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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삐 풀린 민주당, 해 넘겨도 '내란 청산 연장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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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삐 풀린 민주당, 해 넘겨도 '내란 청산 연장전'?

[12.3 비상계엄 1년] ③ '尹 절연' 못한 야당 빌미로 '정치의 문제' 해결 미룬 정부·여당

12.3 비상계엄 선포 사태 이후 1년은 이재명 정부 출범 전과 후로 정확히 6개월씩 양분된다. 4월 4일 내란 우두머리 피의자 대통령을 파면한 헌법재판소의 결정, 절차적 민주주의의 건재를 증명한 6.3 대선을 거쳐 친위 쿠데타에 대한 법적‧정치적 진압이 비로소 완료됐다.

헌재 결정문은 군더더기 없는 명문으로 평가받았다. 헌재는 "피청구인(윤석열)의 행위는 국민의 신임을 배반한 행위로서 헌법수호의 관점에서 용납될 수 없는 중대한 법 위배 행위에 해당한다"며 "피청구인을 파면함으로써 얻게 되는 헌법 수호의 이익이 국가적 손실을 압도할 정도로 크다"고 명토박았다.

아울러 헌재는 "민주주의 원리에 따라 조율되고 해소되어야 할 정치의 문제"를 지적했다. 윤 전 대통령의 계엄 선포가 용납할 수 없는 범죄일지라도, 사태의 배경이 된 정부와 국회의 무한 대립은 "일방의 책임에 속한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특히 "국회는 소수 의견을 존중하고 정부와 관계에서 관용과 자제, 대화와 타협을 노력했어야 한다"며 입법권을 쥔 민주당에 아쉬움을 감추지 않았다.

그렇게 외형적으로 회복된 헌정질서를 바탕으로 출범한 이재명 정부는 내란 종식과 함께 민주주의 회복을 시대적 과제로 제시했다. 시민들은 "억강부약 대동세상"을 천명한 새 정부에 권한을 위임하고 광장에서 일상으로 복귀했다.

이 대통령 역시 취임사에서 "통합은 유능함의 지표이고 분열은 무능의 결과"라며 "분열의 정치를 끝낸 대통령이 되겠다"고 다짐했다. 그러나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에도 유사 내전 같은 정치 갈등은 멈추지 않았다.

"내란 정당을 전면 해산하겠다"(민주당 정청래 대표), "이재명 정권과 민주당을 조기 퇴장시키겠다"(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강성 지도부가 여야에 들어서면서 관용과 자제를 호소한 헌재의 당부가 설 자리를 잃었다.

강성 지지층에 기댄 여야의 행태가 엇비슷해 보여도, 정치를 볼품없게 만든 우선적인 책임은 국민의힘에 돌아간다. 탄핵과 정권 교체라는 정치적 단죄를 받고도, 3대 특검의 수사 과정에서 윤석열‧김건희 부부의 상상을 초월한 기행을 접하고도 '윤 어게인' 세력에 포위된 지도부가 사과와 반성을 주저하는 탓이다.

대선 이후 여론 추이가 이를 증명한다.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서 국민의힘 지지도는 19%~26%에 머물러 있다. 이에 비해 이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54%~65%에서 견조한 양상이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면복권, 국정감사 독주, 10.15 부동산 대책 후유증, 조희대 대법원장 '비밀 회동설' 역풍, 대장동 일당에 수천억 원의 부당 이익을 안겨준 검찰의 항소 포기 등 여권의 정치적.정책적 무리수가 이어져도 국민의힘에 반사이익조차 돌아가지 않았다.

최창렬 용인대 특임교수는 "양당의 정치 극단화가 대단히 실망스럽지만, 그 일차적인 책임이 전적으로 국민의힘에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최 교수는 "지난 1년 동안 국민의힘이 보여준 모습은 계엄 세력, 내란 세력이 잔존한다고 볼 수밖에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 특히 "지지율 60%를 넘나드는 대통령을 탄핵하고 끌어내자고 하는 세력을 대상으로 이 대통령도 통합론을 펼 명분이 없다"고 했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와 김병기 원내대표가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계엄의 늪에 빠져 지리멸렬한 국민의힘을 디딤돌 삼아 이 대통령과 민주당은 별다른 제약 없이 내란 청산 수위를 높이고 장기화할 전망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 1일 X(옛 트위터) 글에서 "곳곳에 숨겨진 내란 행위를 방치하면 언젠가 반드시 재발한다"고 했다. 계엄 1년을 맞아 3일로 예정한 대국민 특별성명 발표를 앞두고 계엄 연루 세력에 대한 발본색원 방침을 재확인한 것으로 해석됐다.

