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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는커녕 '계엄 옹호' 나선 장동혁…국민의힘 '산발적 사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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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는커녕 '계엄 옹호' 나선 장동혁…국민의힘 '산발적 사과'

초재선 중심으로 "윤석열과 단절" 선언…"장동혁 실망스럽다" 반발도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만 1년을 맞은 12.3 비상계엄 사태에 대해 끝내 사과하지 않았다. 장 대표는 오히려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를 옹호하는 입장을 발표해 논란을 자초했다. 국민의힘 당 차원에서 나와야 할 가장 핵심적인 메시지, 즉 '당 대표의 사과' 부재에 결국 일부 의원들이 개별적으로 또는 조직적으로 나서 계엄에 대해 국민에게 사과하는 어수선한 풍경이 연출됐다.

장 대표는 3일 내내 아무 공개 일정을 잡지 않고 두문불출했다. 비상계엄 사태 1년인 이날은 장 대표의 취임 100일이기도 한데, 장 대표는 관행적으로 여는 '취임 100일 기자회견'도 생략했다. 사실상 곤란한 질문을 받지 않기 위해 하루 종일 취재진을 피해 다닌 셈이다.

대신 장 대표는 오전 9시경, 페이스북을 통해 12.3 비상계엄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드러냈다. "12.3 비상계엄은 의회 폭거에 맞서기 위한 계엄이었다"는 문제적 문장으로 시작한 장 대표의 메시지는 당의 '단일대오'가 무너진 점을 개탄하고, 이재명 정부를 견제하기 위해 국민의힘을 지지해달라는 호소로 채워졌다. 당 안팎에서 요구가 빗발쳤던 계엄에 대한 사과와 반성의 메시지는 한 줄도 없었다.

장 대표는 이날 새벽 추경호 의원의 '국회 비상계엄 해제 표결 방해' 혐의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된 점을 두고 "새로운 희망"이라며 "2024년 12월 3일부터 시작된 내란몰이가 2025년 12월 3일 막을 내렸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당의 외연 확장보다 강성 지지층 결집에 주안점을 두는 장 대표는 "정체성과 신념, 그리고 애국심을 갖춘 보수정치의 4번 타자가 되겠다"고 했다.

국민의힘 대변인단은 이날 계엄에 대해 사과하는 공식 논평을 내지 않았다. 대신 추 의원 영장 기각에 "상식과 법치가 승리했다"는 평가만 연신 내놓았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연합뉴스

직접 나선 국민의힘 의원들…"장동혁, 실망스럽다"

결국 장 대표의 긴 침묵에 국민의힘 의원들이 하나둘 나섰다.

먼저 국민의힘 의원 25명은 이날 국회에서 대국민 사과문 발표 기자회견을 열고 "당시 집권여당의 국회의원으로서 책임을 통감하면서 국민께 사과드린다"며 고개를 숙였다. 이들은 "12.3 비상계엄을 위헌·위법한 것으로 판결한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존중하고, 윤 전 대통령을 비롯한 비상계엄을 주도한 세력과 정치적으로 단절할 것임을 분명히 밝힌다"며 "당 체질을 바꾸고 재창당 수준의 정당 혁신을 이루어 내겠다", "뼈를 깎는 변화와 혁신으로 거듭나겠다"고 다짐했다.

이 같은 내용의 사과문은 국민의힘 재선 의원 8명이 참여하는 공부 모임 '대안과 책임' 주도로 작성했고, 소장파와 친한동훈계 의원 등이 연명했다. 모임의 주축인 이성권·권영진·조은희 의원 등은 국민의힘 지도부를 포함한 당 소속 의원 전원에게 사과문 동참 의사를 물었으나, 일부에게서만 회신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이날 오전 11시 50분 기자회견 진행에 앞서 의원들의 추가 참석을 기다렸지만, 25명만 사과문 발표에 동의 의사를 표시했다.

△4선 안철수 △3선 김성원·송석준·신성범 △재선 권영진·김형동·박정하·배준영·서범수·엄태영·이성권·조은희·최형두 △초선 고동진·김건·김소희·김용태·김재섭·박정훈·안상훈·우재준·유용원·이상휘·정연욱·진종오 의원이 사과문에 이름을 올렸다.

사과 여부를 저울질하던 송언석 원내대표는 같은 날 국회에서 별도의 기자회견을 열어 "국민께 큰 충격을 드린 계엄의 발생을 막지 못한 데 대해 국민의힘 국회의원 모두는 무거운 책임감을 통감하고 있다. 국민 여러분께 다시 한번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국민의힘 원내대표단이 자리에 함께했다.

애초 송 원내대표는 이날 장 대표와 마찬가지로 공개 일정을 잡지 않았지만, 오전 중 예정에 없던 기자회견을 추가했다. 다만 송 원내대표는 기자회견문을 읽은 뒤 취재진의 질문은 받지 않은 채 자리를 떠났다.

이후로도 페이스북 등에 '사과' 문구가 담긴 국민의힘 일부 의원의 글이 산발적으로 올라왔다. 당내 사과 요구를 뭉갠 장 대표를 향한 질타의 목소리도 터져 나왔다.

서울시당위원장인 배현진 의원은 "국민께 충격과 상처를 안겼던 모든 날 모든 순간을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계엄 뒤 비상대책위원장을 지낸 권영세 의원은 "여당 중진의원으로서 이를 막지 못한 점,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다"고 했다. 원외에선 한동훈 전 대표가 "국민께서 '그만 됐다'고 할 때까지 사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재섭 의원은 "장 대표는 반성과 성찰은커녕 계엄이 불가피했다는 식의 또 다른 '계몽령'을 선언했다. 몹시 실망스럽다"고 저격했다. 박정훈 의원도 "장동혁 지도부가 지금 당원 다수의 마음을 대표하고 있는 게 맞는 건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조경태 의원은 "지금의 극우 또는 강성 보수 지지층만 쫓아가다 보면 패가망신을 초래할 수 있다"며 "현재 당 지도부 전략을 보면 제대로 된 정치를 하고 있지 못한다"고 일침을 가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국민의힘 지도부 안에서는 장 대표의 '계엄 옹호' 글을 두고 의견이 분분하다. 예고 없이 나온 장 대표의 메시지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한 분위기도 감지된다. 지도부 핵심 관계자는 <프레시안>과의 통화에서 "페이스북을 통해 장 대표의 글을 봤다. 무례하고, 참담하다"며 "장 대표에게 조직을 이끌어갈 역량이 있나"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국민의힘 이성권, 김용태 등 의원들이 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12.3 비상계엄 관련 입장 발표 기자회견을 열고 허리 숙여 사과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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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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