 서비스를 개발하지 못한단 말이죠. 트럼프의 미국은 점점 이민장벽을 치고 있기도 해서 이들이 미국으로 가는 건 쉽지는 않습니다. 나누면 더 커질 수 있도록 아시아에 있는 뛰어난 인재들이 한국에 와서 그들의 꿈을 펼칠 수 있게 우리가 있는 자원을 나눠 쓰는 거죠. 한국이 운동장을 크게 쓰는 나라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뉴 아메리카와 테크노-차이나 사이, 'AI네이티브'가 가장 많이 살아가고 있는 '피지컬 아시아'와 접속하여 새로운 서사, 'AI 내러티브'를 만들어낼 수 있어야 한다. 농업문명은 중국이 최상이었고 산업문명은 미국이 최강이었다면, 디지털 문명은 한국과 아시아가 더불어 최고를 도모해보자는 스케일과 스타일의 새로운 스토리를 공급해주어야 한다. 한국이 그런 역할을 해주기만 한다면 환영할 준비가 되어 있는, 한국을 향해 두 팔 벌려 마음을 활짝 열고 있는 아시아의 미래세대를 주목해야 하는 것이다. 카시아(K-ASIA), 카세안(K-ASEAN), 칼타이(K-ALTAI) 등등 '아시아를 다시 위대하게', 오리엔탈의 오리지널 판타지, 동양적 SF의 상상력이 다시 필요한 시점이다." (47-4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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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홍기혜

프레시안 편집·발행인. 2001년 공채 1기로 입사한 뒤 편집국장, 워싱턴 특파원 등을 역임했습니다. <삼성왕국의 게릴라들>, <한국의 워킹푸어>, <안철수를 생각한다>, <아이들 파는 나라>, <아노크라시> 등 책을 썼습니다. 국제엠네스티 언론상(2017년), 인권보도상(2018년), 대통령표창(2018년) 등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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