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인터넷 쇼핑을 할 줄 모른다. 뭐 한 번 들어가 보려면 회원 가입이 어찌나 어려운지 하다가 포기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뿐만 아니라 정부 기관 일도 그렇다. 며칠 전에 농촌에 산다고 ‘농춘인구조사’를 인터넷으로 하겠다고 문서가 왔다. 시키는 대로 하기는 했지만 너무 어려웠다. 특히 농촌에서 일하고 얻은 소득이 얼마나 되느냐고 묻는데, ‘소득 없다’고 하니가 계속 잘못됐다고 다시 하란다. 안동에 있는 산은 홀라당 불에 타서 다시 묘목을 심어야 할 판이고, 지금 살고 있는 땅에도 밭에 묘목을 심었다가 작년 10월에 처분했다. 올봄에 교통사고를 당해 병실에 누워 있다 보니 시기를 놓쳐 아무 것도 심지 못했다. 할 수 없이 얼마 전에 다시 약용식물(엄나무, 헛개나무, 두릅 등)을 심었는데, 소득이 있을 리가 없다. 참으로 어려운 세상이다.
요즘 최대의 인터넷 홈쇼핑(?)하는 곳에 도둑이 들어 정보를 모두 빼 간 모양이다. 다른 나라 사람이라는 말도 있고, 참으로 뒤숭숭하다. 인터넷 쇼핑을 할 줄 몰라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는데, 갑자기 네이X라는 것이 안 된다. 평소에 주로 쓰던 이메일에 네이x에서 연락이 왔다. “당신의 메일이 러시아에서 로그인한 흔적이 발견되어 조치를 취했습니다.”, “당신의 계정으로 다량의 홍보물이 발송되어 사용을 제한합니다.”라고 하였다. 투덜투덜!
필자는 쿠x이라는 업체에 가입한 적도 없는데, 어쩌자고 러시아에서 내 이름으로 로그인하고, 다량의 홍보물을 보내는가 알 수가 없다. 한때는 스미싱이라는 것이 유행하여 필자에게 ‘검찰청’이라는 전화가 몇 번 오더니, 이제는 계정을 통째로 가지고 가서 장난을 치는 모양이다. 이러니 무서워서 더 이상 인터넷을 할 수 없을 것 같다. 뉴스를 보니 ‘정보 노출’이 아니고 ‘정보 유출’이라고 변경해서 사과했다고 한다. 그 정도 정보를 빼갈 수 있는 것은 내부자 만이 가능한데, 어쩌자고 그리 쉽게 가지고 갈 수 있도록 방치했는지 의문이다. 불도 나고, 정보도 도둑맞았으니 타격이 클 것으로 예상한다. 오늘은 ‘노출’과 ‘유출’의 차이를 살펴 보기로 한다.
‘노출’은 ‘보이거나 알 수 있도록 드러나게 되다’라는 뜻이다. 여름에 ‘노출’이 심한 옷을 입고 다니는 사람이 많은 것을 연상하면 이해하기 쉽다. 능동적인 의미가 강하다. 어떤 환경이나 상황에 처하게 함을 의미한다. 유의어로는 ‘현출’, ‘드러내다’, ‘ 노현’ 등의 있다. 예문을 보자.
비밀을 노출하다.
장시간 에어컨에 노출 시 피부가 건조해지는 형상이 있다.
인터넷이 발달하면서 개인 정보가 노출될 위험도 커졌다.
와 같이 쓴다. 사진기에서, 렌즈로 들어오는 빛을 셔터가 열려 있는 시간만큼 필름이나 건판에 비추는 일도 노출이라고 한다. 한편 유출은 ‘새어 나가게 되다’, ‘밖으로 흘러 나가게 되다’는 뜻이다. 그러므로 정보가 유출된 것이라고 표현하는 것이 옳다. 아니면 도난당했다고 해야지, 노출되었다고 하는 것은 불가하다. 유출의 예문을 보자.
사장은 새로운 정보를 유출한 사원을 찾기 위해 눈을 최선을 다했다.
원유 유출 사고로 서해안이 오염되었다.
우리 회사는 기술의 유출 사고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와 같이 ‘밖으로 흘러 나가다’의 의미가 강하다. 정보 유출이 맞는지, 정보 노출이 맞는지는 누가 보아도 쉽게 일 수 있는데, 이것을 가지고 말장난하는 것은 경영하는 사람들의 도리가 아니다. 그냥 시원하게 “도둑맞았다”고 하는 것이 낫지 않을까 생각한다.
가뜩이나 연말연시에 돈 들어갈 구석도 많고, 상가나 결혼식도 많은데, 뉴스까지 힘들게 하니 답답하기만 하다. 오호 애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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