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동서발전 화력발전소 5호기 붕괴 사고를 둘러싸고 남구청의 안전관리 부실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사고를 막을 수 있었던 '공작물 해체 신고·감리 조례'가 울산 5개 구·군 중 남구에만 존재하지 않았던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기 때문이다.
울산의 중구·동구·북구·울주군은 모두 '건축물 관리 조례' 또는 별도 조례를 통해 공작물 해체 시 사전 신고·감리 의무를 명확히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남구는 관련 조례가 전무해 고위험 철골 구조물 해체 작업이 지자체의 어떠한 통제도 받지 않은 채 진행돼 왔던 것으로 드러났다.
사고가 난 동서발전 5호기 보일러 타워는 높이 63m, 가로 25m, 세로 15.5m 규모의 대형 철골 구조물로 일반 건축물과 달리 보일러 설비를 지지하기 위한 특수 구조체다. 현행법상 지붕·벽체가 있는 건축물만 '해체 허가·감리 대상'으로 규정돼 있어 보일러 타워는 '공작물'로 분류된다. 이 때문에 고난도 폭파 공법이 사용된 이번 공사도 법령상 허가·감리 의무가 없었고 조례가 없던 남구는 이를 통제할 법적 수단조차 갖추지 못한 셈이다.
문제는 바로 이 지점이다. 부산·경남·충남 등 전국 주요 산업단지를 둔 지자체들은 공작물 해체로 인한 사고 위험을 인지하고 이미 수년 전부터 조례를 통해 안전망을 구축해 왔다. 여수·거제·서천 등은 건축법 제83조(공작물 해체 신고)를 조례에 반영해 사전 신고와 감리 의무를 명문화했고 사고 가능성이 큰 설비는 '축조 신고 대상'에 포함해 관리해왔다.
그러나 울산 석유화학단지를 품고 있는 남구만 이 같은 조치를 하지 않았다. 60년 넘게 누적된 노후 설비가 산재한 지역 특성상 고위험 작업의 빈도는 다른 구·군보다 높지만 남구청은 관련 조례 정비에 사실상 손을 놓고 있었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석유화학단지 철거 공사는 대부분 위험도가 높은데 남구만 조례가 없어 착공 전 신고도 없이 작업이 이뤄졌다"며 "이 정도 규모의 폭파 공법 현장은 지자체가 직접 감리자를 배치해야 하는데 남구청은 아무런 준비가 없었다"고 지적했다.
남구청은 "건축물관리법상 해체 신고 대상은 건축물이지 공작물이 아니다"며 그동안 조례 부재가 법 체계상 정당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는 다른 지자체의 실제 운영 사례와 충돌한다. 중구·동구·북구·울주군은 조례로 공작물 해체신고를 별도로 규정해 법률상 공백을 보완해왔기 때문이다.
결국 남구청은 사고 이후 뒤늦게 "타 지자체 사례를 참고해 조례 개정을 검토하겠다"고 밝혔지만 전문가들은 이를 전형적인 '뒤늦은 행정', 사고 이후 땜질식 대응이라고 비판한다. 이미 컨트롤타워가 부재한 상태에서 폭파 공법을 사용한 고위험 철거 작업이 통제 없이 진행됐고 이는 사실상 예견된 위험이었다는 것이다.
이번 사고는 단순한 관리 소홀을 넘어 지자체 간 안전관리 격차가 시민 생명과 직결될 수 있다는 사실을 적나라하게 드러낸 사례다. 조례 제정 여부가 안전의 분기점이 되는 현실에서 남구청의 방치에 가까운 행정은 더 큰 사회적 책임을 피하기 어렵다.
울산시는 사고 원인 규명 및 제도개선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으나 전문가들은 "조례 하나로 막을 수 있었던 사고"라며 "지자체 권한 강화를 명분으로 한 분권시대에 책임 역시 동일하게 요구된다는 점을 남구가 직시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번 사고를 계기로 울산 전체의 공작물·노후설비 관리 체계를 전면 재정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산업단지가 밀집한 울산의 특성상, 제도 공백은 언제든 또 다른 참사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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