지난 9월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협치가 무조건 적당하게 인정하고 봉합하는 것과는 다르다"고 했던 내란 척결 우선 기조를 여전히 견지하고 있다는 의미다.

최동석 인사혁신처장도 이날 "불합리하고 불법적인 것에 부화뇌동한 공무원들이 있다면 21세기의 국가 운영에 동참할 가치가 없다"고 강경론을 부추겼다. 그는 총리실 주도로 공직사회 계엄 연루자를 가려내는 '헌법존중 정부혁신 태스크포스'를 "치유 프로그램"에 비유하기도 했다.

민주당 역시 3대 특검 수사가 연말에 모두 종료되면, 추가 특검을 추진할 태세다. 정청래 대표는 "3대 특검의 미진한 부분을 한 군데에 몰아서 공정하고 객관적으로 진실을 밝히는 2차 종합 특검을 검토해야 할 시점"이라고 했다. 임성근 전 사단장에 구명 로비 의혹을 제대로 밝혀내지 못하고 종료된 순직해병특검을 비롯해 마무리 수순에 이른 내란·김건희 특검도 성에 차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민주당은 내란 사건을 담당하는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법안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위원회에서 통과시켰다. 증거를 조작하거나 사실관계를 왜곡한 판검사를 처벌토록 하는 '법 왜곡죄' 신설을 담은 형법개정안도 소위 문턱을 넘었다.

법원행정처가 "위헌 요소가 있다"며 전담재판부 도입에 우려를 표했고, 법무부가 법 왜곡죄에 반대 의견을 냈지만 민주당 강경론에 제동을 걸지 못했다. 민주당 계획대로 연내에 법안들이 처리되면, 정치권력에 대한 사법부의 견제까지 합법적으로 무력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적지 않다.

계엄 1년을 맞은 시점에 여권이 전방위적으로 박차를 가한 청산 일변도 강경론은 이재명 정부 출범 1년이 되는 시점에 치러지는 내년 지방선거를 겨냥한 '빌드 업'이다. 내란 세력 단죄 프레임으로 대야 공세 수위를 높여가겠다는 것이다.

지난 대선의 경험이 민주당 선거 불안감의 바탕이 됐다. 계엄과 탄핵 국면 속에 국민의힘이 자충수를 남발했음에도 이 대통령은 과반 득표율 달성에 실패했다(49.42%). 심지어 김문수(41.15%), 이준석(8.34%) 후보의 득표율을 합치면 그보다 높았다.

내년 지방선거 압승을 낙관할 수 없는 사정은 현재도 마찬가지다. 한국갤럽이 지난달 18~20일에 실시한 지방선거 전망 조사에 따르면, '여당 후보가 많이 당선돼야 한다'(42%), '야당 후보가 많이 당선돼야 한다'(35%)가 비등하게 나타났다(전국 18세 이상 1000명 대상, 갤럽 자체조사.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민주당으로선 윤석열 부부에 대한 대중적 환멸과 국민의힘의 몰염치가 부각돼야 선거 환경이 유리해진다.

하지만 삼권분립의 경계가 느슨해지고 지방선거가 내란 척결 연장전으로 치달을수록 이재명 정부의 통합론은 또 다시 뒷전으로 밀려날 전망이다. 계엄의 구조적 원인을 제거하는 차원에서 이 대통령이 제1공약으로 내걸었던 개헌 약속도 기약없이 미뤄진다.

최창렬 교수는 "선거가 다가올수록 민주당이 강경해지는 만큼, 여권 내에서 조율이 필요하다"면서 "내란 청산은 반드시 필요하지만 이 대통령은 민생과 경제 문제, 변화하는 국제정세 대응에 치중하고 정치에 균형을 잡아 가는 모습을 보일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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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경구

2001년에 입사한 첫 직장 프레시안에 뼈를 묻는 중입니다. 국회와 청와대를 전전하며 정치팀을 주로 담당했습니다. 잠시 편집국장도 했습니다. 2015년 협동조합팀에서 일했고 현재 국제한반도팀장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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