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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자 400인 "뚜안 죽음 진상 밝히고, 폭력적 단속 멈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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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자 400인 "뚜안 죽음 진상 밝히고, 폭력적 단속 멈춰야"

"미등록 이주민 체류 안정화 정책 필요…이민 윤리 부합하고 지역소멸 대응에도 도움"

연구자 400인이 베트남 출신 유학생 뚜안 씨(가명)를 죽음에 이르게 한 단속 과정에 대한 진상규명과 단속 일변도 미등록 이주민 정책의 방향 전환을 정부에 촉구했다.

김철효 국립경상대 교수, 서선영 충북대 교수 등 연구자 400인은 세계 이주 노동자의 날인 지난 18일 '뚜안 씨의 죽음을 애도하며 정의로운 이민정책으로의 전환을 요구한다'는 제목의 성명을 발표했다.

연구자들은 먼저 "대구 성서공단에서 출입국 당국의 강제 단속을 피해 무려 3시간이나 극심한 공포에 떨며 창고 높은 곳에 은신해 있다가 추락해 사망한 베트남 출신 유학생 뚜안 씨의 죽음 앞에 깊은 애도를 표한다"고 밝혔다.

이어 "고인은 한국에서 수년간 공부하고 대학을 졸업한 청년이었으며, 이 사회에서 일하고 살아갈 미래를 준비하던 학생이었고, 2주간 일한 대구 성서공단 자동차부품 공장에서는 노동자였다. 그리고 자식을 하늘로 보낸 뒤 잔인한 세상에서 진상규명과 제도 개선을 위해 고투하는 아버지와 어머니의 사랑스러운, 스물다섯 살 딸이었다"고 짚었다.

연구자들은 "뚜안 씨의 죽음은 예기치 못한 개인적 사고가 아니다. 단속 현장에서 발생한 우발적 불행도 아니다"라며 "졸업 후 구직 단계 유학생의 삶과 괴리된 체류·취업 제도의 경직성과 대규모 급습형 단속이라는 폭력적 공권력 집행이 빚어낸 죽음이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특히 이전 정부에서 수립된 '불법체류 감축 5개년 계획'과 현 정부에서 APEC을 명분으로 이뤄진 합동단속이 죽음의 배경이 됐다"며 "결국 국가의 정책과 행정이 만들어 낸 사회적 죽음이다. 사태에 대해 침묵을 이어가고 있는 정부의 정책 전환이 없다면 또 다른 죽음이 이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연구자들은 △뚜안 씨 사망 경위에 대한 독립적이고 투명한 진상조사와 자료 공개 △사망을 초래한 출입국 당국에 대한 명확한 책임 규명 △유가족에 대한 공식적 사과와 지원·보호 조치 마련 △유학생 졸업 이후 체류·취업 경로 보장을 위한 제도 개편 △폭력적·급습형 강제 단속 중단 및 미등록 이주민 체류 안정화 정책 시행을 촉구했다.

특히 '체류 안정화 정책'과 관련 연구자들은 "핵심은 이주민의 체류자격과 실제 삶의 불합리한 간극을 인지하고 줄여나가는 데 있다"며 "이주민의 변모하는 삶을 개선된 법과 제도의 테두리 안으로 포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특히 이전 정부가 세운 '불법체류 감축' 계획에 대한 전면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며 "문제의 핵심이 '불법체류'에 앞서 '불안정 체류'에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미등록 이주민에 대한 폭력적 단속 행정을 중단하고 '체류 안정화 정책'을 본격적으로 논의해 도입할 것을 촉구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는 "이민 윤리에 부합하는 동시에, 체류의 안정화와 가족 동반 등을 통해 지역소멸과 인력난에 허덕이는 지역사회의 필요를 충족하는 데도 도움이 되기에 공리적 관점에서도 적극 고려할 수 있다"며 "또한 이 정책은 정부가 내세운 '불법체류 감축' 목표의 달성에도 크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연구자들은 "뚜안 씨의 죽음이 또 하나의 통계로 잊히지 않도록, 이 사회가 '비국민'의 생명을 어떻게 대하고 있는지 계속 묻고 기록하며 발언할 것"이라며 "애도가 기억으로 끝나지 않고 책임을 소환하는 계기가 될 수 있도록, 우리 연구자들 또한 현재 대통령실 앞에서 이어지고 있는 농성에 함께 하는 마음으로 그 책임을 끝까지 묻겠다"고 했다.

▲뚜안 씨 영정사진ⓒ차별금지법제정연대

앞서 뚜안 씨는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회의 개최를 명분으로 정부가 시행한 지난달 28일 미등록 이주민 단속을 피하다 숨졌다. 2019년 유학생 비자(D-4)로 입국한 그는 대학 졸업한 뒤 구직 비자(D-10)로 한국에 체류 중이었고, 해당 비자의 직업 제한으로는 전공을 살린 일자리를 구하기 어려워 자동차부품업체에 취업해 있었다.

사망 직전 뚜안 씨는 단속을 피해 3층 높이 에어컨 실외기 보관소에 세 시간 가량 숨어 있었다. 그러면서 친구에게 '나는 숨어 있어. 무서워. 지금 8명이 잡혔다고 해. 조금 전 내가 있는 곳으로 출입국이 왔어. 너무 무서워. 무슨 일 있으면 연락할게'라는 내용의 문자를 보냈다.

뚜안 씨 아버지 부반숭 씨는 이후 딸의 죽음에 대한 진상 규명, 정부 사과 등을 촉구하며 시민사회단체들과 함께 오체투지,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 농성 등을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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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용락

내 집은 아니어도 되니 이사 걱정 없이 살 수 있는 집, 잘릴 걱정하지 않아도 되고 충분한 문화생활을 할 수 있는 임금과 여가를 보장하는 직장, 아니라고 생각하는 일에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는 나, 모든 사람이 이 정도쯤이야 쉽게 이루고 사는 세상을 꿈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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